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수필] 나의 일을 찾아 즐기다
[기자 수필] 나의 일을 찾아 즐기다
  • 김윤숙 기자
  • 승인 2023.07.24 15: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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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결혼 후 자식을 잘 키우는 게 돈 버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어서 알뜰하게 살림하며 자식들 키우는 데 전력했다.

아이들이 성장하여 대학을 졸업할 무렵 나를 성찰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가지게 되었고 나 자신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마침 의사이자 수필가로 활약하시는 6촌 오빠가 너는 글을 잘 쓰니 문단에 도전해 보라며 제의해 왔다. 흔쾌히 오빠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서울 모 문인 단체에 각각 5편의 시를 제출하였더니 두 곳 모두 신인상을 받아 등단의 기쁨을 누리게 되었다.

하지만 글을 쓴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심혈을 기울여 쓴다 해도 독자에게 감동을 주고 마음을 얻는다는 게 생각보다 힘든 작업이다. 자칫 의욕만 앞서서 자신의 감정에 빠지지 않도록 경계해야 함에도 실수를 범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때로는 ‘고도로 발달 된 언어유희’라 생각되어 슬럼프에 빠진 적도 있었다. 어느 사석에서 내가 “대학 문전에도 못 가 봤다” 했더니 안면이 있는 교수님이 셰익스피어 4대 비극을 말해보라 하시기에 햄릿, 리어왕, 오셀로, 맥베스 라고 답하자, 수업 참관에 자격이 된다며 대학원생이 공부하는 자리에 동석하는 영광의 기회를 주셨다. 이후 용기를 내어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하여 입학식 날 선서를 하는 기회가 주어졌고 학년 대표를 맡기도 했다. 2학년 재학 중에 저서 ‘찻잔을 저으며’라는 시집을 발간했다.

동 대학 국어국문학과 김신정 교수님이 시평을 해주시고 아낌없는 격려를 해주셨다.

이 무렵 손녀가 태어나 낮에는 손녀를 돌보고 밤에 공부하는 주경야독을 했다. 손녀는 어린것이 야속하게도 잠이 없어 밤 열 시가 되어야 내 시간이 주어졌다. 온라인으로 강의 들으려고 컴퓨터 앞에 앉으면 피곤함이 몰려와 잠과 사투를 벌인다. 때로는 교수님은 열강하는데 학생은 꿈나라로 헤매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잠을 자지 못하여 몸은 극도로 야위었다.

그러나 제때 졸업을 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열심히 공부하여 4년 후 졸업하게 되었다. ‘방통대에 다니는 사람은 독하다’라는 말을 한다. 아마 자신과의 싸움이 그만큼 힘들고 억척스러워서 나온 말 일게다.

대구시 평생교육진흥본부에서 생애사 쓰기 사업의 일환으로 자서전 쓰기에 동참하여 그랜드호텔에서 출판기념회를 했다. 자서전은 성공한 사람의 전유물이 아닌 평범한 삶을 살아온 사람도 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또한 인생 후반에 시니어매일 기자와 고산 복지관 시니어 기자로 활동할 기회가 주어졌다.

사회와 더불어 시니어의 삶이 더욱 풍성하고 품위와 가치를 높이기 위한 사명으로 여긴다. 현재 마음 넉넉해지는 하모니카를 배워 재능기부도 하면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