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늦은 美?
때늦은 美?
  • 장명희 기자
  • 승인 2022.10.17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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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은 추함을 필요로 하듯
추함도 우주 만물의 생멸 과정
마음을 달래는 호박꽃. 장명희 기자

때늦게 환경에 적응해 피는 꽃은 강인하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비바람을 헤치면서 체념한 사람은 사람다운 빛깔이 난다. 철 지난 담장에 외롭게 피어 있는 호박꽃을 보면서 마음이 짠하다. 하물며 사람이 함께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라면 얼마나 외로울까. 산길을 걷는 나그네들이 호박꽃을 보며 마음을 열어 보인다.

앙증맞은 호박. 장명희 기자

때가 되면 피고 지지만, 혹시 찬 이슬에 고개 숙이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아름다움은 추함을 필요로 한다. 추함도 하나의 생멸의 과정이기 때문에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 시들어 가는 것도 마음에 집착하지 말아야 할 것 같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사람에게 생로병사가 있듯이 만물도 그러한 것 같다.

예쁘지 못한 사람을 하필 호박꽃에 비유하는지 모르겠다. 이토록 아름답게 피는 것을 보면서 고개 숙이게 된다. 진정한 美는 마음을 바꾼다. 길을 지나가면서 호박꽃은 마음의 메시지를 전해 주었다. 긴긴 여름의 햇살을 피해 가을 햇살이 좋은지 순박한 모습이 좋다.

호박꽃처럼 지순하게 누구에게나 환한 마음을 전해 주고, 꽃이 늙은 호박으로 변신하는 것처럼 충실한 인생을 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