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우충수(濫竽充數)
남우충수(濫竽充數)
  • 김종기 기자
  • 승인 2024.02.18 20:40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머릿수만 채우는 의원님이 되지 않기를

중국 춘추시대 제나라의 선왕은 우(竿, 생황 · 피리) 합주를 좋아해서 300여 명이 함께 불도록 했다.

숫자가 많다 보니 그중 피리를 불 줄 모르면서 그냥 시늉만 내는 사람도 많았다. 그중 남곽 이라는 사람도 제대로 불 줄 모르고 흉내만 내면서 녹봉을 받았다.

선왕이 죽고 왕위에 오른 민왕은 합주보다 독주를 좋아해 한 사람씩 연주하도록 했다. 남곽은 피리를 불 줄 모르니 연주를 할 수 없어 야반도주했다. 이 이야기는 한비자(韓非子) 내저설상(內儲說上) · 칠술(七術)에 나온다. 한비자가 임금이 신하를 다스리는 일곱 가지 방법을 설명했다.

남우충수(濫竽充數)라는 말은 남곽의 야반도주를 예로 들면서 나왔다. 대학교수들이 뽑은 2023년 사자성어 중에 견리망의. 적반하장에 이어 3위를 하기도 했다.남우충수를 직역하면 넘칠 남(濫), 피리 우(竽), 채울 충(充), 숫자 수(數) 즉, 피리를 불 줄 모르는 악사들이 넘쳐난다는 말이다. 재능이 없는 사람이 전문가 사이에 끼여 머릿수만 채우는 것을 의미한다.

조직이나 단체에 능력이 없는 사람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면서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할 때 하는 말이기도 하다. 능력이나 실력이 없다는 것을 우선은 속일 수 있지만 결국은 들통난다. 이런 경우는 우리 주변에 쉽게 찾을 수 있다. 저런 능력으로 어떻게 저 자리에 갔을지 하는 생각이 드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은 부하직원에게 책임과 의무만 요구한다. 직장뿐이 아니다. 국민의 뜻을 대신하겠다던 지역의원이나 국회의원 중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오는 4월 10일은 22대 국회의원 총선거일이다. 정치권에서는 공천심사가 한창이다. 당마다 국민과 국가를 위해 이바지할 능력이 있는 사람을 선택한다고 분주하다. 이는 당연하고 마땅한 일이다.

22대 국회의원 총선거 출마자 가운데 능력도 없으면서 지연, 학연, 혈연 등을 통해 선택되는 당선자가 없어야 한다. 설사 선택이 된다고 해도 스스로 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되면 머릿수만 채우지 말고 하루빨리 그만두어야 할 것이다.

이번 총선은 국가와 사회 발전을 위해 국민을 대변하는 일꾼이 아니라 선거를 통해 개인의 명예를 탐하기 위해 자리에 연연하는 인물을 주민들이 나서서 검증하는 시간이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