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게’는 ‘되게’ 맛있다
‘대게’는 ‘되게’ 맛있다
  • 노정희 기자
  • 승인 2023.01.1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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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게’는 다리가 대나무처럼 길고 마디가 있어서 붙여진 이름
추운 계절에 맛있는 대게
임금님도 쪽쪽 빨아먹었다는 대게
대게. 노정희 기자
대게. 노정희 기자

새해부터 호되게 앓았다. 송년 해넘이와 새해 해맞이를 동쪽 섬에서 보내고, 육지로 나오는 길에 크루즈에서 뱃멀미를하다니. 이때부터 몸에 이상이 생긴 게다. 이어 수업 다녀오고, 바로 모임에서 구룡포 나들이까지 다녀왔더니 힘에 부쳤나 보다. 콧물과 기침, 목 따가움, 입이 바싹바싹 마른다. 혹시나 싶어 코로나 키트 검사해 보았더니 음성으로 나온다. 그나마 다행이다.

작은아이 집에 온 김에 뭣 좀 먹여서 보내야 하잖은가. 나만 맛난 것 먹으러 다녔더니 마음이 편치 않다. 대게를 구입했다. 모임에서 먹었던 박달대게는 살이 꽉 찼던데, 이번 것은 그보다는 못하지만 먹을 만은 하다.

대게를 고를 때는 다리가 쳐지지 않고, 배 부분을 눌렀을 때 단단해야 속이 꽉 찬 것이다. 게를 대략 손질하여 거꾸로 들어 물기를 빼준 뒤, 배가 위로 향하게 하여 25분 찌고 불을 끈 후에 5분 정도 뜸 들였다. 게를 찔 때는 재료가 물에 닿으면 물기가 살 속으로 파고들어 대게의 내장이 흘러버릴 수 있으니 채반과 물 사이에 거리를 두어야 한다. 청주나 맥주를 조금 넣으면 비린내를 없앨 수 있다.

게는 일체의 양념 없이 그대로 익히기만 하면 되는 천연의 웰빙 음식이다. 게살을 발라 먹고 게딱지에 밥 비벼 먹으면 한 끼 식사로 거뜬한, 아주 쉽고 보편적인 요리이다. 예전에는 게딱지에 몇 번이나 밥을 넣고 비볐다. 게 맛이 사라져도 기름장과 김가루를 뿌려서 배가 부르도록 게딱지 그릇을 긁어대었다. 게딱지에 갖은 양념한 재료를 넣고 달걀을 풀어 찜을 해도 얼마나 맛있었던가.

게에는 단맛을 내는 아미노산과 감칠맛을 지닌 글루탐산, 이노신산 등을 비롯해 필수아미노산이 풍부하게 함유돼 있어 성장기 어린이나 노약자들에게 좋은 식재료이다. 더욱이 저지방이라 다이어트에 그만이고, 고단백 식품이지만 구조상 소화가 잘되어 ‘게 먹고 체한 사람이 없다’라는 옛말이 전해올 정도이다.

대게 한 마리에 12가지 정도의 깊은 맛이 있다고들 하며, 이 가운데 게장을 최고로 꼽는 사람이 많다. 대게는 맛이 뛰어나 임금님도 쪽쪽 빨아 먹었다는 구전이 있으니 맛의 으뜸, 동해의 보물이라 할만하다.

대게를 영어로 ‘스노 크랩(Snow crab)’이라 한다. 속살이 눈처럼 하얗고, 게를 먹는 철이 눈 오는 겨울이어서 그렇다나. 게의 주요 서식지가 눈이 많이 오는 지역이라서 그렇게 붙여졌다는 설도 있다. ‘대게’는 다리가 대나무처럼 길고 마디가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대(大)와 동음이의어라 ‘큰 게’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경상도에서는 암컷 대게를 ‘빵게’라고 부른다. 배 부분이 호빵처럼 둥근 모양의 배딱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마리의 암게는 7만 8000∼15만 개의 알을 낳는다. 산란 후 1년이 지나야 부화 되고, 또 1년이 지나야 비로소 게가 되는 탈피의 인고 과정을 견뎌야 한다. 6월에서 11월까지는 금획 기간으로 되어 있으며, 암컷과 몸길이 9㎝ 미만의 어린 게는 연중 포획이 금지되어 있다. 어획 기간은 12월에서 다음 해 5월까지이고 보면, 기다림으로 먹는 추운 계절의 대표 음식임이 분명하다.

찐 대게. 노정희 기자
찐 대게. 노정희 기자

모임에서 먹은 한 마리의 게로는 부족했던 모양이다. 음식은 아쉬운 듯 먹으면 소화는 잘되겠으나, 뒤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내 돈 주고, 먹을 만큼은 먹어야 미련이 없다. 가족이 편안하게 먹은 게 요리로 영양 보충을 한 덕분인지 감기가 슬금슬금 뒷걸음질 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