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돌이와 갑순이는 한마을에 살았더래요/둘이는 서로서로 사랑을 했더래요/그러나 둘이는 마음뿐이래요/겉으로는 음음음 모르는 척 했더래요 -그러다가 갑순이는 시집을 갔더래요/시집간 날 첫날밤에 한없이 울었더래요/갑순이 마음은 갑돌이 뿐이래요/겉으로는 음음음 안 그런척 했더래요 - 갑돌이도 화가 나서 장가를 갔더래요/장가간 날 첫날밤에 달보고 울었더래요/갑돌이 마음은 갑순이 뿐이래요/겉으로는 음음음 고까짓것 했더래요 -
이 노래는 우리나라의 구전민요를 바탕으로 한 가요로 1970년대에 국민가요라고 할 만큼 널리 불리었으며 오늘날에도 유치원 재롱잔치나 시골장터에서 풍물패와 약장수의 익살 등으로 우리민족 정서와 함께하는 노래이다. 지금의 노년세대들이 유교문화의 두꺼운 그늘 아래서 부모가 정해주는 배필이 숙명이던 당시는 서로 좋아하면서도 ‘모르는 척’ ‘안 그런 척’ ‘그까짓 것’ 등으로 자기감정을 솔직히 드러내는 것까지도 숨기고 겸손, 배려 등의 미덕을 몸에 익히던 시절이다. 첫날밤에 서로 아쉬워서 울지언정 끝까지 체면과 위신 등으로 자신을 숨기는 모습이 안타깝다.
그런데 지금은 세상이 너무나 변했다. 옳고 그름에 둔감하고 좋다 싫다가 우선이며 감각적 쾌락 중심이다. 이제 초등학교 저학년에까지도 폭력사건이 일어나고 있다. 학교 폭력이 학부형, 교사, 학생사이에 복잡하게 얽혀서 교권이 떨어지고 여기저기서 교사의 자살소식이 들리 고 있는 현실이다. 주말을 이용해서 전국에서 모여든 선생님들이 광화문 앞에서 교권확립을 외치고 있다. 자녀들이 자라면서 부모를 보고 자연스럽게 배워 가는 집안에 녹아 있던 정서의 아름다운 모습이 사라졌다. 이제 아이들은 핵가족의 폐쇄 공간속에서 외롭게 자라며, 풍부한 문화와 접촉하면서 자란다. 가치의 혼돈시대가 되어 어떤 사람으로 키울 것 인가는 안중에도 없다. 부모는 자식을 따뜻한 가슴으로 키우는 것이 아니라 차가운 머리로만 키우려 한다. 이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사교육에 고액과외 경쟁으로 이어지면서 자식들이 부모들의 자기만족 도구로 전락하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공부만 잘하면 예의범절이 부족해도 다 용서가 된다. 공부 잘하는 약까지 등장하는 시대다. 대통령의 사교육비 절감과 공교육강화정책이 교육과정 이외의 수능문제 출제불가 방침으로 이어지지만 현실은 AI 발달에 따른 홈스쿨링(Home schooling)까지 운운되는 시대다.
보리사리, 찔레, 칡뿌리가 배고픔을 덜어주고 수수깡 안경에 여치 집, 풀피리 등 자연이 내어주는 모든 것들이 간식과 놀이도구가 되던 노년세대의 어린 시절이 지금은 AI시대로 태어날 때부터 전자기기와 함께한다. 혼족 문화가 새롭게 자리 잡고 애완동식물이 가족을 대신하는 모습으로 가족 의식도 변하고 있다. 부모 자식 간의 세대차는 기본 생활 습관이 흐트러지고 핵가족화로 상하 형제간 부대끼며 보고, 듣고, 배울 기회마저 없어지고 과잉보호, 인터넷공해 학폭 문제와 교권 확립 바람이 거세게 일고 있다. 가정은 부모와 자녀의 세대차를 극복하지 못하고 가정교육도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다, 이제 새로운 시각으로 조부모의 역할과 자녀교육관을 재조명할 때다. 지금이야말로 자식들은 부모세대를 알려고 애써야하고 노년세대들도 사회변화를 직시하면서 부모세대와 손 자녀들을 이해하려는 마음가짐이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