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질서의 비극
무질서의 비극
  • 석종출 기자
  • 승인 2022.10.30 18:22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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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는 우주도 작은 질서에서 비롯된다

 

대체로 문화수준의 잣대로 질서를 말한다. 문화의 선진국이라고 하면 모든 면에서 질서가 잡혀있는 나라를 말한다.

질서(秩序)는 사회나 집단에 속한 사람이 생활 속에서 저마다 정해진 차례나 규칙 등을 잘 지키는 상태를 말하기도 한다. 또 사회나 집단이 조화롭고 평온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정해놓거나 혹은 암묵적으로 정해진 차례와 규칙 규범을 말하기도 한다. 사물의 배열이 조화롭고 순서에 맞추어 잘 이루어진 상태를 말하기도 하고 자연계나 우주 안에서 존재하는 일련의 규칙이나 법칙을 질서라고도 한다.

우리 생활 중에 언제부터인가 보행 시에는 우측통행이 질서화 되어 있다. 필자가 어릴 때에는 ‘차는 오른쪽 사람은 왼쪽’ 이었는데 생활의 패턴이 바뀌면서 사람이 오른쪽이 되었다. 눈치껏 따라 하다 보니 우측보행이 질서화가 되었다.

오래 전에 이탈리아를 여행한 적이 있었다. 로마 바티칸 언덕에 있는 성당을 구경하러 가기 위해 우리를 태운 버스의 움직임을 보고 ‘질서가 이런거구나’ 생각했었다. 오래된 도시라 길도 좁았으며 주차할 공간은 턱없이 부족한 대도 수많은 관람객을 실어 나르는 버스의 질서를 보고 선진문화를 생각했다. 우리를 하차시킨 그 버스는 정해진 시간 동안 다른 곳으로 이동해서 약속된 시간에 정확하게 그 장소에 나타났다. 시간을 비워 공간을 만든 것이다. 질서란 그런 것이었다.

질서가 문화로 되어있는 국가로 흔히 일본을 예로 든다. 아무리 차가 막히고 천천히 움직여도 앞차를 향해 빵빵거리지 않으며 다른 운전자가 새치기를 해도 뒷차의 운전자는 얼굴빛이 변하지 않는 나라가 일본이라고 했다. 그만큼 질서가 생활화 되어 있고 그것은 무언의 규범이며 강요되지 않은 법률처럼 문화화 되어 있는 것이다.

어제 서울에서 핼러윈( Halloween : 원래는 미국의 대표적인 어린이의 축제문화다. 만성절 전날 어린이들이 유령이나 괴물 분장을 하고 이웃을 찾아다니며 ‘과자를 안 주면 장난칠거야. trick or treat’ 라고 외치고 다녔다고 한다. 중세에 특별한 날이 되면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아이들이나 가난한 이들에게 음식을 나누어주던 풍습에서 비롯된 아이들의 축제문화) 축제 장소에서 발생한 큰 인명사고는 “질서”를 지키지 않아서 생긴 비극이다.

건물의 천정이 무너진 것도 아니고 무대가 내려앉은 것도 아니며 지진이 일어나 땅이 꺼진 것도 아니다. 단지 조금 비좁은 언덕길이었을 뿐이다. 아무리 많은 인파가 몰렸다 하더라도 질서를 지켰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아주 그리고 매우 단순한 원인의 사고다.

산업화시대에 생겨난 ‘빨리빨리’ 문화가 이제는 ‘천천히 천천히’ 문화로 바뀌었으면 좋겠다. 개인들이 모여 대중이 되면 줄곧 마음이 들떠서 집단화 되거나 흥분하기 쉽다. 사회적 환경이 이 년여 동안 코로나로 인한 규제와 통제에서 벗어나는 묘한 시기이기도 하지만 그럴수록 놀이를 즐기는 개인 각자가 자중하고 조심스럽고 차분할 필요를 간과해 버린 탓이라 생각한다.

질서는 개인 개인이 모여서 사회화 되고 규범화 되는 과정의 산물이다. 작은 질서를 무시한 큰 참사를 바라보는 참담함이 홍산만엽의 아름다운 가을을 참 쓸쓸하게 한다.

질서는 기본중의 기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