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산 갓바위, 기도의 마음
팔공산 갓바위, 기도의 마음
  • 염해일 기자
  • 승인 2019.11.17 22: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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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꽃으로 단장된 갓바위 부처님(염해일 기자)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있는 첫 주 일요일인 11월 10일(일) 팔공산 갓바위를 찾았다. 선본사 대웅전에서 갓바위를 향하여 마지막 돌계단을 빙글빙글 돌아 오른다. 인자한 모습의 갓바위 부처님이 불자들을 반갑게 맞아주었다. 갓바위의 정식 명칭은 관봉석조여래좌상으로 선본사의 중심이라고 한다.

갓바위는 높이 4m의 대형불상으로 보물 제431호로 지정되어 있다. 불상의 머리에 갓 모양의 돌을 쓰고 있다. 오랜 세월 모진 비바람에도 자세가 변하지 않고 그대로인 것이 신기하다. 병풍처럼 둘러 싼 기암 바위들과 어우러진 불상의 인자한 미소가 불자들의 소원을 꼭 들어줄 것만 같다. 선본사는 갓바위가 자리한 상단, 대웅전이 있는 중단, 삼성각의 하단으로 된 특이한 가람배치를 하고 있다.

 갓바위 부처님을 향하여 많은 불자들이 불공을 드리고 있다. 대학수학능력 응시자의 부모님들이 자리에 앉아서 ‘자녀의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실력을 최대로 발휘하여 시험을 잘 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불공을 드리고 있다. 갓바위 부처님 바로 아래에서 스님이 목탁을 치면서 불공을 드리고 있다. 스님이 갓바위 부처님께 기도를 드리는 내용이 다양하다. 갓바위를 찾아온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소원을 모두 다 알고 있는 듯하다. 불공의 마지막에 “자녀의 대학수학능력시험 불공을 위하여 오신 불자님들은 모두 일어서라”고 한다. 그리고 입시기도 발원 불공을 드리고 있다.

“만월세계에 단정히 앉으시어 미혹한 중생들을 교화하시옵고, 열두 가지 큰 자비를 항상 행하시어 만 중생을 두루 구제하여 해탈케 하시는 갓바위 약사여래 부처님이시여, 저희들의 간절한 소원 멀리서 강응하시어 자비로써 섭수하소서. 갓바위 약사여래 부처님이시여! 오늘 대학입시 시험에 임하는 사랑하는 우리 자녀들은 부처님의 위없이 높은 위신력을 믿사오니, 노력하고 애쓴 만큼 보람을 얻을 수 있도록 보살펴주옵소서. 또한 보살의 구도정신을 본받아 신명을 다하여 학업에 열중할 수 있도록 지혜와 용기를 주시옵고, 부처님의 자비의 품에 안겨 실력이 날로 향상되어 소망하는 대학에 입학할 수 있도록 가피를 내려 주옵소서.

갓바위 약사여래 부처님이시여! 간절히 원 하옵나니, 끝없는 예적부터 삼업이 청정하지 못하여 지어온 모든 죄업을 참회하오니 다시는 악업을 짓지 않게 하시고 청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인도하여 주옵소서. 갓바위 약사여래 부처님이시여! 시험에 임하는 사랑하는 자녀들에게 문수보살의 밝은 지혜와 보현보살의 크신 행원과 관음보살의 한없는 대자대비하심을 갖게 하여 몸에는 일체 병고가 사라지고 신체가 강건하며, 마음은 밝고 총명한 눈을 뜨게 하시어 나가 널리 모든 사람의 참 빛이 되게 하소서. 약사여래 부처님 전에 간절히 기도 올립니다. 나무약사여래불, 나무약사여래불, 나무 십이상원 약사여래불”이란 불공을 드리고 있다.

불공이 모두 끝나고 난 후 스님이 “대학수학능력시험 하루 전날인 13일(수)에 비가 오든 눈이 오든 24시간 합격떡과 합격엿을 나누어 주니 받으러 오라”고 안내를 하였다. 부처님에게 불공을 드리고 스님의 안내까지 모두 끝나자 갓바위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팔공산 자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있다. 팔공산은 단풍으로 울긋불긋하다. 팔공산 골짜기마다 마을과 절들이 보인다. 가슴이 탁 트이면서 상쾌하다. 절마다 주차장 넓은 터에 차들이 가득하였다.

갓바위 부처님 아래 바위에 수능응시자 부모님들이 동전을 붙이고 간절한 기도를 드리고 있다(염해일 기자)

갓바위 부처님이 앉아 있는 바위 아래 부분에 대학수학능력 응시자의 부모님들이 바위에 동전을 붙이고 있다. 바위가 가팔라 동전이 잘 붙지 않는다. 여러 차례 시도하다가 동전이 붙는다. 동전이 붙으니 양손을 바위에 붙인 불자, 바위를 가슴으로 안은 불자들이 간절한 기도를 드리고 있다. 바위에 붙은 많은 동전들이 햇빛을 받아 반짝이고 있다.

갓바위 기도마당을 조성하면서 갓바위 기도마당을 지붕으로 하여 새로 만들어진 유리광전(琉璃光殿)으로 들어갔다. 유리광전에 삼천불을 봉안하고 실내를 기도 방으로 만들어 놓았다. 비가 올 때는 유리광전에서 갓바위 부처님께 불공을 드리고 있다. 삼천불마다 한 가족의 이름이 적혀 있다. 한 가족이 한 부처님을 봉안하고 있다. 유리광전에도 많은 불자들이 기도를 하고 있다.

유리광전에서 할머니가 손자의 고득점을 기원하는 간절한 불공을 드리고 있다(염해일기자)

ㄱ자 유리광전 방 중간에 커다란 바위가 누워 있다. 바위를 훼손하지 않고 있는 모습 그대로 살려놓고 유리광전을 지었다. 유리광전에 촛불을 켜고 소원을 비는 곳이 있다. 대학수학능력 응시자의 부모님들이 둥글고 커다란 연꽃 초를 사서 “X철웅 수능 고득점 소원”이란 소원의 글을 써서 촛불을 켜 놓고 불공을 드리고 있었다. 자기 자녀가 수능 칠 때까지 이 촛불이 활활 타오르면서 고득점의 소원을 빌어 주고 있단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응시자 모두가 고득점을 받기를 기원하면서 갓바위를 내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