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나무
부모 나무
  • 김외남 기자
  • 승인 2019.05.26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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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 두 편

 

                                                      

 

부모 나무

 

여기저기 꽃 잔치 한창인 어느 봄날

질정 없이 이곳저곳 바쁘게 쏘다니다가

밑둥이 사그라진 고목 한그루 만났다

 

삭아진 아랫도리로 온몸을 지탱하고

넘어질세라, 넘어질세라 안간힘 써가며

그래도 버텨온 몸통 초록 녹음 펼쳤다

.

가을도 아닌데 우수수 낙엽 지고

겨울도 아닌데 엄동설한 바람 일고

뙤약볕 한여름에도 한기마저 들던 歲月

 

베어진 상처에 선지피 낭자하고

장마철도 아닌데 흙탕물 질척일 때

지친 몸 허우적이며 용으로 견뎌 냈다

 

넝마 된 마음 자락 얼기설기 꿰매며

숭숭 뚫린 장기에서 쇳소리 절렁일 때

가물 탄 골짜기에서 폭포 소리 요란할 때도

 

부모기에 그렇게 하지않으면 안 되었기에

내게 주어진 삶을 온 힘으로 떠받치며

오늘도 하늘을 향해 내 맘속 숲 일군다

 

 

부모 마음을 사진과 시조로 풀어보았다. 이 자식 저 녀석 행여 남보다 뒤질세라, 잘사는 아이들 틈에서 못사는 놈 주눅 들세라, 넝마된 마음자락을 겉으로는 태연한 척 번지르르 비단같이 얼기설기 꿰매기도 했다. 이 구멍 저 구멍 마음 새는 자리마다 쇳소리도 절렁댔다. 개울이 가물어서 바짝 말라 물고기 씨도 없는데 난데없는 폭포소리로 요란했다.

가뭄 날씨 때문일까 설익은 초목은 마른 잎사귀를 우수수 떨어드리고 겨울도 상기 멀었는데 엄동설한인 양 칼바람이 일 때도 있었다. 마디마디 시린 손끝이 트고 갈라져 피도 났다. 아직 여름도 아닌데 부실한 몸에서는 식은 땀이 주르르 흘러내렸고 장마철도 아닌데 누른 흙탕물이 질척여서 아랫도리를 적셨다.

그 질척한 진흙탕을 가까스로 허우적거리며 빠져나와 갈팡질팡 걸어가는 것이 부모마음이다. 속은 썩어서 아래 둥치는 주저앉기 직전이지만 그래도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위를 보며 푸른 잎사귀로 내 숲을 만들어 하늘로 향한다. 이 나무의 삶이 흡사 부모의 삶과 같아 시조로 엮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