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워서 침 뱉기
누워서 침 뱉기
  • 권오훈 기자
  • 승인 2023.01.24 05:1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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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와 외교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
적전분열은 국민을 불안하게 한다

 

적전분열이란 말이 요즘처럼 실감 나는 때가 없다. 일부 언론이 합세하여 한술 더 뜬다. 누워서 침 뱉는 격이고 다 이긴 바둑에서 둔 자충수이자 패착이나 다름없다. 어쩌다 우리 국론이 이 지경까지 이르렀을까?

어린 시절 집안에선 먹을 것이나 부족한 물건으로 아웅다웅 다투고 고양이 쥐 잡듯 동생을 후려대던 형도 밖에서 동생이 힘센 아이와 다투다 맞을라치면 마징가 제트처럼 홀연히 나타나 편을 들어주었다. 동생은 형 때문에 든든했다. 진한 우애를 느끼며 앞으로는 형에게 덜 대들어야지 맘속으로 다짐하기도 했다.

미국 조야는 격렬하게 상대 정책을 비판하다가도 국민의 안위와 국익에 관련된 사안이면 언제 싸웠냐는 듯 국회에서 머리를 맞댔다. 일치된 합의가 이루어지고 합의문이나 결의문을 채택하여 정부에 힘을 실어 주었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상대 당 정부가 하는 일은 사사건건 시비를 걸고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여 비판한다. 사안마다 달라도 너무 다른 견해를 보인다. 서로 국민을 위한다고 명분을 내세우지만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한다는 걸 삼척동자도 뻔히 알아챈다. 비난하는 그 표현조차 단세포적이고 직설적이다. 상대를 자극하고 지지자들을 선동하기에 걸맞게 여과되지 않은 말투다.

이번 윤 대통령은 UAE 국빈 방문 중 파병 군부대를 위문하며 한 인사말에서 우리와 외교 관계가 있는 이란을 UAE의 적이라 표현했다. 진의를 살피자면 군사협력과 교민 보호 역할을 담당하는 파병부대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나온 발언일 것이다. 충분히 상대의 오해를 살만한 발언이긴 하다. 

이란 정부의 훈령을 받은 대사가 우리 정부에 공식적으로 진의를 묻고 유감을 표했다.

이 판국에 야당에서, 일부 언론에서 '외교적 참사'니 '국격 훼손'이니 운운하며 이입 저 입이 다 나서서 공세를 퍼붓는다. 설사 발언에 그런 의도가 있었더라도 국익과 안보 측면에서는 모르는 채 넘어 갔어야 할 사안이다. 안 그래도 곤란한 입장인 정부에 동냥은커녕 쪽박을 깨는 행위다. 어쩌면 그 이면에는 여러 개인 범죄 혐의로 검찰에 출석해야 하는 당 대표로 인해 수세적인 입장과 37조 원의 경제 협상을 성사한 윤 대통령의 성과를 희석하려는 정치적 저의도 있을 것으로 의심된다.

정치에 입문하는 사람들의 한결같은 일성은 '국가와 민족을 위해 몸과 마음을 바치겠다'는 말이다. 모든 사안에 대한 그들의 행동 기준은 자파나 자기 개인의 이익보다 국가와 민족의 안위와 발전이 기준이 되어야 할 것이다. 정치권이 좀 더 진중하고 대승적인 마음으로 국민을 지도해야 하는 데 앞장서서 국론을 분열하고 나라의 안위와 국격까지 훼손하는 모습에 양식 있는 국민의 마음은 암울하고 걱정스럽다. 정치권의 적전분열은 국민을 불안케 한다.

단군 이래 반만년 우리 역사에 대한민국이 경제와 문화면에서 세계의 주목을 받는 찬란한 국운 융성기를 맞았다. 세계가 우리를 바라보는 눈이 달라졌다. 부러워하고 우리의 모든 것을 배우려고 애쓴다. 정치권만 잘하면 대한민국 만만세다.

그런데 정치권이 당리당략의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임진왜란도 당파싸움의 결과로 대비하지 못한 탓임을 잊었는가. 오늘날 우리 조국의 융성이 물거품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국민의 마음을 헤아려 정치권이 머리를 맞대고 대화와 타협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더구나 우리는 핵과 미사일로 무장하고 수시로 도발하며 위협하는 북한이란 시한폭탄을 직면한 분단국가이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