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아트웨이 청년 키움 프로젝트 ‘어느 날 ( )은/는/이/가 말을 걸었다.’ 전시
대구아트웨이 청년 키움 프로젝트 ‘어느 날 ( )은/는/이/가 말을 걸었다.’ 전시
  • 염해일 기자
  • 승인 2024.01.06 13: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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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아트웨이 청년 키움 프로젝트 2부 전시
이슬아 작가의 '흙'작품 전시 염해일 기자

대구문화예술진흥원이 2023년 12월 5일(화)부터 2024년 2월 17일(토)까지 대구아트웨이(범어역 지하 11번 출구) 스페이스 1~4에서 2023 범어길 프로젝트 2부 ‘어느 날 (    )은/는/가 말을 걸었다.’란 주제로 전문 예술가들이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2023 범어길 청년 키움 프로젝트 2부 ‘어느 날 (   )<은/는/이/가> 말을 걸었다.’에서 어느 날 문득 말을 걸어온 대상과 삶의 주체인 ‘내’가 깊은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동양에서 우주를 구성하는 요소로 보았던 물(水), 불(火), 나무(木), 쇠(金), 흙(土) 다섯 가지를 매개체로 김승환, 백수연, 이상헌, 이슬아, 이창운, 홍근영 여섯 명의 시각 작가들이 조각, 영상, 설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생성과 순환, 분열과 소멸 등으로 나타나는 상호작용에 의한 작품과 그것을 만들어낸 예술가 또는 그 밖의 어떤 대상이 건넨 메시지를 통해 새로운 시각과 생각의 전환을 경험할 수 있다. 삶의 주체인 나의 존재를 다시금 인식함과 조화로운 삶으로 나아가기 위한 자기 성찰의 시간이 되기를 기대하였다. 

스페이스 1에는 백수연의 '물'이란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멈추지 않고 흘러가는 물을 따라 찾아간 곳 자연을 배경으로 색과 소리가 사라진 화면 속에 한 여인이 등장한다. 그녀는 아주 천천히 조심스럽게 바위, 물, 바다에 다가가 기대거나 엎드리고, 안으며,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였다. 

물과 몸의 만남을 통해 자연이 보내는 메시지를 자신의 마음으로 충분히 느끼고, 그 마음에 충실하기 위해 또다시 작가는 물을 따라나선다. 그리고 물과 함께 물을 따라가 보고자 손을 내밀었다. 

스페이스 2에는 이창훈의 '쇠로 만든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위에서 아래로, 아래에서 위로 빙글빙글 스테인레스 레일 위로 굴러가는 공을 따라 시선이 움직인다. 작가는 개인의 삶을 서로 다른 이동궤적을 가진 작품들로 설정하고, 각각이 모여 군집을 이룰 때 확장된 사회 전체를 재현하였다.

작가는 일정한 움직임을 통해 안정감과 균형감 있는 현대 사회의 모습을 은유적으로 표현함과 동시에 스테인레스 레일에서 언제 떨어질지 모를 긴장감으로 그 이면을 생각하게끔 한다. 또한 반복되는 당연한 현실을 일깨워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삶으로 환기하려는 움직임을 작품에 담아냈다.

스페이스 3에는 홍근영의 '도자기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작가는 도자기 조각은 점토를 빗어 뜨거운 가마에 구워내는 과정을 거쳐야 탄생하게 된다. 작가는 이러한 과정으로부터 물질에 대한 탐색을 시도하고, 인간 본연의 모습에 한 걸음 다가서고자 하였다.  사람의 얼굴이나 몸의 이미지로 재현된 작품들은 지극히 사적인 경험이나 감정, 생각을 바탕으로 시작되지만 궁극적으로 인간과 관계를 맺는 대상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홍근영 작가의 '도자기'작품 전시 염해일 기자

때로는 기도 행위나 제단 위 성물과 같은 형태로 설치되기도 하고, 보는 이와 마주하게 되는 작품은 새로운 대상이 되어 그 너머의 또 다른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홍근영과 함께 김승환의 '불'이 전시되어 있다. 불의 발견은 김승환의 2021년 작품으로 바이러스로 인해 심각한 피해를 겪은 문화예술 생태계를 마주하며, 사회 경제 문화 과학 등 다방면이 발달한 현대 사회가 단 하나의 DNA로부터 무력해진 상황의 뿌리를 재고하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미래 세대에 물려줄 ‘새로운 불의 발견’은 당장 인류를 지켜줄 항바이러스 면역체계가 될 수도 있고, 과거로 돌아가 생태적이고 원시적인 삶을 사는 것일 수도 있다. 어떤 방향을 선택하던 인류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방식이나 새로운 불을 찾아 위기를 극복하고 다가올 내일을 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스페이스 4에는 이상헌의 '나무'로 만든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작가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의자는 작가의 유년 시절에 감정 오류로 인해 선택되어 진 기억의 상징물이다. 기억의 한편, 덩그러니 구석에 놓여 있던 의자는 마치 자신 모습과 같고, 스스로 극복해야 할 트라우마였다.

그러나 오랫동안 자발적 고립의 시간 속에서 나무를 깎고, 다듬으며 삶 속에서 겪게 되는 다양한 오류들을 단련함으로써 자신을 대변하는 ‘자아’로 새로운 소통의 창구로 전환 시킨다.

이상헌의 작품과 함께 전시된 이슬아의 ‘흙’작품은 작가가 독일 유학 생활을 빗대어 당시 평온했던 주변 풍경과는 달리 현실에 부딪히거나 주저앉고 휘어지며 부러졌던 자신 모습을 흙이 가지는 물질적 특성인 연성과 경성의 변화를 통해 표현하였다.

작가는 흙이 불을 만나 우연에 의해 매번 새로운 형상을 만들어내는 것처럼 사람들은 자신의 개성과 경험을 바탕으로 예측할 수 없는 삶의 모습을 그려 나간다. 그리고 매일의 삶이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더라도 결국 누구의 삶도 아닌 나의 삶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기타리스트 곽진규는 작품 전시 중인 2023년 12월 12일(화)과 12월 19일(화) 두 차례 쇠와 흙, 물 그리고 나무, 불이란 연주곡으로 지하 중앙무대에서 연주회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