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문위원과 고문의 역할
자문위원과 고문의 역할
  • 권오훈 기자
  • 승인 2022.11.15 13: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많이 위축되었던 각 단체와 모임의 총회가 많은 12월이 코앞이다. 해마다 연말이면 각 단체가 총회를 개최하느라 부산하다. 지난 두 해 동안은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확진도 우려되었지만 방역지침을 준수하느라 취소하거나 최소한의 인원만 참석하여 요식만 갖추는 분위기였다. 올해는 규제가 많이 완화되었다. 각 단체는 회무를 의결하고 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새로운 임원을 선출하기도 한다. 새로운 회장이 선출되면 현 회장은 물러난다. 단체나 모임의 회장 임기를 마치면 고문이나 자문위원이라 불러주며 예우해준다.

 

자문위원과 고문의 사전적 의미는 대체로 비슷하다. 전자는 '어떤 분야에 대해 효율적인 일 처리 방법 등을 물을 때 전문적인 지식을 제공하는 사람'이고, 후자는 '어떤 분야에 관해 전문적 지식과 풍부한 경험을 가지고 자문에 응하여 의견을 제시하고 조언하는 직책 또는 그런 직책에 있는 사람'이다. 혹자는 고문이란 용어는 일제강점기의 잔재이니 자문위원이라 쓰자는 주장도 한다. 여기서 중요한 자구는 '물을 때'와 '자문에 응하여'이다. 그러기 전에는 나서지 말라는 의미일 것이다.

 

말 그대로 혹시라도 다음 집행부가 해결이 어려운 어떤 사안에 대해 묻거나 자문하거든 그에 응해야 할 것이다. 자신의 경륜과 경험을 살려 전문적인 지식과 자신의 의견을 참고하도록 조언하며 해결책을 찾아 주는 것이 제대로 된 역할이다.

 

일반적으로 회장은 임기가 있다. 간혹 현재의 회장이 아주 유능하고 활동적이라 회원들의 신임이 두터워 연임하거나 후임 회장을 하려는 사람이 없어 부득이 계속하기도 한다. 전임 회장은 성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평회원의 입장으로 돌아가 조용히 활동하는 이가 대다수다. 그런데, 고문이나 자문위원의 본래 의미를 망각하고 사안마다 마이크를 독점한 채 감 놔라 배 놔라 하며 자기주장을 강요하는 이가 더러 있어 문제다. 내가 사는 아파트에서도 입주자 대표회의 회장을 역임한 사람이 자기 심복을 차기 회장으로 당선시켜 자기 영향력을 지속하려는 노욕으로 인해 한동안 시끄러웠던 적이 있다.

 

처음에는 활동적이고 적극적인 사람이 맡지만 회장직을 돌아가며 맡다 보면 역할에 조금 못 미치는 회장도 있을 수 있다. 나이 들어 수입이 줄어든 사람들은 명예나 대표성보다는 봉사와 금전 지출이 수반되기도 하는 회장직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 기획력과 활동력, 경제력까지 갖춘 회장이 맡아서 모임을 활성화하면 참 좋은데 삼박자를 갖추기가 쉽지 않다. 맡지 않겠다는 걸 억지로 떠맡길 경우도 있다 보니 의외로 제 역할을 잘 해내는 사람도 있지만 소극적인 활동으로 모임을 위축시키는 경우도 있다.

 

모임이나 단체 곳곳에서 자문위원이나 고문이 여전히 자신을 회장이라 여기는 건지 월권을 행사하여 시끄러운 경우를 종종 본다. 조용히 지켜보다가 조언을 구할 때 자기 의견을 제시하면 좋은데, 뒤에서 불평불만을 토로하거나 흉을 보며 회의장 분위기를 흐리기도 한다. 심하면 전·현직 회장이 다투거나 패가 갈리고 모임이 쪼개져 해산 지경에 이르기도 한다. 이런 모습을 보는 회원들은 환멸을 느껴 떠나가기도 한다.

 

어느 단체에서나 회장직은 그 단체의 발전을 위해 열과 성을 다하는 일이다. 금전적 부담, 자기 시간의 희생, 신체적인 봉사 등이 수반되는 일이다. 그런 만큼 누구보다 그 조직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할 수 있다. 그는 조직의 지속 발전을 희망한다. 그러니 남이 하는 일이 자기 성에 차지 않을 수도 있다.

 

모임을 활성화하기 위한 충정은 이해되지만 고문이나 자문위원으로 예우해 주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자기 본분을 넘어선 개입은 노욕이나 망발로 비칠 수 있다. 나이 들어갈수록 지갑은 열고 입은 닫으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그래도 정히 나서고 싶고 자기 의사를 관철하고 싶다면 회장에 재출마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