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풀 시니어] (234) 오면 반갑고 가면 더 반갑고
[원더풀 시니어] (234) 오면 반갑고 가면 더 반갑고
  • 김교환 기자
  • 승인 2023.09.26 14: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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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님 어머님 보세요. 우리는 당신들의 기쁨조가 아닙니다. 나이 들면 외로워야 맞죠. 그리고 그 외로움을 견딜 줄 알아야 성숙한 사람입니다. 자식, 손자나 며느리에게 인생의 위안이나, 기쁨이나, 안전을 구하려 마시고 친구들이랑 취미생활로 달래세요. 죽을 땐 누구나 혼자랍니다. (중략) 전화를 몇 개월에 한번하든, 1년에 한번하든 그것이 뭐가 그리 중요하세요? 그걸 가지고 애들 아빠 그만 괴롭히세요. 마지막으로 이번 추석엔 아이들 데리고 몰티브로 여행을 가니까 내려가지 못해요. 그렇게 아시고 10만원 어머님 통장으로 입금해 놓았으니 찾아 쓰세요. 인터넷으로 떠도는 세월을 풍자한 어느 며느리의 편지글이지만 시사점이 있다는 생각에 간추려서 옮겨 보았다.

추석은 농경사회였던 우리나라 대표적 명절의 하나로 음력 8월 보름날 그 해에 나온 햇곡식으로 집에서 차례를 지내고 조상 묘를 찾아 성묘를 한다. 오랜 풍습으로 송편을 빚어 먹고, 농악과 씨름, 강강술래와 같은 놀이로 즐긴다. 잘 되고, 못 되는 것이 모두 조상의 은덕이라 믿고 조상의 산소를 찾아 살피는 일에 정성을 다 하는 마음으로 성묘는 추석과 한식에 하는데 한식 땐 묘 봉이나 주변을 수리, 보수하는 일을 하고 추석 때는 미리 풀을 베어 묘를 깨끗하게 정리해서 조상에 대한 정성을 다한다.

그러나 사회가 산업화, 정보화되면서 핵가족으로 가족관계가 약화되고 혼 족 문화가 새롭게 등장한다. 이제 애완 동식물이 가족을 대신하는 모습으로 변하면서 가정이 사라지고 핵가족 문화가 정착되고 있다. 가족들의 만남은 1년에 1~2회 정도 설, 추석 명절 때의 만남이 대표적이다. 떨어져서 살게 되다보니 가족 간의 유대와 결속력이 약화되면서 가정의 기본 틀을 바꾸어 버렸다. 오죽하면 ‘오면 반갑고 가면 더 반갑다’는 말이 나오게 되었을까? 사회 변화와 함께 명절 모습도 많이 바뀌고 있다. 인터넷에 의해 승차권의 매표가 단시간에 끝나 버리는가 하면 가족 상봉의 민족 대이동 행사가 이뤄진다. 세월이 흘러 낫으로 정성을 다해 풀을 베던 모습은 사라지고 예초기가 등장했고 처음엔 조상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못마땅하게 여기던 벌초 대행업이 새로운 전문직업이 되어 드론(무인기)으로 묘지를 찾고 작업과정을 동영상으로 찍어서 묘주에게 전송하는가 하면 홈뱅킹으로 결재하는 시대가 되었다.

부모님 찾아 그동안 못 다한 효도하면서 손주들의 재롱을 보며 가족끼리  오붓한 연휴가 이제는 자식들과 해외여행으로 즐긴다. 그래도 참기름, 고춧가루를 자식들 수대로 보따리 싸놓고 아침부터 이집 저집 들락거리는 낮선 승용차를 보면서 내 자식은 언제 나타날까 마음 조이는 것이 부모 마음이다. 세월이 많이 변했다. 이젠 자녀의 삶과 부모의 삶이 엄연히 다름을 알아야 한다. 명절 만남이야말로 너무나 소중한 가족 간의 만남이지만 부모 자식 간의 관계와 효 개념을 현 시대에 맞추는 새로운 인식 변화가 필요한 지금이다.

차례나 성묘 때문에 가족 간의 갈등이 있을 수도 있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했다. 이제 노년세대가 형식보다 마음이 더 중요함을 알고 시대 흐름에 따른 변화를 감수해야 한다. 빈 둥지 가정에 익숙해진 조용하던 둥지에 아들 손자, 며느리 함께 모이니 반갑지만 서로 마음 상하지 않게 배려하자. 따뜻한 말 한마디가 그리운 만큼 상처가 아닌 용서, 미움이 아닌 이해로 서로 사랑하고 아껴주고, 보듬어주는 자리가 되도록 노력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