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치와 분수
염치와 분수
  • 한완수 기자
  • 승인 2024.02.2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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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은 법의 최소한이다." 독일의 법학자 엘리네크가 처음 한 말이다. 사람이 함께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수많은 도덕적 규범이 필요하지만 최소한으로 지켜야하는 것이 법이라는 말이다.

현재 우리 나라는 국내외적으로 많은 어려움에 처해 있다. 2022년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전쟁이 3년에 결쳐 진행되고 작년 10월 7일에는 하마스의 이스라엘에 대한 기습 공격이 있었으며 이로 인하여 겨우 안정되어 가던 원유값의 상승과 물류비 증가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적으로는 4월 총선을 앞둔 여야간의 반목이 최고조에 달하여 거대 정당인 국민의 힘과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하여 제3지대까지 정치권에서는 민생을 돌볼 틈 없이 온통 총선에 올인하고 있는 실정이며 의대생 증원문제로 정부와 의료계가 첨예하게 대립하여 의사들이 현장을 떠나고 있어 국민들은 수술을 연기해야하고 제때 진료를 받지 못하는 등 의료대란으로 인하여 온 국민들이 마음을 졸이고 있다.

북한 또한 새해들어 사흘 연속 서해 서북도서 인근에 포사격을 실시하였고 지난달 14일에는 동해상으로 중거리급 탄도미사일을 발사하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을 위배하였으며 북한의 김정은은 "대한민국이 자신들의 주적이고 전쟁을 피할 생각이 없다."고 공언하는 등 남북간의 긴장을 높이고 있는 실정이다.

"분수"는 사물을 잘 분별하고 헤아리는 슬기를 말한다. 소와 사자의 사랑이야기가 있다. 소와 사자는 서로 열렬히 사랑하여 소는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신선한 풀을 사자에게 줬으며 사자는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사슴고기를 소에게 주었다. 하지만 소가 사슴고기를, 사자가 풀을 계속 먹을 수는 없었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것을 상대에게 주었지만 결국은 헤어지게 되었던 것이다. 우리는 목표를 세우고 그를 달성하기 위하여 노력을 한다. 그런데 현재의 위치를 잘못 파악한다면 노력할수록 목표와는 더욱 멀어진다. 나의 현위치를 잘 분별하고 헤아려야 목표에 가까워질 수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것을 의식주라고 부른다. 먹지않고는 살아갈 수 없기에 "식"이 더 중요할 것 같지만 "의"를 앞세워 부른다. 왜일까? 염치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다. "염치"는 체면을 생각하거나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을 말한다. 정치를 비롯한 사회전반에서 벌어지고 있는 부조리 현상들은 법과 제도가 없어서가 아니다. 부끄러움을 모르고 자기의 이익만 추구하여 법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법꾸라지들이 문제다. 아무리 촘촘한 법의 테두리가 있어도 지키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정당하게 법이 집행되려면 양식과 양심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우리는 이를 지키지 않는 무리를 응징해야 사회가 건강해 진다.   

현재 우리 나라는 세대별, 지역별, 계층간의 갈등으로 국론이 분열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국가소멸이 우려되는 저출산 문제를 비롯하여 많은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우리의 바람이 단순히 오래 사는 것만은 아니다. 톨스토이가 "우리는 왜 사는가"라는 소설에서 말했듯이 서로 사랑하며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바란다. 서로가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각자가 염치를 지키고 자신의 분수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성경 야고보서에 "듣기는 빨리 하고, 말하기는 더디 하고, 분노하기도 더디 해야 한다"라는 구절이 있다. 자신의 이익만 추구하지 말고 서로 용서하고 화해하는 전국민의 지혜로 이 어려움을 헤쳐나가는데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