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하실래요, '더 동행' 봉사단
동행하실래요, '더 동행' 봉사단
  • 노정희
  • 승인 2019.03.27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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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는 '하는' 게 아니라, 봉사 '받고 가는' 것. 동행이 있어 즐겁다
중앙, 오규찬 단장

봉사는 베푸는 게 아니라 나누는 것이다. 그 나눔의 시간에 동참 의사를 밝혔다. 3월 27일 오후 1시 10분, 대구시 동구 지역의 경로당과 마을 회관 몇 군데로 출발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더 동행’ 봉사단의 오규찬(61) 단장은 일정이 빠듯하다고 미리 귀띔한다. 세 군데 경로당을 다녀올 예정이란다. “중화요리 식당에서 어르신들께 짜장과 탕수육을 대접해 드렸고, 미용 봉사와 연탄 나누기도 했습니다. 지난번에 어르신들께 간식으로 찐빵을 나눠드렸더니 호응이 좋아서 오늘도 찐빵을 준비했습니다.”

‘더 동행’ 봉사단은 작년 11월부터 동구 지역의 어르신들을 찾아뵙고 있다. 매달 한 번씩, 22명의 회원이 시간을 내어서 봉사활동을 한다. 평일은 각자 생활에 바쁘다 보니 부득불 여섯 명이 참석하였으나 일당 서넛 몫을 거뜬히 해내었다.

이승천(59) 회원은 “어르신들께 봉사하러 오는 게 아니라 되려 봉사 받습니다. 올 때마다 배움을 얻어서 갑니다. 혼자 힘으로 나눔의 시간을 갖기는 어렵습니다. 동행하는 회원이 있어 모임이 형성되고, 또한 어르신들과 만나 잠시나마 마음을 나눌 수 있어 즐겁습니다”라며 찐빵 접시 나르기에 여념이 없다.

이강우 회원도 안면에 웃음을 머금는다. “어르신들을 만나 뵈면 마음이 뿌듯합니다. 다음 봉사 날짜를 기다립니다.” 부랴부랴 달려왔다는 최완식 회원도 무거운 짐을 번쩍번쩍 나른다. ‘방촌 제1 경로당’의 어르신들은 점심을 먹지 않았는데 찐빵이 맛있다고 한마디씩 거든다.

‘신평동 경로회관’에는 윤태원(81) 경로회장이 반가이 맞아준다. ‘대한노인회 자원봉사자 교육 1기생’인 윤 씨는 “경로당 어른들이 모여 봉사활동도 다니고, 나들이도 다닌다. ‘자치운영실적 우수’ 표창까지 받은 경로당”이라며 ‘좋은 경로당’임을 강조한다.

‘용계1 경로당’에서 어르신들은 노래를 요청했다. 찐빵을 찌는 동안 어르신들과 말벗이 되어 손뼉 치고 환담하던 윤환섭(58) 회원은 노래는 못 부른다며 겸손해한다. 어르신들께 제공하는 찐빵을 직접 만드는 윤 씨는 ‘강정보 찐빵’으로 유명한 찐빵 명장이다. 발효기법으로 만든 찐빵은 기존 찐빵과 다른 맛을 보여준다. 발효된 것이니 소화력도 뛰어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봉사단의 심부름을 맡고 있는 안평훈(27) 국장은 사이버에 손이 느린 어른들을 대신하여 시종일관 바쁘게 움직인다. “예전에는 봉사해본 적이 없습니다. 봉사단에 소속되어 경로당과 마을 회관에 다니다 보니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만나게 된 게 제겐 큰 의미로 남습니다. 저는 본가나 외가 쪽에도 조부모님이 안 계십니다.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도 생존해 계신다면 반갑게 맞이해 주지 않았겠나 싶습니다. 어르신들이 좋아하니까 저도 좋습니다.” 여건이 되는 한 계속 봉사하고 싶다고 말한다.

동구 쪽에서 봉사하게 된 동기가 무엇이냐고 묻자 오규찬 단장은 자신의 견해를 담담히 풀어놓는다. “이 지역은 예전에 ‘안심읍’이었습니다. 안심, 용계, 방촌, 해안, 불로, 봉무, 팔공 지역은 대구시 전체 크기의 15% 정도를 차지합니다. 지역이 넓다보니 기관의 혜택이 고루 미치지 못해 조금은 낙후된 경향도 있습니다. 큰 것은 아니지만 어르신들께 간식이라도 나눠주자는 차원에서 봉사활동을 시작했지요. 회원들이 십시일반 후원해 주어 단체 살림을 꾸려갑니다.”

벚꽃 한창 튀겨진다. 기온이 부쩍 올라간다. 남녘에서 칠락팔락 달려온 건달 바람이 기어이 웃옷을 벗게 만든다. ‘아랫마을 매화년, 키만 삐쩍 큰 목련부터 대그빡 피도 안 마른 제비꽃 년들, 주둥이에 뻘겋게 루즈까지 칠한 진달래, 봄에 피는 꽃년들은 모조리 궁딩이를 들썩이는디-권나현 시 인용’

꽃피는 봄날, 봉사하기 참 좋은 날씨이다. ‘우리는 타인의 현재를 위해, 우리의 미래를 위해, 서로를 도와야 한다.’

어르신들께 찐빵과 음료를 나눠주고 있다.
따끈함을 유지하려고 즉석에서 찐 찐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