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가리(새박덩굴)의 뿌리, 열매, 열매껍질은 각각 다른 이름을 갖고 있다
박주가리(새박덩굴)의 뿌리, 열매, 열매껍질은 각각 다른 이름을 갖고 있다
  • 정지순 기자
  • 승인 2020.08.1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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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양강장 효능 탁월
나마, 나마자, 천장각은 모두 박주가리에 딸린 이름
박주가리 꽃과 열매. 정지순 기자
박주가리 꽃과 열매. 정지순 기자

‘박주가리’는 긴 줄기로 다른 식물체를 감고 사는데 덩굴손이나 가시와 같은 특별한 덩굴 수단은 따로 없다. 땅속줄기처럼 보이는 뿌리를 길게 뻗으면서 한 장소에 오래 정착하며 큰 무리를 만든다. 식물체가 상처를 입으면 백색 유액이 나온다. 흰색의 유액에는 독성분이 들어있어 꼬리명주나비와 같은 곤충 애벌레가 이 유액을 방어물질로 활용한다. 포식자들에게 식욕을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이고, 자극적인 약성으로 심한 구토를 일으킨다. 한번 경험한 포식자는 다시는 이 애벌레를 거들떠보지 않는다.

오래전부터 선조들은 박주가리 종자에 붙어 있는 면사상(綿絲狀) 털에 의지했다. 민초들이 삼베나 명주로 만든 ‘옷 같은 옷’을 장만했던 시절은 얼마 되지 않는다. 불과 일이백 년 전까지도 그랬다고 하니, 박주가리가 유용식물자원이 될 수밖에 없었음을 짐작케 한다. 그래서 글자나 한자가 없던 때에도 그 이름은 있었을 것이라 한다.

한글명 박주가리는 20세기 초 기록에 처음 등장한다. 박주가리란 명칭은 순수한 우리 이름이며, 어느 지방의 방언이었을 것이다. 그 기원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름 속에 아름다운 내력이 있어 보인다. 박주가리의 박(열매)과 그것이 쪼개지는 형상에서 이름의 유래가 있을 것 같다. ‘박-쪼가리’이다.

박주가리가 다른 식물체을 의지 감고 올라가며 번식하고 있는 모습. 정지순 기자
박주가리가 다른 식물체을 의지 감고 올라가며 번식하고 있는 모습. 정지순 기자

‘박주가리’라는 이름 또한 우리의 정사가 고스란히 녹아든 문화적 소산인 고유 명칭으로 보인다. 초가을 박이 쪼개지면서 나타나는 박주가리의 면사 달린 종자는 이듬해 늦은 겨울까지 달려있다. 바람에 종자가 다 날아가지 전에 이 면사를 모으면 겨울을 나기 위한 보온재로 활용할 수 있다. 선조들이 추운 겨울을 이겨내는데 일조했을 것이라 생각 된다.

박주가리 꽃, 열매, 잎, 씨, 모습 모아본것, 위키백과 문헌에서
박주가리 꽃, 열매, 잎, 씨, 모습 모아본것, 위키백과

‘박주가리’는 사람이 살거나 활동하는 지역에서 어디든 가까이 있으며 흔하게 서식한다. 긴 면사 털이 있는 종자는 사람의 이목을 끌 기에 충분하다. 약재로 이용되면서 명칭이 한자로 소개되기 전에는 민초들에게 생활 속의 들풀이었을 게다.

들풀 하나가 그냥 자연의 한 생명체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 속에 깊숙이 녹아들었다는 것이다.

박주가리과에 속하는 다년생 덩굴식물. 길이 3m 이상에 달하며 땅속줄기가 길게 뻗어 번식한다. 워낙 번식력이 강해서 기대고 올라갈 다른 식물체만 만나면 그걸 의지해서 정신없이 감고 올라가는 습성을 지닌 식물이며, 덩굴을 자르면 흰 젖 같은 유액(乳液)이 나오며, 잎은 마주나기로 나오며 긴 심장 형이고, 끝이 뾰족하며 가장자리는 밋밋하다. ‘하수오’ 잎과 흡사하게 보인다. 꽃은 7, 8월에 연한 자주빛이 도는 흰색의 꽃이 피며, 암꽃과 수꽃의 양성을 지닌 꽃이 있는가 하면, 수꽃 기능만을 하는 꽃송이도 있다고 한다. 열매는 9~11월에 익으며 표주박 같은 넓은 피침형이며 껍질이 배(船) 모양처럼 두 쪽으로 갈라진다.

특히 가을부터 겨울에 걸쳐서 반으로 쪼개진 열매속에서 면사상(綿絲狀) 털이 종자가 바람에 날리는 것이 인상적이다. 서식처는 숲 가장자리, 농촌 들녘, 길가, 제방, 하천 변, 습지 주변, 등이다. 이른 봄에 올라오는 새순은 삶아서 물에 우려내어 나물로 먹을 수 있는데 맛도 달달하고 괜찮다고 한다.

춘곤증으로 온몸이 나른하고 기운이 없을 때 박주가리의 순을 나물로 해서 밥을 쓱쓱 비며 먹으면 기운도 솟고, 씨는 성 기능 회복에 좋으며 밤의 능력자가 된다는 말이 있다. ◆전초와 뿌리는 '나마' ◆열매는 '나마자' ◆열매껍질은 '천장각'이라 부른다. 한국, 일본, 중국, 등지에 분포하며 꽃말은 ’먼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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