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닮은 대구의 수필가들, 제주에 가다
가을을 닮은 대구의 수필가들, 제주에 가다
  • 박미정 기자
  • 승인 2023.10.30 07: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비양도와 산굼부리에서 가을을 만끽하다
비양도 '봄날' 영화 촬영지에서 수필가들이 웃고 있다. 박미정 기자
비양도 '봄날' 영화 촬영지에서 수필가들이 웃고 있다. 박미정 기자

 

27일 문학인 대구의 수필가들이 제주 비양도와 산굼부리를 찾았다. 바다에서 솟았나, 하늘에서 날아왔나 '전설의 섬' 비양도는 제주시 한림동에 위치해 있으며, 1955년 처음으로 등대에 불을 밝혔다. 비양도는 '날아온 섬'이라는 뜻으로 제주에서 가장 마지막 화산이 분출돼 형성되었다.

여객선에서 바라본 비양도. 박미정 기자
여객선에서 바라본 비양도. 박미정 기자

 

또한 제주도 부속 섬 중에서도 비양도는 인근의 우도, 마라도, 가파도를 물리치고, 가장 제주다운 섬으로 꼽힌다. 협재해수욕장이 있는 곳에서 바라보면 한 뼘도 되지 않을 것 같은 조그만 섬이다. 

비양도 포토존 뒤로 바다가 가슴을 탁 트이게 한다. 박미정 기자
비양도 포토존 뒤로 바다가 가슴을 탁 트이게 한다. 박미정 기자

 

비양도는 바다 위 곳곳에 돌기둥이 불쑥 솟아올랐다. 발길을 따라 내려오니 해안길이 구불구불 이어진다. 길옆 산 쪽에서 끈적한 용암이 느리게 흐르다 붉은 팥가루처럼 굳어버린 '아아 용암(aa Lava)를 만난다. 용암이 너무 느리게 흐르다 보니 표피층이 식어 암석이 된 용암이 마르면서 흘러가기 때문에 거친 표면을 갖고 있는 특징이 있다. aa라는 글자가 상형문자처럼, 용암의 흐름을 생각할 수 있어 이해하기가 쉽다. 붉은 것은 아마 공기층과 만난 현무암의 산화 흔적일 듯 하다. 

휘어진 해안선을 걷다 보니 검은 돌들이 바다 위에 기둥처럼 불쑥불쑥 솟아 있다. 그 중에서 높이 4.5m, 직경 1.5m의 '애기 업은 돌'은 비양도의 40여 개의 호니토 중 원형 그대로 남아 있는 유일한 것으로 천연기념물 제439호로 지정되었다. 호니토는 바닷속에서 용암이 분출하여 그 안에 가스를 내뿜어 생긴 천연 굴뚝형 용암으로 내부가 거의 비어 있다. 

억새가 장관을 이루는 산굼부리에서 수필가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박미정 기자
억새가 장관을 이루는 산굼부리에서 수필가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박미정 기자

 

비양봉을 오르고 해안선 길이가 3.5km인 비양도을 한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은 2시간 남짓이다. 비양도를 아직 가보지 않았다면 제주 여행은 여전히 미완성으로 남는다. 화산의 용암과 오래된 시간의 형성 과정을 지켜보며 어쩌다 바다를 지나는 바람을 본다. 그리고 차 한잔의 휴식, 가을이 깊어가는 길목의 하루는 짧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