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을 맨발로
숲속을 맨발로
  • 정신교 기자
  • 승인 2023.09.26 14:4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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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린공원 맨발 걷기의 위험성과 자연생태계 보존 유지
자화상. 정신교 기자
자화상. 정신교 기자

한 주일 내내 오던 비가 다행히도 주말에는 그쳤다. 일요일 아침 가까운 대불공원을 찾았다. 대불공원은 검단동의 배자못(대불지)을 메운 자리에 조성된 도시공원에 속하는 근린공원이다. 둘레길을 따라 도는데, 검은 비닐봉지를 들고 도토리를 줍거나 맨발로 걷는 남녀 시니어들이 평소보다 많이 보인다. 몇몇 사람은 아예 맨발로 숲속을 누비며 도토리를 줍는다.

대불공원에는 상수리나무, 굴참나무 등과 같은 참나무 수종이 많아서 해마다 가을이면 많은 사람이 도토리 채취에 나선다. 그런 탓에 대부분 나무에 열매를 떨어뜨리기 위해 돌로 친 상처가 혹처럼 달려있다.

도토리는 다람쥐와 청설모와 같은 야생동물이 겨울을 나는 중요한 식량이다. 반려동물의 출입이 잦고 먹이가 사라지니 근린공원에 서식하던 야생동물을 볼 수 없게 된 지도 벌써 몇 년이 지났다. 도토리와 밤 등의 열매와 산나물과 버섯과 같은 임산물을 불법 채취하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 진다. 국립공원에서는 이를 철저히 단속하고 있으나 지역의 근린공원은 관할 지방자치단체의 인력이 모자라서 단속보다는 현수막을 설치하는 등의 계도에 그치고 있다.

맨발 걷기의 건강 효과가 매스컴을 타면서 당뇨와 고혈압 등의 중세가 있는 남녀 시니어들이 집 주변의 야산과 근린공원에서 조석으로 이를 시도하고 있다.

숲이 우거진 오솔길이나 촉촉한 황톳길을 맨발로 걷는 것은 우리의 몸과 마음에 형언할 수 없는 즐거움을 준다. 피톤치드 향이 섞인 싱그러운 바람과 부드러운 흙의 감촉은 잠시나마 우리를 별세계로 인도한다.

실제로 숲은 별세계다. 숲에는 동식물 외에도 우리 눈으로 볼 수 없는 별의별 생물들이 살고 있다. 숲속의 흙 1g에는 최대 10억 개의 세균과 100만 개의 균류, 수십만 마리의 원생동물과 일천여 마리의 기생충 등이 살고 있다(‘내셔널지오그래픽 특별전’, 대구 신세계백화점). 이들 중에는 인간에게 해를 끼치며 치명적인 세균과 기생충도 많다. 파상풍은 파상풍 세균(Clostridum tetani)의 감염으로 생기는 사망률이 높은 질병이다. 피부나 손과 발이 가시나 부러진 가지와 금속, 유리 등에 의해 손상되어 생긴 상처 통해 감염되며, 갯벌체험 중 조개껍질에 손을 베인 초등학생이 감염되어 파상풍에 걸린 바 있다.

맨발 걷기를 시도하기 전에 파상풍 항체 검사를 하고 예방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안전하다. 파상풍 백신을 접종하러 오는 맨발 걷기 바라기들에게 신발을 신고 ‘하루 만 보’를 권유하는 의사도 있다.

맨발 걷기는 근린공원 등지에서 지정한 구역 내에서 안전 시설물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걷기가 끝난 직후에는 손발을 비누로 깨끗이 씻어서 2차 감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뉴욕의 센트럴 파크는 하루에도 수만 명의 시민과 관광객이 찾는 대표적인 도시공원이다. ‘이곳에 공원을 짓지 않으면 백 년 뒤에 이만한 크기의 정신병원을 지어야 할 것’이라고 누군가가 조언을 했다고 한다.

내가 건강하기 위해서는 내 주변의 사람과 자연환경이 건강해야 한다. 미생물과 식물, 동물로 이어지는 근린공원의 자연생태계가 보존되고 건강하게 유지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