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교육계에 몸 바치다!!
평생을 교육계에 몸 바치다!!
  • 우남희 기자
  • 승인 2023.09.0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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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에게 집중하는 하루하루를 위해

학기가 시작되기 전 교사들의 인사이동이 있다. 정년퇴직, 새로운 부임지에 대한 발령 등이 그것이다. 평생을 교육계에서 일하다 지난 8월 30일, 경상북도 고령교육지원청 교육장으로 퇴임한 분이 있다. 마지막 근무지를 고향인 고령에서 하고자 했는데 뜻대로 이루어져 감사하다며 정년을 앞두고 보람 있고 의미 있는 일이 무엇일까 생각하다가 고향사랑 기부금을 내게 되었다는 기세원 전 고령교육장을 만났다.

퇴직하기 전의 교육장님
퇴직하기 전의 교육장님 -고령교육지원청 제공-

교육계에서 청춘을 바쳤을 텐데 많이 섭섭했을 것 같습니다. 교육에 계신지 얼마나 되었습니까?

▶ 1985년 경북대학교 사범대학을 졸업하고 1987년에 군 전역을 한 후 그 이듬해 9월 울진 죽변고등학교로 첫 발령을 받았습니다. 이후 구미여자상업고, 문경고, 울릉고, 봉양정보고에서 근무하였고 2021년부터 경상북도 봉화교육지원청, 경상북도교육청 학생생활과 장학사로 근무하였습니다. 2016년부터 금오고등학교 교감, 경북드론고등학교 및 석적중학교 교장으로 근무하고 2020년 경상북도 봉화교육지원청 교육지원과장으로 근무하다 2022년 경상북도 고령교육지원청 교육장으로 발령받았습니다.

유년시절을 보내 추억과 그리움의 고장인 고령에 발령받은 것은 제 오랜 꿈의 실현이자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38년 6개월이라는 긴 교육자로서의 여정을 고령에서 마무리하게 된 것은 더욱 뜻깊고 의미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고령은 가야문화의 중심지, 대가야의 역사가 살아 숨 쉬는 도시입니다. 관내 초등학교 9개, 중학교 6개, 고등학교 2개가 있는 고령은 대구와 인접한 도시로 접근성이 좋으며 환경이 쾌적한 문화도시랍니다. 교육적으로 봤을 때 열정 있는 교사가 많고 학교별 다양하고 특색 있는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어 학생들의 꿈과 재능을 키워주는 다양한 체험과 경험을 지원하고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반면에 전교생 30인 이하의 소규모 학교가 많고 학생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고령지역의 인구도 하루가 다르게 감소하고 있고, 초ㆍ중ㆍ고 학생들도 매년 감소하여 이대로라면 10년을 유지할 학교는 다섯 손가락으로 꼽지 않을까 싶어 안타까울 뿐입니다.

계시면서 보람 있었던 일, 힘든 일 등 에피소드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교육을 하는 사람은 가르치는 아이들이 변화되어가는 모습을 보는 것에서 보람을 느낍니다. 불우한 가정환경으로 세상에 대한 불만으로 가득 차 주변의 친구들을 괴롭히고 하지 말아야 할 일들만 골라서 하는듯한 반항기 가득한 학생이 지속적인 관심과 교육으로 조금씩 세상을 향해 마음의 문을 열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교육자만이 볼 수 있는 기적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여느 날과 다름없이 아이들을 가르치느라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을 때 “선생님! 저 기억하시는지요? 김정호입니다. 친구들 몇 명이 오랜만에 모여 식사를 하면서 고등학교 때 이야기를 하다가 선생님이 생각나서 전화 드렸습니다. 뵙고 싶습니다.”라는 전화를 받았을 때, 훌륭하게 잘 자라 제 몫을 다하며 살아가는 졸업생들의 소식을 들을 때면 교사로서 보람을 느끼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말썽꾸러기로 마음고생을 시킨 녀석이 반듯한 사회인으로, 부모로서의 제 역할을 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볼 때면 뿌듯하기까지 했습니다. 지나가고 나면 후회와 아쉬움이 남는다고들 하는데 역시 그런 것 같습니다. 부끄럽지 않게 최선을 다했지만 ‘좀 더 잘할 걸’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교육장으로서 이룬 업적, 기부활동에 대해서 말씀해 주세요.

▶저는 잘 가르치는 학교가 좋은 학교라 생각하며 학생들의 학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학생이 함께 출발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초 학력이 보장되어야 하며 이는 다양한 교육적 지원과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학교에서는 교육과정 정상화 운영 및 기초 학력 책임제로 학습 결손을 막고, 교육지원청은 기초 학력 보장을 위한 시스템과 지원을 활성화하여 기초ㆍ기본학력을 보장하고자 노력하였습니다. 기초와 기본에 충실하며 한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보살핌과 배려, 모두가 만족하는 교육복지 실현과 안전하고 쾌적한 학교 만들기, 소통과 협력으로 함께 열어가는 학교 문화 조성으로 모두에게 신뢰받는 ‘행복 고령교육’을 만들고자 노력하였습니다. 이를 위해 2023 교육부 늘봄학교 시범운영으로 365일 돌봄 체제를 구축하고 마을 체험처 연계 꿈키움 프로그램 운영과 학교별 태권도 강좌 운영으로 사교육비 경감 및 학생들의 재능을 키우고 대가야 창의융합인재관 리모델링, 고령초에 그린스마트 스쿨 및 연립관사 구축 등으로 미래 환경을 조성하여 학부모 만족도와 공교육 신뢰도를 높였습니다.

또한 고향인 고령의 발전을 위해 고향사랑 기부제에 동참하여 500만원을 기탁하고 지역을 지키고 발전시켜온 어르신들을 위해 (사)대한노인회 고령군지회에 고령사랑상품권 150만원을 기부하였습니다. 그 외 오랜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봉사단체 등에 소액의 기부를 하고 있으며, 임기 중에는 매년 노인회 회원을 대상으로 재능기부 강의를 하며 어르신들을 찾아 세대간 소통하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고령노인지부 기부금 전달             -고령교육청 제공-
대한노인회 고령군지회 고령사랑상품권 전달 -고령교육지원청 제공-

퇴직 후의 계획을 듣고 싶습니다.

▶교육자에서 남편으로, 아버지로 돌아가 가족들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습니다. 본의 아니게 다른 지역에서 근무하느라 가족과 보낸 시간이 적어서 내심 미안하고 아쉬운 점이 많았는데 이제라도 가족들과 새로운 추억을 쌓아가고 싶습니다. 또한 남의 잣대에 들기 위해 내 감정에 솔직하지 못하고 헤맨 날들이 많았었는데, 평판을 위한 삶이 아니라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하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싶습니다.

그동안 일에 집중하느라 소홀했던 스스로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고 못 가져봤던 여유와 재충전의 시간을 충분히 가진 후 새로운 시작과 도약을 준비하고자 합니다. 퇴임을 따뜻한 마음으로 축하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