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의 스케치
비오는 날의 스케치
  • 박미정 기자
  • 승인 2023.07.19 09:1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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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로 중앙에서 우산이 뒤집히다

 

연일 폭우가 쏟아지고 있다. 장마다. 선약으로 어쩔 수 없이 거리로 나선다. 바람마저 사나우니 비닐우산이 버텨 줄지 걱정이다. 

횡단보도를 건너려고 신호 대기중이다. 좀처럼 비바람은 그칠 줄을 모른다. 녹색 신호등이 켜졌다. 잰걸음으로 도로 중앙을 지나치려는데 이 일을 어쩌나. 내심 우려했던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그 많은 소롯길을 다 놔두고 우산이 하필이면 차량과 사람마저 북적이는 대로에서 뒤집힐 줄이야. 안절부절 못하고, 바람부는 역방향으로 우산을 펴려고 애써보지만 그것은 요지부동 제 모습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신호대기 중 버스 안 사람들은 차창 밖의 기자를 보며 빙그레 웃고 있다. 길가던 행인들도 자꾸만 힐끔거리며 손으로 입을 가린다. 호탕하게 대놓고 웃을 일이지 입을 가릴 일이던가. 할 수 없이 우산을 접고 만다. 삽시간에 온 몸이 물동이를 뒤집어 쓴 것 같다. 

식당으로 들어선다. 일행들이 기자의 몰골을 보고 배를 잡고 웃는다. 식탁 귀퉁이에 앉은 친구는 오늘따라 웬지 시무룩하다. 부부싸움이라도 했었나. 그녀들은 우산을 들고 있으면서 젖은 기자의 모습이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그 좋은 길을 다 놔두고 하필이면 대로 중앙에서 우산이 뒤집어졌다네. 어찌 할 바를 모르고 왔다갔다 하는 꼴이 가관이었네."

잠시까지 우울해 보이던 친구도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좋은 길이야 끝없이 펼쳐지는 대로만한 길이 어디 있으랴마는 비바람 부는 날, 우산이 뒤집힌 그 길은 기자에겐 불편하기 짝이 없는 길이었으니 어찌하리. 좁은 길에서 우산이 뒤집어 졌다면 큰 망신은 당하지 않았을 터, 일행들은 아직도 밥 먹을 생각은 않고, 기자를 보며 키득키득 웃는다. 즈네들은 우산 뒤집어 진 적이 한 번도 없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