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풀 시니어] (257) 전도몽상(顚倒夢想)
[원더풀 시니어] (257) 전도몽상(顚倒夢想)
  • 김교환 기자
  • 승인 2024.03.07 0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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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반의 훌라훌라 춤추는 탬버린 발표회 모습.   사진= 정지순 기자
훌라훌라춤에 맞춰 탬버린을 흔드는 시니어들. 시니어매일DB

 

두 스님이 산길을 가다 고개를 넘자 참외밭이 나타난다. 젊은 스님이 노(老)스님께 풀죽은 소리를 한다. “스승님, 이젠 배가 고파 도저히 더 이상 못 걷겠습니다.” 그러자 老스님은 참외밭을 가리키며, 저기 가서 빨리 잘 익은 참외를 따오라고 했다. 젊은 스님은 원두막 주인 모르게 다가가 몰래 참외를 따려는 순간! 老스님이 “도둑이야!” 하고 크게 소리친다. 원두막 주인이 깜짝 놀라 황급히 달려 나오자, 젊은 스님은 다리야 날 살려라! 죽어라고 달아난다. 한참 후에 두 스님이 다시 만나자 젊은 스님이 볼멘소리를 한다. “스승님! 세상에! 참외를 따오라고 시켜놓고 ‘도둑이야!’ 하며 소리치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老스님이 벙긋이 웃으며 타이르듯 “야 이놈아! 아까는 너무 배가 고파 한 걸음도 못가겠다고 칭얼대더니, 좀 전 참외 밭에선 잘도 내 빼던구나! 그래 이놈아! 아까 허기져 한 걸음도 못 걷겠다고 투덜거리던 니놈이 너이냐? 아니면 참외 밭에서 죽으라고 내달리던 니놈이 너이더냐?”

인간은 누구나 처해진 환경이나 마음가짐에 따라 어떤 경우엔 착한 행동을 하고 어떤 경우엔 거짓된 행동을 하기도 하니 참된 자신을 모를 수 있다. 같은 일을 두고도 나 자신에 대해서는 그럴만한 충분한 이유와 함께 합리화하고 남이 하면 가차 없이 가혹한 비난을 퍼붓는 이중 잣대의 ‘내로남불’이야말로 착각의 표본이다. 보편적으로 상대방은 나를 볼 때 자기의 보고 싶은 대로만 보고 자신은 상대방에게 보여 주고 싶은 면만 보여주면서 자신을 좋은 사람의 틀에 묶어 두려함이 인간의 본능이다. 그래서 소크라테스도 “너 자신을 알라”고 했다.

전도몽상(顚倒夢想)이란 반야심경에 나오는 글귀인데 顚倒는 모든 사물을 바로 보지 못하고 거꾸로 보는 것이고, 夢想은 헛된 꿈을 꾸고 있으면서도 그것이 꿈인 줄 모르고 현실로 착각한다는 것이다. 갖고 또 가져도 만족을 모르는 유일한 동물이 인간이라고 들었다. 평생을 돈에만 집착하여 젊을 때 돈 벌어 늙어서 잘 살겠다는 잘못된 생각으로 돈의 노예가 되어 쓰기 위해 모으는 게 아니라 모으기 위해 일 하다가 늙어버린 뒤 후회하는 것이 인간이다. 건강을 해친 다음에 벌어놓은 돈 병원비로 다 가져다 주거나 아니면 자식들 간 싸움만 붙이는 어리석은 자가 인간이다. 자기는 영원히 죽지 않을 것처럼 먹고 싶은 것 참고 값 비싼 좋은 옷과 가구들을 쌓아놓기만 하다가 곁에 두고 써 보지도 못하고 간다.

자신을 한번 돌아보자. 무언가 하고 싶고, 되고 싶고, 가지고 싶어서 땀 흘려 노력하며 살아온 인생, 아직도 하고 싶고, 되고 싶고, 갖고 싶은 것 남았는가? 자신에게 너무 과한 의미부여와 평가를 하고 있는 건 아닌가? 우리가 진정 힘드는 것은 원하는 것을 갖지 못함이 아니라 원하는 그 마음을 내려놓지 못하는데 있다. 욕심 때문에 건강, 인심, 덕망 등 많은 것을 잃는 ‘노탐대실’이 되어서는 안 된다. 몽상은 헛된 꿈을 꾸면서도 그것이 현실로 착각하는 것이다. 어느 임종하는 환자 앞에서 의사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후회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물었더니 가장 많은 답이 ‘내 맘대로 하면서 살 걸...’이었다고 들었다. 행복을 곁에 두고도 다른 곳을 찾아 헤매는 어리석음은 안 된다. 이제 삶을 눈으로 만 보지 말고 가슴으로도 살피면서 내가 가진 만큼 즐기며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