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2월31일을 기념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의식의 하나로 장르 불문하고 영화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영화를 감상하는 하루로 송년에 의미를 담고자 했다. 당연히 선택한 영화는 개봉하자마자 전 세계 흥행 1위를 달리고 있는 영화 「아바타-물의 길」이다.
12년 전 샌프란시스코를 여행하던 중 우연히 아이맥스 영화관에서 「아바타」를 3D로 관람하였다. 외계 행성인 판도라의 아름다운 모습, 새를 타고 하늘을 자유자재로 날아다니는 나비족과 그 행성을 찾아간 인간과 나비족의 갈등과 사랑을 동화처럼 그려낸 아바타를 보고 난 후 동양 변방에서 온 작은 시골여자가 겪은 그 충격과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물론 아이맥스 영화관의 크기와 웅장함에 압도당했지만 CG라는 단어조차 생소하던 그 시절에 현실과 가상세계를 넘나들던 현란한 장면들은 나로 하여금 내가 영화를 보는 건지 영화속의 주인공이 된 건지 착각이 들 정도로 몰입하게 만들었다.
전편인 아바타에서는 하늘과 숲의 세계를, 아바타-물의 길 이라는 이번 영화의 제목에서 보듯이 바다를 주제로 한 영화이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자연에 대한 그의 철학과 세계관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영화이다. 결국 인간이 돌아가야 할 곳도 자연이고 그 자연을 지키고 사랑하는 것도 인간의 몫임을 영화라는 거대한 매개체를 통해 알려주고 있다. 그러니 내용은 단순할 수 밖에 없다. 가족의 사랑, 그 사랑이 뭉친 힘으로 위험에 처한 가족을 구해내고 자연도 지켜낸다는 참 단순명료한 가치가 담긴 영화이지만 영화를 만드는 인간의 기술이 어디까지 왔는지 확인하는 일만으로도 경의와 경탄을 금치 못하는 영화이다.
세 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이 전혀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로 리클라이너 상영관은 신체에다 안락함을 최대한 부여했고 신비한 바닷속의 상상을 초월하는 각종 생물을 보는 것만으로도 시간과 돈이 전혀 아깝지 않은 영화이다.
아직 이 영화를 안 보신 분이 계시다면 반드시 대형 영화관에서 관람할 것을 권하고 싶다. 영화의 잔상을 떠올리며 치즈 조각에다 포도주 한잔 곁들인 조촐한 식탁으로 2022년을 조용히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