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날, 최후 날
최초의 날, 최후 날
  • 장명희 기자
  • 승인 2024.01.16 13: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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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떠오르는 태양
작은 풀꽃 하나 감사해야

우리는 남들처럼 뒤처지지 않게 살아가려고 많은 노력을 한다. 사람들은 대부분 화려한 집에, 멋진 승용차에 더 많은 것을 가지기 위해서 앞뒤 돌아 볼 여유도 없이 온몸을 불사르며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욕심이 화를 만든다. 다른 사람의 뒤통수만 바라보고 달려온 우리 가운데 한 사람이 바로 ‘나’ 일지도 모른다.

어느 날 갑자기 참을 수 없을 만큼 심한 두통이 남편에게 찾아왔다. 가족들의 권고로 종합병원을 찾게 되었다. 병원은 언제나 아픈 사람들로 만원이었다. 평소 건강하다고 자부한 자신했는데 이런 아픔이 찾아올 줄 몰랐다. 자신도 아픈 사람의 한 사람으로 병원에 들어서니 마음이 찹찹했다.

의사가 심각한 얼굴로 “아직 단정적으로 말씀드리기 이르지만, 조금은 기다려 봐야 할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남편은 의사에게 “그럼, 암이란 말입니까”라고 말했다.

의사는 “검사 결과는 며칠 후에 나옵니다”라고 대답했다.

남편은 의사에게 “위로의 말씀은 하지 마십시오. 다 압니다. 직장 동료도 저와 같은 증상으로 몇 달 후에 저 세상으로 떠났지요”라고 말했다.

남편은 의사 앞에서는 내색하지 않고 담담한 표정으로 병원 문을 나섰다. 아내의 부축을 받으면서 나왔다. 평소 파란 하늘을 한 번도 바라보지 않고 정신없이 달려온 나날들이 후회스러웠다. 조각달이 자신을 위로해 주는것 같아 품에 안겼다.

집에 돌아와 보니 아내가 불쌍하고 살아온 삶이 너무 원망스러웠다. 달리기 선수도 아니면서 무작정 앞만 보면서 달려야만 했던 순간들. 만약에 선수로 그렇게 열심히 달렸으면 금메달이라도 받을 수 있었을 텐데. 아내의 눈물이 자신의 눈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하고 싶었던 일, 바쁘다는 핑계로 미루어 두었던 일, 6개월만 더 시간을 준다면. 이래서 만약이라는 조건의 법칙이 성립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1년만 더 연장된다면 생활 습관이 달라질 텐데. ‘한 번 멋지게 살아보지도 못하고 그냥 아등바등 살다가 이렇게 죽다니’ 신이 원망스러웠다.

‘왜 나에게 한 번도 행복이라는 것을 느끼지 못하게 했습니까?’ 밤이 새도록 가족들 몰래 울기만 했다. 며칠 후 결과를 보러 병원으로 갔다. 의사가 빙그레 웃으며  “죄송한 말씀을 드려야 하겠습니다. 제가 오진을 했습니다. 암세포가 아니라 작은 종양이었습니다”라고 말했다.

갑자기 밀려드는 작은 햇살의 힘으로 눈물이 흘렀다. 감사의 눈물이었다. 매일 떠오르는 태양도 찬란하게 비춰주는 일이지만, 감사함을 모르고 살았다. 병원 밖으로 나오면서 정원에는 아름다운 풀꽃들이 피어있었다. 이렇게 마음의 창을 밝게 해주는 풀꽃이 정말 고마웠다. '왜 너희들이 거기 있는데 스쳐 지나가야만 했지, 너무 미안했다' 겸손을 배웠다.

입으로 스며드는 신선한 공기를 이제껏 모르고 지냈다. 비바람이 스쳐 지나간 후 행복을 제대로 알수있을 것 같았다. 살아있는 생명의 고귀함을 다시 한번 느껴 보며, 주위에 작은 생명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생겼다. 모두가 사랑하는 이웃이고 함께 걸어가야 할 운명 속에서 살아가는 따뜻한 가족이라는 것을 늦게 깨달았다.

분명한 것은 죽음은 어느 날 갑자기 누구에게나 찾아온다는 사실이다. 늘 준비하고 깨어나 후회 없는 삶으로 지금, 이 순간을 소중하게 감사하게 받아들이는 지혜가 있어야 할 것 같다. 그러므로 하루하루를 자신의 최초의 날인 동시에 최후의 날이라고 생각하면서 살아야 될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