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금오도에서 느낀 친절
여수 금오도에서 느낀 친절
  • 정재용 기자
  • 승인 2022.07.20 17: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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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렁길 미역널방의 절벽, 안도해수욕장이 있는 섬, 금오도
거기서 만난 신아해운 이홍희 씨와 우학리교회 조은경 집사

지난 15일, 대구에 사는 A 씨 일행 4명은 여수 금오도 여행을 하기 위해서 ‘백야도 여객선 터미널’을 찾았다. 금오도 함구미 선착장으로 가는 배는 오전 9시 출발이었다. 60인승 배는 개도에 잠시 들렀다가 9시 48분 금오도 함구미 선착장에 도착했다.

A 씨는 엊저녁에 산 양념돌게장을 차에 싣고 다니면 상할 염려가 있다 생각하고 주위 가게에 맡기기로 했다. 그러나 마땅한 데가 없자 ‘금오도 함구미 여객선 터미널’ 근무 직원에게 부탁해 보기로 했다.

여수 금오도 함구미 여객선 터미널에 근무 중인 이홍희 씨. 정재용 기자
여수 금오도 함구미 여객선 터미널에 근무 중인 이홍희 씨. 정재용 기자

(주)신아해운(061-665-6565) 소속 이홍희(35) 직원은 친절했다. 그는 흔쾌히 허락하고 냉장고 문을 열었다. 냉장고에는 생수 병이 가득 들어 있었다. 그는 생수 병을 꺼내고 선반을 들어냈다. 그리고 양념돌게장이 든 스티로폼 상자를 넣었다. A 씨도 그를 도와 생수 병을 남은 공간에 채웠다. 이 씨는 생수 한 병을 내밀며 “혹시 생수가 필요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냥 사무실에 보관해 줄 것을 바랐던 A 씨는 뜻밖의 호의에 “괜찮다”며 연방 감사의 인사를 했다.

다른 또 하나의 친절은 조은경(42) 씨였다. A 씨 일행이 ‘이기풍 목사 순교기념관’으로 차를 몰았더니 차는 우학리교회 마당으로 들어섰다. 예배당 옆 건물이 기념관이었다. 기념관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을 때 조 씨가 헐레벌떡 달려왔다. 나중에 알고 보니 교회 카페에 온 손님으로 알고 온 것이었다. 그는 우학리교회 집사로서 주일에는 반주자로 봉사, 주중에는 교회카페를 맡아 운영하고 있었다.

그는 손에 들고 있던 방풍나물 봉지를 건네며 “적지만 나눠 먹으라”고 했다. 점심식사 전이라서 차를 안 마시고 나온 게 미안했다. 그럼에도 그는 다정하게 배웅했고 맛있는 식당도 추천해 줬다. ‘우리식당’의 고등어찌개는 일품이었다.

금오도 우학리교회 내 이기풍 목사 순교기념비. 정재용 기자
금오도 우학리교회 내 이기풍 목사 순교기념비. 정재용 기자

평안남도 평양에서 출생한 이기풍(1868~1942) 목사는 1907년에 평양신학교 제1회로 졸업하고 제주도, 전라남도 일원에서 목회를 하다가 신사참배 불응으로 투옥, 고문 후유증으로 1942년 우학리교회에서 순교한다. 제주도 제주시 조천읍에는 ‘이기풍 목사 선교기념관’이 있다.

백야도로 나가는 배는 4시 20분 출항이었다. A 씨 일행이 선착장에 도착하니 이 씨는 상자를 내 놓고 A 씨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평소에는 ‘백야도 여객선 터미널’에 근무하는데, 함구미 근무자가 휴가일 때, 한 달에 7일은 이곳 함구미에 근무한다”고 했다.

A 씨 일행은 선상에 올라 금오도를 바라보며 여행 소감을 나눴다. “금오도는 비렁길 1코스를 걷다가 만난 미역널방 바위 아래로 깎아지른 절벽만큼이나 기품이 높고, 안도해수욕장 모래만큼이나 맑고 깨끗하며, 이홍희와 조은경 씨가 있어서 행복하고 아름다웠다”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