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지붕 위의 ‘하얀 박’
초가지붕 위의 ‘하얀 박’
  • 장명희 기자
  • 승인 2023.09.05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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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속 나트륨과 노폐물 배출
빈혈 예방, 섬유질 풍부 변비 효과
이뇨 작용, 갈증 해소
맛과 멋의 조화 박. 장명희 기자

어렸을 때 소먹이고 돌아오면 초가집 위에 하얀 박 덩어리가 소담스럽다. 초가집과 박은 우리나라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아름다운 극치의 조화이다. 밤이면 초승달과 함께 어우러진 풍경은 풍요의 상징이기도 하고, 눈부신 느낌 월하미인(月下美人)이라고 불린다.

박은 덩굴성 한해살이풀로 열대성 채소이다. 덜 익은 박은 속을 긁어 나물로 해 먹으면 일품이다. 속을 파내고 난 후 껍질은 바가지로 만들어 사용한다. 요즈음은 플라스틱에 밀려 실용성을 잃어버려 아쉽다. 이때 손톱으로 찍어 잘 들어가면 속살이 부드러움을 판가름할 수 있어 박나물의 맛을 더욱 즐길 수 있다.

칼륨 성분이 많이 함유되어 몸속 나트륨과 노폐물을 몸 밖으로 배출을 도와주어 부기를 제거해준다. 칼슘은 성장기 어린이 발육과 여성 골다공증 예방에 좋다. 철분이 풍부하여 빈혈 예방하고 섬유질이 풍부하여 변비를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뇨 작용은 물론 갈증 해소와 심혈관질환 예방에 뛰어난 효과가 있다.

가끔 가을을 재촉하면서 시골길을 걷다가 기와지붕에 박꽃이 피고, 박이 열린 것을 보면서 역시 박은 초가지붕 위에 자리가 제격이라는 것을 느껴본다. 모든 것은 자기 역할이 있듯이, 자신의 자리가 있는 것 같다. 머리카락도 밥상 위에 있으면 얼마나 추하게 보일까. 머리에 있으면 우아하고 금빛의 머릿결이 멋지게 보일 것이다.

이번 추석에 박나물로 우리 조상님께 정성스럽게 가을의 풍성함을 알렸으면 좋겠다. 조상님께서도 옛 한국인의 정서를 생각해서 감사의 표현을 할 것 같다. 박나물을 먹으면서 맛과 멋의 조화를 느낄 수 있어서 가을의 정취에 흠뻑 취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