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걷고 싶은 그 길
누구나 걷고 싶은 그 길
  • 장명희 기자
  • 승인 2023.12.11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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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에 감사하는 마음
물질에 집착보다 소박한 삶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기억에 지우고 싶은 길 또한 다시 걷고 싶은 길이 있다. 어느 길이든 인생에 있어서 좋든 싫든 걸어가야만 하는 것이 우리의 삶이다.

세월의 나이테는 얼굴에서도 나타난다. 화사하게 꽃처럼 아름답고 밝게 빛나는 사람 향기가 나는 사람이 있다. 누구나 가까이하고 싶은 충동이 생길 것이다. 살아가면서 사람의 마음을 얻는다는 것은 제일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주위에 좋은 사람이 많은 것은 그 사람의 살아온 자산이다.

옛말에 '얼굴 가져오너라, 이름 지어줄게'라는 말처럼 이렇듯 사람의 얼굴에 살아온 삶이 묻어 있다. 마음 씀씀이가 얼굴에 나타난다. 자신의 얼굴이 어떤 모습일까. 잠시 거울을 바라보면서 지난날을 되돌아보는 짧은 여유도 가져보면 좋지 않을까. 자신의 얼굴에 어떤 마음으로 이름을 지어볼까. 거창하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그래만 지나온 삶이 행복했다면 ‘행복’이라는 이름이라고 붙였으면 좋겠다.

유년 시절 먹을 것이 귀해서 뒷동산에 모사를 지낼 때였다. 추수하고 나서 조상님께 감사의 예를 표시하는 대대로 내려오는 전통 의식이다. 어머니께 졸라댔다. 추운 겨울에 모사 떡을 얻어 먹으러 산에 간다니까 걱정이 되셨던 어머니는 “그래, 베개 업고 가면 동생 데리고 왔다고 하면 떡을 두 몫 줄 거야”라고 하시면서 다담스레 등에 베개를 업혀 주셨다.

떡을 많이 얻어 먹는 설렘에 언덕길을 꽃고무신이 벗겨질세라, 홀짝 뛰어내러 가는 뒷모습을 떠올리면서 요즘도 가끔 말씀하신다. 이맘때쯤인가 어르신들의 모사 지내는 풍경을 지켜보면서 떡을 얻기만을 기다렸다. 너무 지루했다. 연세가 지극하신 할아버지께서 “얘야! 너는 동생 업고 와서 떡을 많이 줘야겠구나”라고 하시면서 작은 고사리손에 몇 조각의 떡을 쥐고 집으로 달려왔다.

어머니께서는 발갛게 추위에 언 손에 몇 조각의 떡을 보시면서 눈시울이 붉어졌다. 어머니께 자랑하고 싶어 먹고 싶었던 것도 꾹 참았다. 지금도 어머니의 눈가에 글썽한 눈물을 기억하면서 어린 시절의 애절한 노래가 생각난다. 어머니께서는 배가 부르다면서 혼자 다 먹게 하는 모성애를 보였다. 떡 몇 조각에 즐거워하고 눈시울이 붉어지던 소박한 시대가 그립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너무나 물질만능주의에 휩싸여 좋고, 화려한 테두리에만 살려고 하는 것 같다. 따라서 정신이 황폐해지고 메마른 삶이 주위를 되돌아볼 시간이 없어진다. 작은 것에 감사하고, 자신을 너무 사랑하며 절제함으로써, 타인을 배려하는 아름다운 심성을 가지게 된다.

지금도 모사 떡을 얻어먹으러 베개를 등에 업고 꽃고무신 벗겨질세라 달려가던, 어린 꿈이 있어 즐겁게 잘 살아간다. 누군가는 하찮은 일이라 생각할지 모르지만, 어린시절의 기억이 나를 이끌어준 등댓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