[이장님 일기] (35) 헛부업이 된 냉이캐기
[이장님 일기] (35) 헛부업이 된 냉이캐기
  • 예윤희 기자
  • 승인 2021.03.08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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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뿌린 냉이 캐기, 장사 잘못 만나 손해
안 해도 되지만 노는 땅을 버리기는 아까워
씻어온 냉이.  예윤희 기자
씻어온 냉이. 예윤희 기자

 

지난해부터 키운 냉이를 오늘 처음 캤다.

전처럼 잘 자랐으면 2월 초순부터 캐야하는데 지난 겨울에는 눈·비가 적어 잘 자라지 못해 캐기가 더욱 늦어졌다. 그래도 부지런한 마을 사람들은 2월초부터 아주 작은 냉이를 캐서 비싼 값에 팔았다고 한다.

그런데 이장은 날씨도 춥고 냉이도 너무 작아, 키워서 캐려고 기다린게 오늘이다.

마을에는 나물 장수가 네 명이나 온다. 처음에는 대구와 부산에서 각각 한 명씩 왔는데, 언제부터인지 이웃마을에 오던 장수들이 지나가는 걸음에 들러 나물을 사가다가 이제는 주기적으로 오고 있다. 마을에서도 대부분은 단골을 정해 팔기도 하지만 일부 주민은 값을 더 주는 장수를 골라가며 팔기도 한다.

이장은 주로 대구에서 오는 신 사장에게 물건을 주었는데, 이번에는 마을 스님이 달래를 팔려고 부른 도 사장에게 냉이를 같이 팔자고 해서 약속을 하고 오늘 아침부터 캤다.

낮에는 대구에서 온 신 사장에게 4.2kg 한 봉지에 2만 원씩을 받았다고 들었다.

스님의 부탁도 있고해서 저녁 6시에 온 도 사장에게 물건을 주었는데 한 봉지에 1만 7천 원씩을 준다고 한다. 낮에 2만 원 했다고 하니, 그렇게는 못하겠다고 한다. 그러면 내일 판다고 하고 짐을 내릴려고 하니 1천 원을 더 주겠다고 한다. 내일까지 보관하기도 뭣해서 돈을 받았다. 10봉지에 20만 원을 받아야 될 것을 18만 원 받았으니 가만히 앉아 2만 원이 날아갔다.

냉이 농사는 올해로 2년째다.

냉이 농사짓기. 쪽파 사이에 냉이가 지천이다.  예윤희 기자
냉이 농사짓기. 쪽파 사이에 냉이가 지천이다. 예윤희 기자

충북 괴산이 고향인 동갑내기 귀촌인이 여름이면 냉이씨를 모아 9월에  뿌려 초봄부터 캐는 것을 보고 우리 마을에서는 너도나도 같이 따라하고 있다.

이장도 밭농사를 짓는 터라 고추골이나 무골 사이에 냉이씨를 뿌렸더니 지난해에는 4.2kg 80개를 캐서 약 160만 원을 벌었다.

오늘 하루에 캔 것이 10봉지.  예윤희 기자
오늘 하루에 캔 것이 10봉지. 예윤희 기자

 

오늘 하루에 10봉지를 캤다.

올해도 지난해 정도는 캐서 벌려고 마음 먹었는데, 첫날부터 가격이 맞지 않는 걸 보니 올해는 시작도 늦어 지난해의 반도 건지기 힘들것 같다. 일하기 싫은데 핑계대고 내 버리려니 아깝고 큰일이다. 

마치고 돌아오는데 스님이 미안하다고 하시며, 설에 들어온 쌀 10kg 한 포대를 기어이 내 차에 올려주신다.

쌀 값은 스님 모르게 보시함에 넣어 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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