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제비원, 연미사 마애불
안동제비원, 연미사 마애불
  • 박미정 기자
  • 승인 2023.11.02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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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의 얼굴, 고려시대 석불로
자연 암석에 조각한 마애불
가까이에서 본 마애불. 박미정 기자
가까이에서 위로 본 마애불. 박미정 기자

 

오도산 기슭에 자리잡은 연미사는 대웅전과 요사채 1동으로 구성된 작은 사찰이며, 대한불교조계종 제16교구 본사인 고운사의 말사이다. 634년(신라 선덕여왕 3) 명덕이 창건하였다. 이 지역은 현재 제비원이라고 불리는데, 고려 때 지방으로 출장가는 관리들의 숙소로 쓰기 위하여 원(院)을 두었기 때문이다. 제비가 날아가는 듯한 곳이라고 해서 연비원(燕飛院)이라고 부르던 것이 훗날 바뀌었다.

마애불로 들어가는 입구. 박미정 기자
마애불로 들어가는 입구. 박미정 기자

 

이곳 마애불은 고려시대의 석불로 자연 암석에 조각하고, 머리는 따로 만들어 얹었다. 조선 중기까지 연자루라는 전각이 있었기 때문에 대체로 마멸이 적은 편이다. 인자하게 뻗은 긴 눈, 풍부하면서도 날카로운 코, 크고 긴 귀, 부드러운 입매 등은 잘 조화되어 평화롭고 자비로운 얼굴 모습을 하고 있다. 목은 대체로 짧은 편이나 두상과 몸체의 선이 연결되는 부분에는 삼도(三道)가 뚜렷하며, 목걸이처럼 구슬을 꿴 모양의 연주문(連珠紋)이 새겨져 있다.

연미사 대웅전. 박미정 기자
연미사 대웅전. 박미정 기자

 

또한 법의가 양 어깨를 감싸고 있는 형태인 통견의 음각 의문은 도식적으로 표현되어 있어 가슴의 띠 매듭, 옷자락의 주름 등을 쉽게 알 수 있다. 왼손은 가슴까지 들어 엄지와 중지를 맞대고 있고 또한 바른손을 내려서 엄지와 중지를 맞대고 있는 것으로 보아 중품하생인의 아미타여래임을 알 수 있다.

가까이에서 본 마애불이 웅장하다. 박미정 기자
가까이에서 본 마애불이 웅장하다. 박미정 기자

 

높이 9.95m, 너비 7.5m의 암벽을 동체(胴體)로 하고 그 위에 2.43m 높이의 머리 부분을 조각하여 올려 놓았다. 파주 용머리 불상에 비해 규모는 작으나 조성한 솜씨는 우수한 편으로 전체 높이는 12.38m이다. 마애불은 잔잔한 미소가 어려 있는 표정으로 토속적인 느낌이 강한 고려시대 불상 양식을 그대로 보여 주고 있다. 예로부터 안동지방에서는 '제비원미륵'으로 불려졌으며, 보물 제115호로 지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