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사태로 몰락, 늘그막에 염소 농장으로 재기한 류철영 씨
IMF 사태로 몰락, 늘그막에 염소 농장으로 재기한 류철영 씨
  • 유무근 기자
  • 승인 2022.08.06 20: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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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권 금액 모두 포기, 채무자 얼굴 지우고 재기
- 고향에서 흑염소 사육, 농장은 삶의 터전 제3의 공간
하루 14시간 이상을 삶의 터전 흑염소 농장에서 구슬땀을 흘린다는 류철영 씨가 잠시 포즈를 취했다.  <유무근 기자>

 

한때 부동산 부자로 인정받았던 류철영(건강 보양탕 식당 대표) 씨는 부유층 큰아들로, 그를 아는 지인들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보릿고개만큼 험난했던 IMF 긴 동굴을 견디지 못했다. 교회 장로인 아버지 유산을 모두 날려버린 아들은 망연자실했었다.

그의 주변도 변해버렸다. 자기 어음 빌려 돌려막기도 했던 절친들은 변제는 커녕 소식조차 알 길 없고, 부유층 인맥 지인들은 예전과는 사뭇 달랐다. 작은 가게 운영할 자금 융통도 담보 없이는 통하지 않았다.

친구가 자산이라며 인맥을 자랑했던 그는 사람이 무서워졌다.

설상가상으로 가정불화로 아내마저 이혼을 원하며 가출해버렸다.

몇 해를 칩거하면서 극단적인 충동도 여러 번 했었던 그가, 이순을 넘어 고향 마을 산간에 염소 사육 농장주로 재기했다. 주인공 류철영 씨를 만나 그동안 순탄치 않았던 과정과 성공 가도에 진입한 삶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 고향에서 인생 2막 개업

2019년 여름 고향 동명에서 건강 보양탕 식당을 개업하였다.

류 씨가 태어난 고향은 선 후배가 있고 친구가 어울려 사는 어머니 품속 같았다. 아쉽게도 아버지는 계시지 않았다. 먼 길 떠나시는 날까지 아들 걱정에 희생만 하다 가신 부모님은, 아들이 농장주로 성공하여 보양탕 가게 문 여는 날, 1년을 더 기다려 주지 않았다

“제대로 효도 한번 못해 드렸는데 마음이 미어진다”라며 눈시울을 적셨다.

보양탕 전문 식당은 전통 있고 유명세 있는 곳이 많은데, 이곳 동명 건강 보양탕 식당에 손님이 많은 원인이 어디에 있나요?

▶ 저희는 토종 국산 흑염소만 씁니다. 요즘은 염소 수요가 달려 수입용을 쓰는 예가 많습니다. 국내산 없다고 가게 문 닫는 곳은 없을 겁니다.

수입품과 국산 토종 염소는 육질과 맛에서 차이가 납니다.

또한 식재료인 채소류와 고추 마늘 간장 부추 들깨까지도, 저희 밭에서 직접 재배한 신선한 신토불이 식단으로 손님 식탁에 차려집니다.

한마디로 건강 식단이기에 한번 온 손님들은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염소의 특이한 노린내 제거 조리 비법입니다.

화력과 시간 조절로 삶아낸 고기는 전혀 냄새 안 나는 연한 수육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염소들의 천국 3대가 무리 지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다. 류철영 씨 농장   <유무근 기자>

 

◆ 절망

▶ 온실에서 성장하여 아버지 유산인, 동명 보우 주유소. 팔공산 모텔. 동명 상가 건물 다수 등 부동산을 물려받아 당시 성장성 있는 ’델코밧데리‘ 대구 경북 총판으로 사업은 날로 전성기였죠. 여러 업종을 넓혀가면서 지인들과 맞보증 거래도 하고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던 친우들에게 어음도 많이 빌려주곤 했었죠. 이 어음 발행이 화근이었어요. 방만한 경영도 있었지만, IMF 사태 기업체 부도 도미노 파동으로 채권 회수가 되지 않고 거래처 부도 밀물에 휩쓸려, 졸지에 덩달아 망해버렸어요. 친구들의 어음 대환은 마음 약했던 탓에 자업자득이라 여깁니다.

가정불화로 아내는 집을 나가 결국 이혼 했죠.

등교하는 아이들이 학용품비 만 원 달라고 할 때, 못 주었을 때가 가장 마음 아팠습니다.

교회 장로이며 동네 유지로서 존경받아야 할 어른일진대, 아버지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눈 마주치기가 두려워 방문을 열지 못하고 칩거하는 시기가 너무 길었고 죄의식으로 하루하루 넘기기가 힘이 들었어요.

이삿짐센터, 건설공사 현장 등 인력소를 찾아다녔습니다. 월급날도 아닌데 미리 가불 요구하다가 쫓겨나오기도 여러 번이었습니다.

 3대 염소 가족. 어미 염소 2주일 후 출산 예정. 아기 흰염소 엄마를 부르고 있다   <유무근 기자>

 

◆ 희망

▶ 세상에 나 혼자 덩그러니 있다는 좌절감에 힘들어 생을 포기하기 전에, 동명 덕암사 주지 스님을 만났지요.

“건강만 지키면 곧 크게 성공할 수 있다”라는 큰스님 말씀에 사막을 헤매다가 오아시스를 발견한 듯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주식(主食)으로 삼다시피 했던 술 담배도 끊고,

머리도 삭발한 채 나 자신과 싸워나갔지요.

▶ ‘살아야 한다’라는 생활신조로 채권액 채무자 일체를 포기했습니다.

살기 위해서는 돈 받을 사람들을 잊어버리고 나를 추스르며 애를 썼습니다.

채권에 미련을 가졌다면 저는 아마 세상을 떠났을 것입니다.

▶ 여러 선배의 조언으로 염소 사육 농장을 하게 되었다.

나를 아껴주는 동네 선배가 흑염소 한 쌍과 새끼 한 마리를 키워보라고 주었습니다. 며칠 후 B 친구가 아파트로 이사 간다며 어미 개와 1개월 남짓 된 강아지 7마리 한 가족 그대로를 싣고 왔어요. 그것이 개체 수가 늘고 하여 사육 농장을 시작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염소는 개체 수가 빠릅니다. 2년에 3번 8개월마다 출산합니다. 1마리~4마리까지 평균 2.5마리를 낳습니다.

사육 초창기에는 개. 염소. 토끼로 시작했으나, 개는 정서적으로 맞지 않아 금방 포기하고 지금은 흑염소 100여 마리를 방목합니다.

어느 날 아버지께서 방에 들어오셨습니다. 아버지는 교회 장로이신데 마음먹고 제 방에 들어오신 거지요. “나가서 사람들을 만나거라” “좌절하면 안 된다. 젊음이 있잖아!” 격려하시며 주시던 봉투는 마지막 비상금으로 기억됩니다.

염소 가족 산책로. 수목이 무성하여 방목의 천국이다   <유무근 기자>

 

◆ 환희

▶ 보람이라면 덕망 있는 큰스님의 덕담을 듣고 망망대해에서 삶의 지표인 등대를 발견하고 중심을 바로 잡은 것입니다.

* 살기 위해서 장부도 수십 매 어음장 쪼가리 채권 장부도 불태워 버렸습니다.

* 그리고 삭발하고 채권자 얼굴도 기억에서 모두 지워 잊어버렸습니다.

고향 선후배들 조언으로 건강원 식당으로 성공할 터전을 마련한 것이 보람입니다.

* 재기하도록 도움을 준 선후배 은덕은, 심장이 멈추지 않는 한 잊지 않으리라는 신념이 보람입니다.

100마리 염소 가족을 귀가 시키고 잠시 명상에 잠긴 류철영 씨 < 유무근 기자>

 

현재 건강원 식당이 대표께서는 무엇이며 어떤 의미인가요?

▶ 농장에 나가 염소 출산을 돌보며 사육하는 것은 생활 원천이 되는 터전이며 내 인생의 제3의 공간이기도 합니다.

지역민에게 건강조리 재능으로 고향에서 의리의 형제로 평가받을 계기의 장이기도 합니다.

◉ 류철영 씨는 동명에서 동명 초등학교 31회로, 칠곡 중학교를 나와 대구 영남고등학교 졸업생이다.

자녀 둘 중 아들은 영진대학교 국제 관광학을 전공한 미남형 노총각이다. 퇴근 후에는 식당 일을 돕는 효자로 정평이 나 있다.

우렁각시같이 착한 연상의 아내가 주방을 총괄하고 상냥한 여식이 주간 서빙을 맡아 류 씨를 도와 건강 보양탕 식당은 성업 중이다.

지역 동명뿐만 아니라, 가산면. 대구 서. 북구에서 류 씨 보양탕집을 찾는 단골이 많다.

요즘 흑염소 공급이 달려, 염소 수입이 적지 않다고 한다.

동명 건강 보양탕은, 류 씨가 직접 방목한 양질의 국내산 흑염소로 그 차원이 다르다. 입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고객이 흑염소 수육과 탕을 시식한 후 흑염소 엑기스까지 주문도 늘어나고 있다.

주차장은 건물 뒤편에 있다. 단체 손님 25인 특실도 마련되어 있다.

지역단체에서 간담회 등 회식 장소로도 사용하는 별채이다.

예약하면 준비하여 행사 서빙을 더 받을 수 있다.

(문의처 054) 976-5151

울타리 밖 염소 2마리. 놀다가 늦게 귀가한 아기 염소  우리 엄마 좀 불러 주세요 <유무근 기자>

 

IMF 사태 이전에는 마당발로 성공 가도를 달렸다. 저승의 문턱에서 모든 것을 포기하고 오로지 살아야 한다는 신념으로 열심히 노력하며 달려왔다. 정성이 하늘에 닿아 흑염소 한 쌍을 내려주셨다. 이를 번식하고 퍼트려 생활의 터전을 마련하였다. 이제는 미다스 같은 손길로 매일 14시간 이상을 염소 막사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의리의 사나이 류철영 씨가 건강 보양탕 개업 3주년 행사를 계기로 보양탕 전문 명소로 각인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래야 하늘나라에 계신 아버님의 기대에 반이라도 부응하리라는 불초자식의 절규다.

동명 농협 앞 '건강 보양탕 식당 전경, 식당 뒤편에 주차장이 있다.  ,유무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