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이 찢어지면 반드시 꿰매서 입으시던 어머니가 어느 날 바늘귀에 실을 잘 꿸 수 없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는다. 병원에서 백내장 진단을 받기 전에는 침침해지는 눈이 노안이라고 생각하고 상당히 침울해했다. 이제 겨우 60대로 손자는커녕 아직 자식이 결혼도 하지 않았는데 벌써 할머니가 되었다는 생각이 자신을 서글프게 한다. 백내장 수술을 받기 전 어느 날 다시 바늘귀에 실을 꿰려다가 포기한 어머니는 “한 달 후면 내가 깨끗하게 꿰매 놓을 테니까. 내가 늙어서 이런 게 아니라 병 때문이니까 병은 고치면 그만이라고!” ‘나는 노인이 아니야!’라 외치는 어머니가 자랑스럽다는 딸의 글을 인터넷에서 보았다.
노화는 누구나 경험하는 필연적인 과정이지만 그래도 우리는 늙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갖고 있다. 오늘날 의학의 발달은 산업사회에서 각종 직업에 따른 만성 질환과 함께 노화를 질병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살아가면서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던 노화를 고쳐야하는 질병으로 보는 사람이 많아졌다. 주름살을 숨기려고 얼굴에 보톡스나 필러(Filler) 같은 피부와 비슷한 이물질을 넣어 젊게 보이려고 애쓰는가 하면 주기적으로 염색을 하며 흰머리를 감추려고 애를 쓴다. 그런데 우리는 모두 처음 늙어보기 때문에 노화와 질병을 잘 구분하지 못한다.
이제는 만성 질환에 취약하게 만드는 여러 해로운 변화를 늦추거나 되돌리는 것도 가능하다. 암 진단도 세포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는 방법이 발달하여 비정상적 세포가 얼마나 많아야 암이라고 할 수 있을까가 의학적으로 논의된다. 따라서 경계선 아래위의 사람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의학의 발달은 노화가 치료할 수 있는 대상임을 점점 인식하기 시작했다. 주름과 흰머리처럼 겉으로 들어나는 것들부터 노화과정에서 세포와 분자 속에 생기는 변화들을 밝혀내고 있다. 노화의 유전학분야 권위자인 어느 교수의 저서 ‘노화의 종말(2019)’에서 ‘노화는 질병이고 따라서 치료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의학의 발달은 머잖아 전신회춘이 가능한 알약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젊은 피를 수혈하면 회춘한다는 괴담 같은 이야기도 현실화가 가까워오고 있다. 실제로 늙은 쥐에게 젊은 쥐의 피를 수혈해서 3개월간 경과를 지켜봤더니 늙은 쥐의 신체나이가 크게 줄어들었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우리가 사는 동안 평균수명이 자꾸만 길어지고 있다. 1960년도 53세, 1980년 65.9세, 1990년 71.7세, 2018년 83세로 60년 사이에 30년이 늘었으니 한해에 6개월씩 늘어난 셈이다. 2050년이면 세계 인구의 1/4은 60세 이상이 될 거라는 예측이다. 결국 60~65세 퇴직하면 100에서 120세까지도 살 수 있을 테니 살아온 만큼 살 날이 남는다. 그런데 그 수명을 감당할 사회적 준비는 되어 있지 않은 현실이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면 시간을 무얼하며 보낼 것인가? 만약 경제적 수입이 없다면 연금만으로 버틸 수 있을까? 시간을 되돌릴 방법은 없다. 그러다 고질병이 건강과 기력을 좀먹어갈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우아하게 운명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뭐든지 마음먹기에 달렸다. 생각과 마음이 긍정적인 에너지와 열정으로 가득 차 있다면 어떤 장애물도 더 이상 한계가 되지 않는다. 이제는 노화도 질병인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