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태 박사의 고금소총] 두 기생의 시평
[오상태 박사의 고금소총] 두 기생의 시평
  • 시니어每日
  • 승인 2022.04.25 17: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원문]

琴韻 ㆍ 竹葉

浿城有妓二人

一名琴韻一名竹葉

兩人皆以詞律有名

一日監司宴於浮碧樓

酒至半醉 乃命二妓而

詠詩卽景

琴雲 先吟一句曰

"山不渡江江上立

水難穿石石頭回"

監司大喜稱讚

竹葉指 琴雲曰

"詩出於本情

汝之所作 守令書房

無可奈何也"

琴韻曰 "何爲也?"

竹葉曰

"汝之十四字中

二字大欠處

若改二字卽

氣像發越"

監司笑曰

"汝卽何如耶.?"

竹葉曰

"不"字 改爲 "欲"字 "難"字 改爲 "將"字 卽

"山欲渡江江底立

水將穿石石頭回"

監司大喜稱讚

---奇 聞---

[풀이] 두 기생의 시평

평안도의 감영에는 시

잘 짓는 두 기생이 있었는데, 한 여인은

금운이고 다른 한 여인은 죽엽이었다.

하루는 감사가 대동강 가의 부벽루에서 잔치를 열고 풍악으로

즐기다가 술이 얼큰해진 감사가 두 기생을 불러 말했다.

"너희들 둘이 시를 잘 짓는다는 소문이 파다하니, 지금 앞에 보이는 경치를 두고

즉흥시 한 구절씩

읊어 보거라."

감사의 말에 따라

먼저 금운이 곧장

다음과 같이 읊었다.

山不渡江江上立

산은 강을 건너지 못해

강 언저리에 서 있고

水難穿石石頭回

강물은 돌을 뚫지 못해

바위를 돌아 흐르네

이렇듯 기생 금운은 별 다른 구상은 않고 부벽루 앞의 전경을 바라보며 즉흥적으로 읊어 나갔다.

감사는 잘 지은 시구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를 보고 곁에 있던 기생 죽엽도 금운의 작품 낭송을 듣고는 감사 앞에 아뢰었다.

"시는 본래 그 지은

시인의 심성이 드러나는 것이 아니겠사옵니까?

금운의 시구에는

서방님을 붙잡아 두려는 나약한 여인네의 심정만

나타나 있어,

별로 좋다 할 수가 없사옵니다."

그러자 감사는

놀라면서

"아니, 죽엽아, 그게 무슨 뜻인고? 그렇다면 너는 어떻게 짓겠다는 것인지 어디 한번 읊어 보거라."

소녀 죽엽이 의견 말씀 올리겠나이다.

"금운이 읊은 열 넉자

싯구 중 두 글자가 결정적으로 잘못 되어

그런 것이옵니다.

시구에 아닐 "不"자와 어려울 "難"자를 달리 고쳐서 넣고 거기에 맞춰서 조절한다면,

기상이 깨끝하고 훤칠하게 뜻이 살아날 것이옵니다."

그러자 이 의견을 감사가 듣고 놀라면서

"그럼 죽엽이 네가 고쳐 넣어 보거라."

하고 독촉했다.

그러자 죽엽이

"不"자는 "將"자로

"難"자는"爲"자로

바꾸어 읊었다.

"山將渡江江上立

산은 강을 건너지 못해

강 언저리에 서 있고

水將穿石石頭回

강물은 장차 돌을 뚫고자 하여

바위를 감아 돌도다".

죽엽이 이렇게 고치니,

수동적 소극적으로 표현되었던 의미가

헤쳐 나아가려 하는 강하고 적극적인 의지의 심성으로 바뀌게 된 것이었다.

감사는 두 기생의 작시 능력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전 대구대 국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