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적이고 실질적 혜택이 있는 예산집행을 촉구한다
현실적이고 실질적 혜택이 있는 예산집행을 촉구한다
  • 석종출 기자
  • 승인 2023.02.23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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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의 화합을 저해하고 분열을 조장하는 사업을 재고하기 바란다

대구광역시 달성군(군수 최재훈)은 대구광역시 관할 지역에 동물화장장이 없다는 핑계로 달성군 관내에 70여억 원의 세금을 투입해서 동물화장장 및 부대시설을 건립할 계획을 발표했다. 거리 이곳저곳에 반대 내용의 현수막이 나붙고 연일 건립을 반대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건립반대 현수막. 석종출기자

 

정확한 통계가 없는 것이 현실이긴 하지만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인구가 1,000만은 넘었다고 여러 조사 기관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도 동물복지국을 신설하는 조직개편이 있을 정도로 반려동물 가족들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살펴보건대 농림축산식품부의 외청 소속기관인 농림축산검역본부에 신고 등록된 동물화장장은 서울특별시에는 없고 경기도에 19곳, 경상도에 13곳, 충청도에 9곳, 전라도에 7곳, 세종특별자치시(행정구역개편으로 편입)에 2곳, 부산광역시(행정구역개편으로 편입)에 3곳, 울산광역시에 1곳 ,강원도에 3곳 있다. 대구광역시를 중심으로 대체로 1시간 이내에 접근 가능한 동물화장장이 서쪽으로 성주군 선남면에, 남쪽으로 청도군 화양면에, 동쪽으로 경산시 와촌면에, 북쪽으로 칠곡군 동명면과 구미시 옥성면에 있다. 이들 시설 대부분도 혐오시설이라 하여 인근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쳐서 짧게는 3년에서 길게는 5년여의 기간 동안 소송과 협상을 통해 건립되었으며 건립 이후 영업을 시작하고부터 단 한 건의 민원도 발생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대구에서 한 시간 이내 접근가능 화장장. 석종출기자

2021년도에 전라북도 임실군에서 소위 공익성(公益性)이 많은 동물화장장을 건립하여 민간법인에 위탁운영 중에 있으나 화장장 운영으로 이익을 발생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탐문되고 있다. 2022년도에 경남 김해시에서도 공영 화장장 건립을 추진하였으나 열악한 수익성과 민원(民怨)의 발생으로 건립을 포기한 선례도 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동물화장장의 건립을 추진하려는 명분으로 반려동물 가족들이 가까이에 있는 시설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를 앞세우고 있다. 반려동물의 생애 주기로 봐서 보통 12년에서 15년에 한 번 발생하는 일이 반려동물의 죽음이고 그에 따른 장례와 화장이다. 마트나 병원, 관공서 같은 성격의 편의시설이 아니다. 사람 장례식장도 진입장벽이 무척 높은 제한 업종으로 알고 있는데 하물며 동물화장장이 바로 이웃에 있어야 한다는 주장은 현실과 괴리가 있는 생각이라고 본다.

달성군에서는 동물화장장의 운영수익금으로 도서관을 지어주겠다는 당근을 제시하고 있는데 실제로 운영 중인 대구 인근의 화장장에서도 설치된 화장로(爐)의 가동률이 30% 미만인 것이 현실이고 이러한 내용을 농림축산식품에서도 각 업체의 실적 보고를 통해 잘 알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무시한 달성군의 계획은 세금을 제대로 쓰지 않는 헛된 계획으로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동물화장장 건립과 관련된 자치단체의 성공 사례도 있다. 경기도 수원시에서는 화장장 건립을 시도하다가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치자 건립을 취소하고 그 대신에 수원시 인근에 이미 설치된 사설 화장장과의 협약을 통해 수원시민이 이용하는 경우 화장비용을 지원해 주는 방식으로 하고 있어서 반려동물 가족들로부터 의미있는 호응을 받고 있다.

만약 달성군에서도 진정으로 동물복지와 주민 혜택을 고려한다면 인근에 있는 사설 화장장 시설을 이용하도록 하면서 비용을 지원해 주는 방법을 제시한다면 주민갈등의 해소는 물론 모두에게 실질적으로 혜택이 돌아가는 일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반려동물 화장비용으로 20만원을 지원해준다고 가정하고 1년에 300회를 지원한다고 하면 6,000만 원의 예산으로 효율적이고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혜택을 지원하는 셈이 된다. 70억 원의 돈이라면 116년 동안 지원할 수 있는 액수다.

세도잡(세금 도둑 잡아라)단체에서는 이러한 전시행정으로 낭비되는 예산이 없는지를 주민들에게 소상하게 알릴 필요가 있고 단체장은 세금이 진정으로 적정하게 사용되고 있는지 예산의 낭비는 없는지를 좀 더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자문위원인 한국생명환경자원연구원 정승헌 원장은 ‘공영 화장장을 건립하기 보다는 기존의 사설 화장장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예산의 낭비를 줄이는 길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달성군수는 70억 원의 세금을 집행함에 있어 주민의 화합을 저해하고 분열을 조장하는 동물화장장 건립계획에 대해 좀 더 고민하고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보다 많은 주민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기술 발전적인 분야에 새로운 정책개발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