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우 김완배 명장의 "하회탈, 표정의 미학" 출간을 축하하며
목우 김완배 명장의 "하회탈, 표정의 미학" 출간을 축하하며
  • 한완수 기자
  • 승인 2023.05.05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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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탈깍기로만 살았던 대한민국 목공예명장 목우 김완배
하회탈은 사회적 신분차이가 아홉 개의 탈에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표정으로 표현
노비들이 사용하던 기물이 국보급 문화재가 된 유일한 예가 하회탈
목우 김완배
목우 김완배

평생 탈깍는 일로만 살아왔던 대한민국 목공예명장 목우 김완배 선생이 "하회탈, 표정의 미학"(비매품)이라는 책을 썼다. 글이라고는 처음 써보는 목공 외골인생을 살아왔던 사람이 거창하게 전문서적이며 학계에서 눈여겨 봐야할 의미있는 저서를 출간한 것이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고 우리나라의 얼굴로 자랑하고 안동의 심볼이기도 한 하회별신굿 탈놀이가 변변한 전문서적과 논문 그리고 문화인류학적 총서 하나 없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는 분들이 떠밀듯 조르고 졸라 겨우 출간한 책이 평생 탈만 깍고 살았던 목공 명장의 손에 의해서 쓰여졌다. 아니, 그토록 탈만 들여다보고 살았기에 이만한 역저가 태어난 것이다.

그 동안 희, 노, 애, 락의 표정이 하나의 탈에서 표현된다는 주장이었지만 오랫동안 하회탈을 깍아온 저자의 시각으로 본 바로는 인간의 보편적 감정 아홉 가지가 당시의 사회적 신분과 연결되어 사회적 신분차이가 있는 아홉개의 탈에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표정으로 나타내었다고 보는 견해를 표명하고 있다.

하회탈, 표정의 미학
하회탈, 표정의 미학

하회탈은 토종 오리나무에 전통적 채색기법(나무에 한지를 바르고 옻칠로 마감하여 완성한 것)으로 보아 당시 옻칠이 궁중이나 높은 지위의 상류사회에만 사용된 점이나 채색안료가 엄청 높은 가격으로 수입해서 사용되었던 점으로 보아 하회탈은 높은 완성도의 조각솜씨나 옻칠, 채색이 너무나 완벽에 가까워서 저자는 조심스럽게 '이 탈은 궁중연회에서 쓰였던 유물이 하회마을에 이르러 노비들이 쓰고 놀이하였다.'는 의문을 제시하고 있다. 허기야 우리나라 국보 중에 노비들이 사용하던 기물이 국보급 문화재가 된 유일한 예가 이 하회탈이고 보면 의문이 아닐 수 없는 것 같다.

유한상(전 안동문화원장) 선생님께서 주장하신 바에 따르면 고려시대의 탈이란 것이 학계에서 제대로 된 사료비판과 검증이 이루어지지 않은 채 그대로 비정되어 못내 아쉽고, 마지막 연희자들의 구전을 채록하다보니 그대로 사실로 확정되고 문화재로 지정되다 보니 하회별신굿 탈놀이의 역동성과 창조성이 기능을 잃고 그때 그시절의 비판정신과 풍자와 해학이 자유롭게 연희되었을 것이 박제된 채로 전승에만 급급하게 된 것은 선생께서 유책자로서 역사에 죄를 짓는 것이라면서 이점을 후세에 좀더 깊이 심사숙고해서 개선해 나가야 한다는 말씀을 한 적이 있었다.

1973년 초대 안동문화회관 관장으로 부임하신 유한상 원장님이 회관 무대에서 처음으로 조직된 탈놀이 보존회원들을 연습시켜 그 당시 랑디 주한 프랑스 대사 앞에서 공개 시연했던 때 그리고 전국민속진흥경진대회에 출전하여 공연을 할 적마다 자유로운 사설을 도입하여 현시대의 시대정신을 반영해 봤으면 하고 희망하셨다.

목우 김롼배의 작업실에서
목우 김완배의 작업실에서

한평생을 탈을 깍고 살았던 생생한 현장의 탈깍이 목공장의 몸으로 쓴 그리고 늘 하회탈을 가슴에 품고 살았던 한분의 뼈에서 우러난 문장들이 이 책을 읽는 모든 학계의 전공자와 흥미를 가진 관심자들의 주목을 받아서 이번 출판이 좋은 자료제시와 의미있는 주장이 하회별신굿 탈놀이의 신비가 벗겨지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

하회탈! 그 넉넉한 웃음이 오늘은 더 빛나고 쨍쨍하게 울린다. 몸으로 쓰고 마음으로 적은 '하회탈, 표정의 미학' 출간을 축하드리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