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금시절이 그립다
통금시절이 그립다
  • 권오훈
  • 승인 2022.05.26 0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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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그간 영업을 제대로 못 한 자영업자들께 뭇매를 맞을지 모를 말이지만 여름 한 철만이라도 자정부터 새벽 4시 사이에는 통행금지를 부활했으면 좋겠다.

기온 상승과 에어컨 가동

기온이 올라가니 더위를 식히기 위해 집집마다 에어컨을 가동한다. 실외기를 통해 뿜어내는 열기는 불에 기름을 끼얹는 느낌이다. 탄소를 많이 발생시켜 환경파괴의 주범이 된다. 벌써부터 조짐이 빈번하다. 기후 온난화로 만년설과 양극의 빙하가 녹아 없어지고 지구촌 곳곳에 자연재해가 발생하여 사상자와 이재민이 늘고 있다. 우리 세대는 물론 다음 세대가 겪게 될 재앙이 실로 우려스럽다.

사람들의 이기심은 이런 사실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이율배반적이다. 나 아닌 다른 사람들이 참고 견디며 실천해주길 기대한다. 약간의 더위도 참지 못하고 선풍기나 에어컨을 하루종일 가동한다.

아파트 실외기에서 나는 소음이 꿀벌통 옆을 지날 때처럼 웅웅거린다.

저녁에는 창문 열어 기온 낮춰

해가 서산으로 기울면 기온이 다소 떨어진다. 밤에는 창문을 열면 바깥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 들어와 선풍기조차 켜지 않아도 될 때가 많다. 심한 열대야에도 창문을 열고 선풍기 타이머를 맞추고 자면 시원하게 잠 들 수 있다.

문제는 밤의 소음

문제는 창문을 열면 바깥에서 들려오는 소음이다. 잠이 들었는데 왁자지껄한 말소리에 잠이 확 깬다. 다른 소음이 잦아든 밤에는 말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린다. 그들이 지나간 뒤에는 잠을 청해도 쉬 들지않고 열이 올라 날밤을 새는 날이 허다하다. 새벽에는 새벽잠이 없는 노인들이 아침운동을 나온다. 가는귀가 먹은 노인들은 자기가 잘 안 들리니 상대도 그러려니 해서 큰소리로 말한다.

폭주족의 차에는 불법으로 마후라에 증폭기를 달았다. 그들은 자정을 넘어 차량 통행이 적은 시간대에 굉음을 울리며 도로를 질주한다. 놀라서 깬 사람들의 입에서 욕이 절로 나온다. 겨우 다시 잠들려 하면 그들이 다시 지나가며 잠을 완전히 쫒아 버린다.

오죽하면 어떤 이는 다연발 기관총이 있으면 갈겨 버리고 싶다며 울분을 토한다. 무딘 사람이야 업고 가도 모를 정도로 깊이 잠이 드니 개의치 않을 것이다. 요즘 불면증으로 밤이 고통스러운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창문을 닫으면 소음이 어느 정도 차단되니 울며 겨자먹기로 창문을 닫고 선풍기나 에어컨을 켠 채 잠을 청할 수 밖에 없다. 전력 소모는 늘고 비례하여 탄소 발생량은 증가하게 된다. 찬바람이 불어 기온이 떨어지는 가을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밤에 경찰 순찰차가 도로변 군데군데 주차하고 경광등을 번쩍이는 걸 볼 수 있다. 엄연히 폭주와 소음 발생은 제재되어야 할 법규 위반 행위인데 공권력이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다. 오늘밤도 청소년들의 고함 소리와 폭주족의 굉음에 잠을 설치거나 창문을 닫고 에어컨을 가동한 시민들의 불평이 하늘을 찌른다.

여름 한철이라도 통금 부활했으면

그렇다면 여름 한 철만이라도 예전처럼 자정부터 새벽 네 시까지 통행금지를 시행하면 어떨까? 우리나라만큼 밤문화가 활발한 나라는 드물 것이다. 그 시간대에 생산적인 산업이 과연 얼마나 될까? 먹고 마시고 노래하고 춤추는 향락산업만이 성황을 이룰 것이다. 그런 산업을 폄훼하는 건 아니지만 소수의 소음 발생자로 인해 다수의 애꿎은 시민이 피해를 입는 것은 온당치 않다. 사람들은 소음 공해를 피하려 창문을 닫고 더위를 피하려 에어컨을 켠다. 그로 인해 발생하는 가외의 전력 사용에 따른 금전적, 환경적 피해를 감안하면 뭔가 대책을 세움이 마땅하지 않을까. 작금에 민생보다는 정쟁에만 치중하는 듯한 정치인들이 짚어볼 문제라 생각한다.

부득이하게 심야시간이 아니면 할 수 없는 특수업종 종사자에게는 특별 통행증을 발행하면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