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속 함성 ‘함께하면 이겨낼 수 있습니다’
침묵 속 함성 ‘함께하면 이겨낼 수 있습니다’
  • 김미옥 기자
  • 승인 2020.03.05 19: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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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함께하면 이겨낼 수 있습니다. 대구경북 힘내세요!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만난 86세 박**, 81세 김** 어르신이 서로 거리를 두고 앉아 이야기를 나눈다.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만난 86세 박**, 81세 김** 어르신이 서로 거리를 두고 앉아 이야기를 나눈다. 김미옥 기자

 

3월을 맞이하는 햇살은 파란 하늘에 봄꽃을 터트린다. 조용한 일상의 변화 속에 대구 지역은 거리마다 대구시민 함께라면 슬기롭게 헤쳐 나갈 수 있습니다.’, ‘힘내라 대구경북! 이겨내자 대구경북!’등의 현수막이 즐비하다. 그 문구를 따라 두류공원에 다다랐을 때, 마스크를 낀 채 서로 간의 거리를 두고 주위를 걷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대구문화예술회관은 지난 220()부터 임시 휴관에 들어갔다. 대구지역 코로나 19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예방과 확산 방지를 위한 조치였다. 평소 같으면 다양한 공연과 전시, 교육이 어우러져 활기가 넘쳤을 장소에 ‘#힘내요 DAEGU 함께하면 이겨낼 수 있습니다!’라는 대형 현수막만이 햇살에 빛난다. 현수막이 보이는 벚꽃 아래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앉아있다. 달서구 두류동에 거주하는 86세 박**, 81세 김** 어르신과 이야기를 나눴다.

 

- 코로나 19 사태로 모두 집에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어르신은 이곳에 자주 나오시나요?

그렇지. 평소대로 나와서 좀 앉았다가 가고 그래.

- 달라진 점이 있나요?

사람들이 절반 이상 줄었어.

- 두 분은 평소에도 잘 알고 지내는 사이세요?

10년 정도 여기서 함께 윷놀이 하고 그랬으니까, 이곳에 오면 늘 만나지. 원래는 윷으로 재미나게 노는 사람들이 6~8명씩 모이는데, 코로나 19 사태로 이 근처에 사는 사람만 두서너 명 만날 수 있어.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여기 왔던 사람들은 지금은 전혀 오지 않아.

▶ 지금은 여기 와도 윷놀이는 할 수 없어. 그냥 조용히 앉았다가 가는 거지.

- 저쪽에도 사람들이 있는데 왜 이렇게 떨어져서 앉아 계세요?

사람들 많이 몰려 있지 말라고 해서 저쪽으로 가지 않고 멀찌감치 여기 있는 거지. 예전 같으면 저녁 6시까지 이 주위에 둘러앉아서 얘기하고 놀고 그러는데 이것 봐. 여기 있어도 조용하잖아. 나도 이제 바로 일어서야지.

- 그런데 요즘 마스크 구입하기는 어떠신가요?

뭐 살 수가 있어야지. 젊은 사람들은 줄 서서 잘 사는지 모르겠는데 사러 가면 없어. 어쩔 수 없이 빨아서 쓰고, 운동용 마스크 이런 것도 쓰고 그러지. 빨리 끝나야 할 텐데 정말 걱정이야.

대구시 달서구 문화예술회관 앞마당에 핀 벚꽃. 김미옥 기자
대구문화예술회관 앞마당에 핀 벚꽃. 김미옥 기자

 

어르신들은 평소와 다름없이 같은 자리에서 낮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시니어매일에 두분의 사진을 찍어서 올려도 되겠냐고 묻자 그제서야 웃음을 터트리며 허락해준다. 이야기를 나누는 내내 하루빨리 코로나 19 사태가 해결되길 바란다며 대구문화예술회관에 걸린 대형 현수막을 손으로 가리켰다. 지금의 힘든 시간을 이겨내려는 마음은 모두 한결같다. 봄볕 아래 우리 모두는 침묵 속에서 공감의 함성을 부르짖는다. “함께하면 이겨낼 수 있습니다.”.

대구문화예술회관의 대형 현수막 '#힘내요 DAEGU 함께하면 이겨낼 수 있습니다'. 김미옥 기자
대구문화예술회관의 대형 현수막 '#힘내요 DAEGU 함께하면 이겨낼 수 있습니다'. 김미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