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할머니의 외출
어느 할머니의 외출
  • 장명희 기자
  • 승인 2022.09.2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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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를 작은 정성으로 위로하며, 늘 꽃처럼 밝은 마음이었으면...

때가 되면 단풍이 들어 제자리에 떨어지듯 사람은 늙음을 거슬릴 수 없다. 평소 건강하다고 자랑하듯 사람도 오랜만에 지팡이를 짚고 걸어가는 모습을 보면 세월이 야속하기도 했다. 언젠가는 자신의 모습이기도 해서 씁쓸한 기분이 들 때도 있다.

잘 아는 할머니 한 분이 젊은 시절 여장부라고 주위에 소문이 나 있었다. 어느 날 인가 할머니께서 유모차를 밀고 도로를 힘겹게 지나가고 있었다. 반가움을 어떻게 표현하고 싶었지만, 과거를 생각하면 도움받는 것이 자존심이 상하지 않을까 고민이 되기도 했다.

“누구 집 딸 아닌가?” 반가움에 어찌할 줄을 몰랐다. 어떻게 그렇게 왜소하게 변해버렸는지 여쭈어볼 수도 없었다. 할머니께 실례되는 말은 하지 않아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자식들도 모두 결혼하고, 할아버지는 몇 년 전에 먼저 돌아가시고 혼자라는 것이 너무 외롭다고 했다. 누군가가 말동무라도 있었으면 하는 눈치였다.

할머니를 보면서 외로움과 고독함을 한 아름 안고 생활하는 것 같았다. 어떻게 위로해 드릴 수 있을까? 생각 끝에 잠시 시간을 내어 오래전에 할머니와 이웃 동네에 살던 아름다운 추억의 이야기를 서로 나누었다.

“자네는 아직 그때 내 모습 기억해 주는구나!”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에게 함께 했던 지난날들을 기억해주고 관심으로 얘기를 하면 너무 좋아하는 것 같았다.

할머니의 주름진 이마가 조금씩 풀리는 듯했다. 덩달아 할머니의 웃음에 기분이 너무 좋았다. 즐겁고 행복은 커다란 곳에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할머니를 오늘만이라도 즐겁게 해드리니 큰일을 한 것 같았다.

길가에 꽃들을 팔고 있었다. 할머니를 모시고 가서 아름다운 꽃을 하나 선물해드리고 싶었다. 할머니께서는 꽃을 바라보시면서 꽃처럼 활짝 웃었다. 밝은 미소가 해맑은 소녀처럼 고왔다.

“나도 전에 꽃처럼 아름다운 때가 있었지?”

“할머니 저도 잘 알고 있어요. 꽃다운 젊은 시절을….”

서로 마주 보면서 꽃 속에서 세상살이를 읽고 있었다. 꽃을 바라보면서 마음도 밝고 가을 햇살처럼 투명하리라 믿었다. 잠들기 전에 꽃향기를 맡으면서 다시 젊음으로 즐기시라고 위로해드렸다. 비록 한 송이 꽃이지만 거기에는 사람의 따뜻한 마음이 담겨 있다. 무엇보다도 사람의 정을 이어주는 풋풋함이 할머니를 잠시라도 휴식처가 되리라 생각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