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와 노을빛의 힘
할머니와 노을빛의 힘
  • 장명희 기자
  • 승인 2023.10.22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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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빛이 아름다운 이유
세월 더께 연륜 때문
입장 바꾸어 생각하는 배려

 

할머니는 유모차를 밀면서 하루를 마무리한다. 세월을 견디게 해준 굽어진 허리는 고달픔이 묻어 있다. 저녁노을에 비친 할머니 주름살은 너무 곱다. 주름살은 살아온 삶이기에 보기 싫지 않다. 얼굴에 주름진 인생을 살아가기까지 얼마나 힘든 과정을 겪어야만 했을까.

골 파진 개울에 화장하려면 구두쇠 할머니께서 화장품이 또 얼마나 들까. 화장하지 않는 민얼굴도 아름답다. 여자의 일생에서 최고의 아름다움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여자로 태어난 것이 후회스럽지 않다. 언젠가 모두가 시간이 더하면 유모차를 밀고 노을을 등지면서 삶을 살겠지. 허무함이 아니라 삶의 값진 보배로 인생의 품위로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연세가 들면 너나 할 것 없이 밀고 가는 유모차를 보면서, 삶의 버거움도 느끼지만 당연한 인생의 연례 행사이다. 그 행사에 자신도 초대되어 소박한 파티를 즐기고 있다. 스쳐 지나가면서 말 한마디로 다정하게 안부를 묻고, 살아가는 모습에서 진정한 미래의 내 모습을 상상할 수도 있다.

가슴이 따습다. 누군가가 길거리에서 자신을 초대하여 말을 걸어 주고, 인사를 나누면서 격이 없다면 다할 나이 없는 행복에 젖어 들 것 같다. 삶의 커다란 노년의 문이 열릴 것이다. 폐쇄된 삶에서 외로움을 느낀다. 젊은이들과 눈높이를 맞추려고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다. 젊은 시절 노년의 마음을 끌지 못했던 것을 노년의 입장에 한 번 서서, 마음을 내어 줄 수 있는 넓은 아량이 필요하다.

할머니가 저녁노을을 등지고 유모차를 밀고 오시면서 밝은 미소를 짓는다. 할머니의 화려함이 유난히 덧보인다. 특별한 것이 따로 없었다. 누런 이빨 사이로 정답게 퍼져 나오는 미소가 어쩌면 아름답게 보일까. 누구를 위한 멋진 미소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이다. 웃음은 정신 건강에 많은 에너지가 솟구친다. 할머니의 하루의 삶이 활기차고 멋지게 장식할 것 같다. 아마도 살아오신 삶을 잠시나마 엿볼 수 있다.

저녁노을이 아름다운 이유가 하루를 열심히 달려오느라고 수고했다는 감사의 표시일 것이다. 노을은 쉬어가라고 한다. 밤이면 하늘에 별이 되어 모두를 위하여 반짝인다. 달리기 선수들의 짧은 휴식은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말로는 표현할 수 없을 것 같다. 할머니의 노을은 휴식과 같은 다시 타오르는 황혼빛이다. 누구나 바라보아도 멋스럽다. 삶이 묻어 있고 내일이 묻어 있다.

할머니께서 밀고 가시는 등 뒤로 보이는 저녁노을이 인생의 수채화처럼 느껴진다. 언젠가 존경받을 사람이 되려면 존경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유모차를 밀고 혼자 병원을 다녀오시는 한 할머니를 보면서 친구가 되어 주고, 말동무가 되어 주면서 미래의 내 모습이다. 누구나 아이는 어른이 된다는 모습은 거슬릴 수 없다.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서로 다른 입장에서 이해해주는 생각으로 서준다면, 세월의 더께는 모두 사랑하는 동반자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