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하는 삶] 김정웅 씨의 '메멘토 모리'(죽음을 기억하라)
[봉사하는 삶] 김정웅 씨의 '메멘토 모리'(죽음을 기억하라)
  • 최종식 기자
  • 승인 2023.11.21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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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장 퇴임 후 인생 후반전을 봉사활동으로
매주 무지개병동에서 호스피스 자원봉사
청-사진 봉사단과 평통 청도군협의회장으로
시니어모델이자 합창단원으로 맹활약
대구 파티마병원(원장 김선미)에서 봉사활동 1천 시간과  10년간 봉사활동을 펼친 공로로 감사장을 받은 김정웅 씨. 본인 제공
대구 파티마병원(원장 김선미)에서 봉사활동 1천 시간과 10년간 봉사활동을 펼친 공로로 감사장을 받은 김정웅 씨. 본인 제공

김정웅(70· 경북 청도군) 씨는 매주 대구 파티마병원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를 찾는다. 호스피스활동은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대략 25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요일별로 돌아가며 환자들을 돌본다. 김정웅 씨는 11년째 호스피스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호스피스 자원봉사의 시작

“모계고등학교 교장으로 재직하며 열정적으로 활동했다. 하지만 그만큼 많은 시간을 들여야 했고, 신경 쓸 일도 많았다. 어느 순간, 몸에 이상 신호가 왔다. 원인을 찾지 못하고 지역병원을 전전하다 ‘공황장애’ 진단을 받았다. 약을 처방 받았지만, 그때뿐. 증세가 나아지지 않았다. 간절히 기도하며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대구 파티마병원을 향해 가던 날이었다. 이 병을 낫게 해주시면 무엇이라도 하겠노라 화살기도를 하고 자동차에서 내렸다. 그때 ‘호스피스 재가 봉사 차량’이라고 적힌 차가 눈에 들어왔다. 짧은 탄식과 함께 이 병을 낫게 해 주시면 호스피스 봉사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거짓말처럼 그때 이후로 공황장애 증세가 나아졌다. 하지만 약속을 지키기는 쉽지 않았다. 퇴임 이후로 미루다, 파티마병원에서 호스피스 봉사자 교육을 받고 2012년 10월부터 봉사를 시작했다.”

학교장의 역할과 책임, 그리고 평가

“원래 성격이 꼼꼼하고 예민한 편이다. 청도 모계고등학교, 학교 최고 책임자 자리에서 나의 역할을 고민하고 분석했다. 학생들이 오고 싶어 하는 학교를 만들고자 최선을 다했다. 새롭게 커리큘럼을 만들고, 방과 후 수업에는 서울 목동에 있는 유명 학원 강사를 초빙해 수업했다. 교사들이 청도역에서 유명 강사를 태우고 와서 수업이 끝나면 다시 역까지 안내하는, 그런 시간을 거치며 명성을 얻었다. 시골 학교지만, 전국 34개 중학교에서 우수한 학생이 지원했다. 그러다 보니 지역 출신 학생들이 반 이상 탈락하는 현상이 일어났다. 나 역시 우수 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경산이며 전국 곳곳을 누비며 직접 부모님들을 만나고 동영상을 보여주며 모계고등학교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런 노력 덕분인지 서울대를 비롯한 명문대학 진학률이 최고를 기록했다. 내가 학교장을 맡은 4년이 학교의 전성기였다. 그렇지만 행동 하나하나 모든 게 조심스러웠다. 과연 졸업생들은 나를 어떻게 평가할지 생각하면 말 한마디도 쉽게 내뱉을 수 없었다.”

시니어매일 주최 ‘제1회 시니어모델페스티벌’에 참가했을 때의 모습. 이원선 기자
시니어매일 주최 ‘제1회 시니어모델페스티벌’에 참가했을 때의 모습. 이원선 기자

‘메멘토 모리’ 봉사하는 삶에서 받은 치유

“완벽주의적인 기질로 인해 허투루 일을 하는 게 용납되지 않았다. 다른 사람의 비판에 쉽게 상처받고 힘들어하다, 퇴직 후 호스피스 봉사를 통해 ‘메멘토 모리(죽음을 기억하라)’를 생각하게 됐다. 호스피스 병동은 환자들이 자신의 한 생을 마무리하는 곳이다. 그 안에서 환자들은 대화를 통해 응어리진 마음속의 용서도, 사랑도, 미움도 다 풀어내고 죽음을 마주할 수 있다. 말기암 환자들의 죽음길을 배웅하는 호스피스 봉사자들은 발마사지 해주기, 말벗 되어주기, 기도 해주기, 성가 불러주기, 대세(비상세례) 받도록 도와주기, 사별가족 위로하기, 마술 봉사 등 환자와 보호자들을 위해 다양한 활동들을 한다. 매번 죽음길을 배웅하며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청-사진 봉사단 회원들과 지역 어르신들의 장수사진을 촬영하는 모습. 보기만 해도 행복해진다.
청-사진 봉사단 회원들과 지역 어르신들의 장수사진을 촬영하는 모습. 보기만 해도 행복해진다.

시니어모델로, ‘청-사진 봉사단’회장·평통 청도군협의회장으로

“시니어매일에서 주최한 시니어모델 페스티벌에 나가게 된 것도 우연이었다. 교사 한 분이 카톡으로 포스터를 찍어 보냈다. 교장선생님께 어울릴 것 같다며. 좋은 추억을 만들고자 나간 대회에서 ‘버금상’을 받았다. 더군다나 50대 참가자들 사이에서 일흔이 가까운 나이에 큰 상을 받게 되어 기쁘고 즐거웠다. 대구백화점 모델로 화보 촬영을 한 것도 잊지 못할 일이었다. 고향인 청도에서 청-사진 봉사단을 만들어 주간보호센터 등을 다니며 장수사진을 찍는 봉사도 하고 있다. 처음에는 사진 촬영만 했는데 조금 더 의미 있는 시간을 만들고 싶어, ‘민들레 주간보호센터’와 함께 사진을 밑그림으로 해서 색칠하기, 모자이크, 펜슬 스케치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장수사진과 함께 어르신들이 직접 자기 얼굴을 색칠하고 색종이로 오려 붙인 작품으로 몇 차례의 전시회도 열어 큰 호응을 얻었다. 이 전시회는 청도군 자원봉사센터(센터장 홍봉옥) 주관으로 ‘2023 풀뿌리자원봉사단 활동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이루어졌다. 소소한 봉사로 어르신들에게 아름다운 추억을 선물할 수 있어 감사했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청도군협의회장으로도 동분서주하고 있다. 연말에 있을 청도 지역 최초의 남녀혼성합창단인 ‘안코라죠바니(단장 김주석) 창단 1주년 기념 연주회’를 앞두고 맹연습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