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필] 임계점
[기자수필] 임계점
  • 전용희 기자
  • 승인 2023.09.01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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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YOLO에서 ritual이 새로운 트렌드로
-새로운 변화로 건강한 삶 추구

주변에서 변하지 않는 것을 찾기란 힘들다. 모든 존재와 그것의 상태는 시간과 함께 달라진다. 그렇기 때문에 의미가 있을 것이다. 어떤 현상이 영원히 지속된다면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을 터이기 때문이다. 변하기 때문에 어려움을 극복하고 성취하기 위하여 도전하게 된다. 다만 그 변화의 결과에 대한 예측이 불확실하고 쉽게 찾아오지 않기 때문에 중간에서 포기할 수 있다는 게 문제이다.

많이 알려진 것으로 모죽이라는 대나무 이야기가 있다. 씨앗을 심어놓고 5년이 지나도 땅 밖으로 싹도 틔우지 않고 아무런 변화가 없다.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그 대나무는 생존을 위한 준비 작업을 열심히 하고 있다. 뿌리를 사방으로 뻗어 땅속 깊숙이 박는다. 뿌리를 내리고 단단히 자리를 잡는 기간이 지나고 나면 비로소 죽순이 돋아난다. 그런 후 주 성장기에는 하루에 칠팔십 센티미터씩 쑥쑥 성장하여 삼십 미터까지 자란다고 한다. 5년간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가만히 내실을 다지고 있었던 것이었다.

물이 끓는 것도 비슷하게 설명할 수 있다. 열을 99도까지만 가한다면 물은 끓지 않는다. 100도가 되어야 비로소 끓게 된다. 이렇게 상태가 변하는 점을 임계점이라 한다. 

변하기 어려운 것 중의 하나가 습관이다. 습관은 반복적인 구조로 되어있다. 매일 비슷한 시간에 일어나서 비슷한 일로 하루를 시작하고 시간을 보낸다. 이런 습관은 어떤 행동이나 생각이 반복됨에 따라 자기-유사성을 가지는 패턴으로 나타난다. 이런 자기-유사성을 가진 패턴들이 서로 다른 규모와 시간대에서 반복됨으로써 프랙탈fractal적인 형태를 가진다. 예를 들어, 일과에서 일상적인 행동 패턴이 일주일, 한 달 혹은 일 년이라는 더 큰 시간 규모에서 반복되는 것이다.

언젠가는 욜로YOLO라는 용어가 회자되더니, 요즘은 리추얼ritual이란 말이 새로운 트렌드이다. 라이프란 말을 붙여 ‘리추얼 라이프’란 합성어가 되었으며,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는 규칙적인 습관을 뜻한다. 무의식적으로 하는 습관이나 행동이 아니고, 심리적 만족감과 성취감을 위해서 의도적으로 하는 행위가 반영된 지속적인 생활 패턴을 말한다. 아침에 일어나서 커피를 마시며 하루를 계획한다거나, 명상한다거나 스트레칭을 하는 등의 하루를 시작하는 반복적인 일상의 루틴이다. 리추얼이 반복되면 하나의 새로운 습관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점심을 먹고 나서는 직장인들의 손에 커피 머그가 들려있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이것도 하나의 리추얼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내가 제일 먼저 하는 행동은 스트레칭이다. 몸에도 깨어난다는 신호를 보낸다. 간단히 단전호흡을 한다. 아침과 점심 식사 후엔 공원에 나가 음악을 들으며 산책을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당 수치가 제일 많이 올라가는 식후 30분에는 반드시 몸을 움직여 당 수치를 조절하도록 힘쓴다. 점심을 먹고는 고용량의 비타민 C를 챙겨 먹는다. 자주 물을 마신다. 오후에는 유산균제 ‘바이오틱스’를 잊지 않고 챙긴다. 책상에는 가능한 한 오래 앉아있지 않으려 노력한다. 잠자기 전에는 잠깐이라도 명상을 한다. 토요일에는 항상 하는 주말 루틴이 있고, 일요일엔 또 다른 루틴이 있다.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 종종 여행을 간다.

며칠 전 ‘생활 습관(라이프 스타일) 의학’이란 방송 프로그램을 보았다. 주로 건강을 위한 루틴을 소개하였다. 어느 의사는 새벽에 정기적으로 조깅을 하고 있다. 어쩌다 보니 나의 현재 최대의 관심사도 건강 문제가 되었다. 옆에 있는 아내가 당신도 좀 변해보라며 한 마디 던진다.

“이번이 마지막이야. 요번에 못 바꾸면 끝이다.”

다분히 경고성 메시지이다. 허리 건강 취약점으로 내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받고 있다. 딸도 이번 기회에 허리 건강을 회복하지 못하면 나의 삶의 질이 크게 저하될 것이라 경고한다. 그래서 스탠딩 책상도 주문하였다. 그리고 코어 근육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구책으로 며칠 전부터 새로운 아침 루틴을 만들었다. 오십견을 해결하기 위하여 오십대 초반까지 하였던 수영을 다시 시작하였다. 그때는 수영 덕분에 어깨 아픈 것을 잘 해결하였다. 오래전 그만 두었던 수영을 허리 건강에 좋다하여 새로운 외부 자극으로 추가하였다. 수영은 근력 운동이 안 되다고, 코어 근력 운동도 따로 하라고 귀가 따갑도록 듣는다. 코로나로 중단하였던 근력 운동도 다시 해야만 할 것 같다.

나에게 가장 중요한 건 내 몸에 어떤 변화를 주는 것이 되었다. 변화를 주기 위해서는 그간의 라이프 스타일을 바꾸어야 할 것 같다. 아내는 글쓰기를 당분간 중단하라고 말한다. 의자에 오랫동안 앉아 있는 것이 허리 건강에 안 좋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만둘 수 없기에 스탠딩 책상을 주문하게 된 것이다. 이제 서서 책을 읽고, 서서 글을 써야 한다. 새로운 루틴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이런 작은 변화들이 모여 내 건강에도 좋은 변화가 올 것이라 믿는다. 변화에 대한 불확실성은 있지만 희망을 품고 노력하면 임계점은 만들어질 것이다.

변화의 임계점은 그냥 오지 않는다. 오죽 대나무는 무려 5년이란 세월을 싹을 틔우기 위해 보냈는데 나는 얼마나 많은 시간을 투자했던가. 내가 일상을 반복만 하는 프랙탈 인간은 아니지 않은가. 임계점을 만드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내가 만들어 가는 것이다. 나는 변할 것이다. 매일 새롭게 태어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