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황성공원 후투티의 모정
경주 황성공원 후투티의 모정
  • 이원선 기자
  • 승인 2019.06.05 16: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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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황성공원에서 만난 후투티
육추 중인 후투티의 삶을 엿보다.
먹이를 물어 날으는 후투티. 이원선기자
먹이를 물어 날으는 후투티. 이원선기자

후투티란 새를 보기 위해 경주에 있는 황성공원을 찾았다. 6월 초라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혹시나 하는 기대감에 2년 만에 다시 찾은 것이다. 머리꼭대기의 깃털은 크고 길어서 우관(羽冠)을 이루고 있는 탓에 인디아추장새란 애칭을 갖고 있는 새이기도 하다. 10시를 전후하여 도착했지만 벌써 많은 진사분이 저마다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촬영에 열중이다. 옆쪽 빈자리 하나를 차지하고 같이 어울린다.

얼추 육추가 끝나가는 듯 생각보다 먹이를 물어오는 횟수가 빈번하다. 촬영자에게는 좋은 호기로 부지런함을 요하지만 새에게는 피곤에 찌든 시기다. 그럼에도 불구 잠시도 쉬질 않고 둥지에 들락거린다. 지켜보는 사람 따위는 안중에 없는 듯 둥지를 들락거리는 모양새가 숭고하기까지 하다. 누가 가르쳐 주지도 않았지만 본능적으로 움직인다. 그것만이 자신이 지금 할 일이며 최선인 것을 아는 모양이다.

먹이를 물어 둥지를 찾은 후투티. 이원선기자
먹이를 물어 둥지를 찾은 후투티. 이원선기자

지네가 물려오고 노린재가 물러온다. 육안으로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작은 벌레가 수시로 물려온다. 소낙비가 내리는 듯, 콩을 볶는 듯 요란한 카메라 셔터 소리는 이미 귀에 익어 보인다. 간혹 가족과 함께 나들이 나온 꼬마가 발음이 시원찮아 뚜티~ 뚜티~”하며 다가설 때면 어쩔 수 없이 피신에 나서지만 이내 돌아와 땅을 두드리거나 후벼 판다.

어떻게 보면 공원의 쾌적함을 위해서 열심히 일하는 청소부 같다. 그들의 노력이 해충의 득세를 방지하기에 공원은 사시사철 안락한 것이다. 이들 부부 외에도 육추가 끝난 후투티를 포함해서 여러 종류의 새가 공원에 살고 있다. 그들이 잡아먹는 벌레와 유충의 수는 엄청나다. 그 많은 벌레들이 살아서 공원 내에 득세를 한다면 사람은 그들을 퇴치하기 위해서 약을 살포하는 등 또 다른 방법은 강구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일들이 자연의 법칙에 의거 해소되고 있는 것이다.

세상구경에 나선 어린 후투티 유조. 이원선기자
세상구경에 나선 어린 후투티 유조. 이원선기자

갑자기 전쟁이 난 듯 요란한 소리가 인다. 새가 날아드는가 싶어 둥지 주위로 눈이 가지만 날갯짓 따위는 없다. 그럼에도 요란하기에 둥지를 올려다보니 어린 유조 한 마리가 고개를 삐죽이 내밀어 주위를 살피고 있다. 아마 이소를 위한 예비동작 같다. 눈앞에 펼쳐진 신세계가 아기 새의 눈에는 어떻게 보였을까? 소풍 전날의 초등학생의 심정일까? 가마를 탄 새색시의 설렘 같을까? 어두컴컴한 둥지를 벗어나 맑고 밝은 세상을 처음 보는 느낌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몇 분 지나자 세상구경을 마친 듯 고개를 움츠려 녀석이 사라진 둥지 주변으로 긴 여운이 머문다.

그렇다면 새들의 지저귐을 노랫소리로 듣고 그들의 아름다운 날갯짓을 카메라에 게걸스럽게 담는 인간만 늘 덕을 보고 있는 걸까? 그런 이유라면 인간들은 너무 이기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은 모양이다. 카메라를 설치하는 등 인간들이 주야로 득실거리려 그들의 삶을 방해하는 이 곳을 구태여 떠나지 않는 주된 이유는 무엇일까? 후투티란 새도 그렇지만 작고 힘없는 새들은 사람보다 더 무서운 것이 천적인 새홀리기, 황조롱이, 올빼미 등 맹금류와 들고양이, 청솔모 등의 육식성 동물들이다. 그들의 위험으로부터 가장 안전한 곳은 어딜까? 그런 장소가 사람이 있는 곳이란 걸 그들은 오랜 경험으로 알고 있는 것이다. 최소한 사람이 있는 동안에는 그런 천적들로부터 안전이 보장 된다는 점이다. 간혹 청솔모 따위가 둥지 주위에 얼쩡거리면 사람들은 애써 쫒아버린다. 자연의 법칙에 위배되는 행위이지만 눈앞의 참사를 그냥 묵과할 수 없으며 좋은 오락거리가 없어짐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어떻게 보면 서로가 서로를 필요해서 윈윈, 공생하고 있는 것이다.

후투티 쵤영에 열중인 조류학 박사 윤무부씨. 이원선기자
후투티 쵤영에 열중인 조류학 박사 윤무부씨. 이원선기자

한편 이날 경희대학교 명예교수이며 조류학박사인 윤무부씨가 함께 자리를 했다. TV에 출연할 당시의 체력은 아니지만 여전히 노익장을 과시했으며 뒤늦게 도착한 그를 위해서 조금씩 자리를 양보하여 함께 촬영에 임했다. 그런 와중에도 여러 곳으로부터 새들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는 것으로 볼 때 그의 명성이 단순히 조류학박사라는 명함에 있지 않음을 실감했다.

이날 12시가 조금 지난 시점에 이르자 오전에 머리를 내밀어 신세계를 체험한 유조 한 마리가 힘찬 날갯짓을 시작으로 새로운 삶은 위해서 날아갔고 곧바로 어미 한마리가 뒤를 따랐다. 아마 2~3일은 어미의 보살핌을 받으며 지낼 것이다. 그러다가 내년이 되면 그도 이곳에서 포란을 하고 육추를 하는 등 후투티의 일생으로 살아갈 것이다.

깃털 몇개가 없어 엉성해 보이는 후투티. 이원선기자
깃털 몇개가 없어 엉성해 보이는 후투티. 이원선기자

유조 한 마리가 떠나자 대부분의 사람들이 둥지가 빈 걸로 알았다. 헌데 여전히 먹이를 물어 나르는 어미가 있다. 아직 둥지 안에는 어린 유조가 더 있는 모양이다. 둥지가 좁다보니 위쪽의 유조가 많은 먹이를 차지한 탓에 같은 형제지만 이소하는 시간차가 많이 나는 모양이다. 한 마리는 떠났지만 남은 유조를 위한 육추가 시작된 것이다. 싫어하거나 주저하는 기색 없이 기계처럼 움직인다. 그런 삶을 숙명으로 받아들여 열심이다. 몸이 부서져라 움직였는지 깃털 몇 개가 빠져 보인다. 그렇다고 결코 포기란 없다. 날갯짓에 힘을 싫어 공중으로 몸을 띄우는 한 계속될 것이다. 아마도 2~3일은 더 있어야 모든 육추가 끝날 것 같다고 다들 입을 모은다. 그 시간을 참 행복으로 여겨 둥지를 오리내릴 것이다.

연신 샷더 소리가 요란하고 새는 먹이를 물어 둥지를 들락거리는 공원에는 활기가 넘친다.

 

후투티라 새는?

몸길이 약 28cm, 날개길이 약 15cm이다. 깃털은 검정색과 흰색의 넓은 줄무늬가 있는 날개와 꽁지, 그리고 검정색의 긴 댕기 끝을 제외하고는 분홍색을 띤 갈색이다. 머리꼭대기의 깃털은 크고 길어서 우관(羽冠)을 이루고 자유롭게 눕혔다 세웠다 하는데 땅 위에 내려 앉아 주위를 경계할 때나 놀랐을 때는 곧게 선다. 우관을 이루는 깃털의 끝은 검고 뒷부분 깃털에는 끝에 흰색 띠가 있다. 윗등은 분홍빛이 도는 갈색 또는 회갈색이고 허리 윗부분은 젖빛과 검은색의 띠를 이룬다. 허리 아래쪽 배는 흰색이다. 부리는 길고 밑으로 살짝 굽어 있다. 날 때는 천천히 파도 모양으로 난다.

한국에서는 중부 이북 전역에서 볼 수 있는 흔하지 않은 여름새이다. 구릉이나 야산의 나무숲에서 번식하며 때로는 인가의 지붕이나 처마 밑에서도 번식한다. 단독 또는 암수 함께 살고 주로 땅 위에서 생활한다. 46월에 58개의 알을 낳아 암컷 혼자 1619일 동안 품는다. 새끼는 부화한 지 2027일 만에 둥지를 떠난다. 먹이는 곤충류의 유충을 비롯하여 딱정벌레·나비··파리·거미·지렁이 따위를 잡아먹으며, 성장 기간에는 주로 땅강아지와 지렁이를 먹는다.

북위 약 58 °이남의 유라시아대륙과 아프리카대륙 전역에 분포하며, 북부의 번식 집단은 열대지방까지 내려가 겨울을 나고 한국에는 아시아 동부의 번식 집단이 찾아온다. 아시아의 남쪽 번식 집단은 텃새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후투티 [hoopoe] (두산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