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풀 시니어] (224) 귀는 막고 말만 하는 세상
[원더풀 시니어] (224) 귀는 막고 말만 하는 세상
  • 김교환 기자
  • 승인 2023.07.17 0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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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노나라 왕이 어느 날 아름다운 바닷새를 궁 안으로 데려와 술과 육해진미를 권하고 풍악과 무희 등 융숭한 대접을 했지만 바닷새는 어리둥절해서 슬퍼하며 아무것도 먹지 않고 3일 만에 죽고 말았다는 일화가 있다. 아무리 좋아도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으면 소용없다는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다. 그런데 이청득심(以廳得心)이라 하여 ‘상대방의 말을 귀 기울여 들으면 그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세상이 너무 어수선하다. 도대체 남의 말을 들으려하지 않는다. 귀는 막고 입만 열고 있는 모습이다.

지금은 인터넷 발달로 정보의 홍수시대다. 여기서 문제는 필요한 정보는 얼마 안 되고 대부분이 쓰레기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논리도 과학도 통하지 않는 세상이다. 서울 양평간의 고속도로 노선변경 문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로 거친 입 싸움이 온 세상을 시끄럽게 하고 있다. 여당은 야당을 야당은 여당을 향해 고래고래 고함만 지르고 걸핏하면 고발장 들고 검찰을 향하는 정치꾼들의 모습이다. 광화문 네거리엔 오늘도 수많은 단체들이 피켓을 들고 자기들만 옳다고 고함을 질러댄다. 내편 말은 다 맞고 상대편 말은 다 틀린다. 과거에도 광우병, 성주 레이더 전자파, 천안함, 세월호 등 아니면 말고 식의 무수한 괴담이 머릿속을 어지럽게 하여서 우리의 생각과 판단을 흐리게 했다. 물론 사람이기에 실수도, 잘못도, 싫은 말도 할 수 있다. 그렇지만 문제는 자기 잘못을 인정하려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살다보면 할 말 못할 말이 있다. 기분 좋은 말, 가슴 아픈 말, 칼보다 더 무서운 말이 있지만 한번 뱉은 말은 주워 담지 못한다. 그래도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기에 또 이성이 있기에 언제든지 마음먹기 따라 자신을 다스릴 수 있다. 아무리 어려워도 화가 나도 말하기 전에 조금만 참고 차분한 마음으로 생각해보자. 자신이 소중한 것처럼 남도 소중하다. 생각이 말이 되고 말이 씨가 된다. 인간이기에 바른 생각을 할 수 있고 그 생각의 주인공은 자신이다.

우리 노년세대도 마찬가지다. 세상과 삶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는데 과거에만 집착한 나머지 미련을 버리지 못 하고 과거와 현재를 혼돈해서는 안 된다. 자기생각은 고정시켜두고 세상이 바뀌고 상대가 바뀌기만을 바라면서 그것도 자기가 원하는 만큼 바뀌기를 바라는 한 우리는 ‘꼰대’일 수밖에 없다. 자신이 가진 사고의 틀을 고집하는 사람은 자신에 유리한 정보만 끌어들인다. 세상이 너무 빨리 변하고 있다. 진정 함께 갈려면 역지사지로 상대편 입장이 되어 생각해보는 자세가 중요하다. 몸이 늙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생각이 늙어서는 안 된다. 과거의 틀에 맞춰 현재를 보려 들지 말자. 선입견, 편견, 고정관념 등 습관적으로 굳어진 생각으로 자신을 착각 속에서 살게 해서는 안 된다. 과거의 갑옷을 입은 채 갑 질 오너로서의 꼴 볼견 ‘꼰대’가 아닌 변하는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개방적 사고가 필요하다. 구름과 바람의 방향은 바꿀 수 없지만 돛단배의 방향은 언제든지 바꿀 수 있다. 지난 일에 매달리지 말고 미래에 집착하지도 말자. 현재의 자신을 알아야 한다. 중요한 것은 감정이다. 속에서 울어나는 감정의 실마리가 바로 생각을 변화시키는 근거가 된다. 불평과 불만으로 괴로워하지 말고 생각을 바꾸자. 지금은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보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