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물가마우지에 점령당했던 수성못 다시 시민의 품으로
민물가마우지에 점령당했던 수성못 다시 시민의 품으로
  • 안영선 기자
  • 승인 2024.02.15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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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수성구에 있는 수성못은 시민들의 휴식처다. 어느 순간부터 아름다운 수성못 안의 섬, 둥지섬의 나무들이 하얀색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수성못(둥지섬)은 철새들의 서식처였는데, 최근 3년 사이에 텃새화한 민물가마우지 400여 마리가 점령해 집단 서식하면서 이곳에 터를 잡고 살던 왜가리, 물닭, 청둥오리 등을 밀어내고 주인인 양 떡하니 자리를 차지했다.

둥지섬을 차지한 가마우지들. 안영선 기자

아름다운 수성못을 되찾기 위해 수성구에서 발벗고 나섰다. 김대권 수성구청장은 ''수성못 둥지섬 생태 복원을 위해 5년의 장기 계획을 수립해 생태 단계별로 체계적인 관리를 시행하겠다''고 선포했다. 둥지섬의 산성도를 측정하여 산성 토양에 강한 개나리 등의 화목류를 심어 토양의 오염을 줄이고,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가마우지 둥지 62개를 철거하고, 소방헬기를 동원하여 수목을 세척하였다. 고압 살수장치인 스프링쿨러를 설치해 살수를 하고, 조류 기피제도 설치했다. 또 초음파 퇴치기를 설치 등 여러 조치를 취했다.

스프링쿨러의 수목 세척. 안영선 기자

설날 전후에는 민물가마우지 개체수를 조절하고, 둥지섬의 생태를 보호하기 위해 독수리연(천적 모형) 40개를 수성구청 녹지과에서 설치했다. 또한 2028년까지 5년에 걸쳐 추진할 '수성못 둥지섬 생태계 보호를 위한 민물가마우지 개체 수 조절 조치 계획'도 마련했다.

독수리 연이 설치됐다. 안영선 기자

이 같은 수성구의 노력에 현재 둥지섬에는 민물가마우지 집단이 사라졌고, 낮 시간 대에만 10여 마리가 빙빙 돌다가 다른 곳으로 날아가곤 한다. 민물가마우지는 하루에 민물고기를 700g씩이나 먹는 최상위 조류포식자로, 평균 수명이 15년이나 된다. 매년 3~5개 정도의 알을 낳아 키우는데, 한 곳에서 번식에 성공하면 다음 해에도 또 번식지로 찾아오는 습성을 가진 조류다.

수성못의 물은 깨끗하기로 소문이 나 있다. 1.8km의 신천수 유입 관로를 통하여 하루 1만톤의 신천의 맑고 깨끗한 물을 유입한다. 이 물은 약 70일 정도 수성못에 머물다가 범어천으로 흘러 다시 신천으로 흘러간다. 인공적이긴 하지만 신천- 수성못- 범어천- 신천으로 연결되는 친수 공간이다. 수성못은 대구 시민의 건강과 휴식의 공간이며 시민의 놀이터요, 문화 공간이고 만남의 장소이기도 하다. 민물가마우지에 점령당했던 수성못이 다시 시민의 품으로 돌아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