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민복의 '긍정적인 밥'
함민복의 '긍정적인 밥'
  • 김채영 기자
  • 승인 2019.08.16 18:38
  •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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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15 집
2019-08-15 집

 

함민복의 ‘긍정적인 밥’

 

시詩 한 편에 삼만 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시집 한 권에 삼천 원이면

든 공에 비해 헐하다 싶다가도

국밥이 한 그릇인데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덥혀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직 멀기만 하네

시집이 한 권 팔리면

내게 삼백 원이 돌아온다

박리다 싶다가도

굵은 소금이 한 됫박인데 생각하면

푸른 바다처럼 상할 마음 하나 없네

 

시집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창비. 2006년 11월 10일

 

한때 ‘국문과는 굶는 과’라는 웃지 못 할 우스개가 있었다. 요즘 내가 쓰는 글은 조회 1회당 1원의 인센티브가 주어지면서 시작되었다. 직업을 가진 적 없는 나로선 냉혹한 현실을 체득한 셈이다. 퇴직자들의 여가선용일 뿐 밥벌이가 아니므로 그나마 가능한 것이리라. 더구나 글쓰기 좋아하는 나게겐 새롭고 신비한 도전이긴 하다. 열기를 뿜어대는 컴퓨터 앞에 앉아 자판과 씨름하고 있으면 슬그머니 다가온 남편이 등 뒤에서 이제 그만 하지, 한번 경험해 봤으면 됐지 않냐, 한다. 그래놓고 막상 기사가 실리면 재빨리 확인하고 댓글을 단다. 수시로 들락거리며 독자의 반응을 살핀다. 언행불일치에 난 그만 쓴웃음을 짓는다.

시인이 이 시를 썼을 당시에 시 한 편의 원고료가 3만원이었나 보다. 시집이 3천원이라니, 세월의 간극을 가늠하기 충분하다. 시를 문학의 꽃이라며 최고봉으로 꼽기도 한다. 그러니까 시인은 그나마 소액의 보수라도 받는 것이겠다. 수필의 세계는 더 험지라 할 수 있다. 시에 비하여 더욱 배고픈 장르란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내 글이 부족한 탓이겠지만 고료는커녕 책 한 권이 글값의 전부다. 그나마도 지면을 할애해주는 청탁이 들어왔다는 사실에 감사하는 상황이다. 그만큼 문예지의 열악함을 짐작하게 한다. ‘00문학상’이란 이름으로 제법 큰 액수의 상금이 붙으면 방앗간 앞을 지나는 참새처럼 흔들릴 수밖에 없다.

중얼거림 형식으로 전개되는 시상이 물욕에 찌든 마음을 씻어준다. 그렇다고 시인이 이슬만 먹고 살 수 없는 노릇, 특히 전업시인이라면 기본적인 생활이 될까, 걱정이 앞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인 밥’을 읽으면 이만한 벌이가 또 있겠나 싶기는 하다. 욕심 없는 시인의 소박한 의식 속으로 스며든 까닭이다. 불행은 불만족의 불평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라지 않던가. 세상만사를 만족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좀 부족해도 부족함을 인지 못하리라. 좋은 시 한 편으로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덥혀줄 수 있다면, 시집 한 권의 이문으로 굵은 소금이 한 됫박이라 생각하면, 푸른 바다처럼 상할 마음 하나 없을 것 같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