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풀 시니어] (225) 내려놓으면 편해질 것을
[원더풀 시니어] (225) 내려놓으면 편해질 것을
  • 김교환 기자
  • 승인 2023.07.24 07: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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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이 스님을 찾아가서 “스님, 저는 사는 게 너무 힘듭니다. 매일같이 이어지는 스트레스로 인해 너무나도 불행합니다.” 이 말을 들은 스님은 “제가 지금 정원을 가꿔야 하거든. 그동안에 이 가방을 좀 가지고 있으시오”라고 부탁을 한다. 그는 스님의 부탁에 당황했지만 정원 가꾸는 일이 급해서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어깨가 아파온다. 하지만 스님은 일을 마칠 생각도 하지 않는다. 참다못해 그는 스님께 물었다. “스님, 이 가방을 언제까지 들고 있어야 합니까?” 이 말에 스님은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아니, 무거우면 내려놓지 뭐 하러 지금까지 들고 계십니까?”

몸과 마음을 편안하고 행복하게 하려면 바로 자신이 가진 것들을 내려놓으면 된다. 내려놓으면 편안해지는데 그 무거운 것들을 내려놓지 못하고 가지고 있으려고만 한다. 우리는 어렵게 살아온 세대이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채우기에만 급급한 나머지 버리는 일에 서투르다. 살면서 하나 둘 모아온 물품들로 생활공간을 다 메우면서도 안 쓰고, 모으고, 아껴 쓰는 것이 체질화되어 무엇 하나 버리지 못하는 버릇이 몸에 익숙해졌다. 이제라도 무겁기만 하고 자리 차지만 하는 쓸모없는 것들이 주변에 없는지 살펴보자. 내가 입던 옷들, 생활용품들, 장신구들, 쌓여있는 책들... 지금은 내 몸에 맞지도 어울리지도 않을 뿐더러 아무런 소용도 없지만 버리려고 하니 너무 아까워서 버리지 못한다. 수필 ‘무소유’를 쓴 법정스님이 친구로부터 선물 받은 난 화분 때문에 바람이 불어도 햇볕이 강해도 출타 중 늘 신경쓰였는데 없애고 나니 그렇게 마음이 편하더라는 이야기가 새롭게 생각난다. 소유에 대한 집착이 강하면 강할수록 그 대상에 얽매어 살 수 밖에 없다.

불필요해진 물건들 과감하게 버리고 비우면 삶의 공간이 넓어지는 만큼 마음도 여유롭고 편해질 것이다. 천년만년 살 것처럼 버리지 못하고 언젠가는 또 쓰일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생각이야 말로 부질없는 짓이다. 내 주위는 내손으로 깨끗하게 정리하자. 그리고 이젠 마음도 가볍게 할 때다. 욕심을 버리자는 이야기다. 세상에서 아무리 가져도 만족을 모르는 동물은 인간뿐이라고 들었다. 그런데 욕심은 비교하는 마음에서 나온다. 물론 인간생활에서 비교는 죽기 전까지 끝없이 이어지는 과정이라곤 하지만 그래도 욕심 때문에 건강, 인심, 덕망 등 많은 것을 잃는 노탐대실(老貪大失)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젠 남과 나를 비교하기보다 차라리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를 비교하면서 내처지 내 분수에 만족할 나이가 되었다. 이미 필요 없어졌거나 의미가 없어진 일을 포기 못하는 사람이 어리석은 사람이다. 그저 이웃과 좋아하는 사람과 즐겁게 지내며 아픈 곳 없이 건강하게 살아가는 것이 행복이다. 남보다 뛰어난다고, 똑똑하다고, 잘났다고, 많이 안다고, 내가 더 잘 할 거라 생각 말자. 늙음은 직업, 재력, 건강 등 모든 것을 평준화 시킨다. 잘 났다고, 많이 가졌다고, 건강하다고 자랑해봐야 세월은 못 당한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바로 자신이 움켜쥐고 있는 것들을 하나씩 내려놓으면 된다. 놓으면 편안해지고 자유로워지는데 우리는 많은 것들을 내려놓지 못해서 힘들고 어렵다. 버리고 비우면서 살자. 내려놓으면 인생이 즐겁고 지금 이 순간을 즐겁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