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기자의 포토 에세이】 봄날은 간다
【방기자의 포토 에세이】 봄날은 간다
  • 방종현 기자
  • 승인 2022.04.08 19:40
  • 댓글 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건달꽃 지다

 

활짝핀 벚꽃    사진 황영목 변호사
활짝핀 벚꽃 사진 황영목 변호사

 

2004년 계간 「시인 세계」에서는 현역 시인 100명이 좋아하는 대중가요 노랫말로 「봄날은 간다」를 1위로 선정하였다. 이 노래가 만들어진 시기는 6.25 전란 직후라 물자도 부족하고 정신도 피폐했을 때였다.

손로원이 작사하고 박시춘이 곡을 붙인 ‘봄날은 간다.’ 는 물질적 빈곤과 피폐한 정신을 위무하는 서정성이 짙어 대중의 큰 호응을 받았다.

봄날 하면 떠오르는 꽃이 벚꽃이다. 봉오리가 맺히고 꽃이 벙글기 시작하면 일순 화들짝 쌀 튀밥 틔우듯 몽글몽글 피워낸다.

벚꽃이 건달처럼 '짠' 하고 나타날 때 이즈음 날씨는 변화가 심하여 곧 꽃샘바람을 동반한 비바람이 흩뿌려 환하던 벚꽃이 제 발아래로 난 분분 꽃잎을 떨어뜨린다.

벚꽃은 오자마자 떠날 채비를 하니 건달 꽃일시 분명하다.

‘사철가’에 이런 구절이 있다.

이산 저산 꽃이 피니 분명한 봄이로구나 봄은 찾아왔건마는 세상사 쓸쓸하구나

나도 어제 청춘일러니 오늘 백발 한심하구나. 내 청춘도 날 버리고 속절없이 가버렸으니

왔다 갈 줄 아는 봄을 반겨한들 쓸데 있나 봄아! 왔다가 가려거든 가거라

네가 가도 여름이 되면 녹음방초 승화 시라~(중략)

봄을 보내면 여름이 온다며 스스로 위안하고 있다.

가는 봄을 아쉬워하며 부르는 노래가 사철가요 ‘봄날은 간다’다.

문인수 시인은 생전에 벚꽃을 좋아하고 ‘봄날은 간다.’ 노래를 즐겨 불렀다.

평소 문 시인과 교유하던 신표균 시인이 고 문인수 시인에게 보내는 시를 보내와 소개한다.

달북 봄날에 가다

- 故 문인수 시인에게

신 표 균(『心象』신인상 등단. 대구 문인협회 부회장역임. 시집 어레미로 본 세상 외)

연분홍 치맛자락 부여잡고

봄날은 갔다

두드리는 북채 끝에 매달려

봄날은 갔다

둥 둥 둥

흔들리는 손 북소리에 발걸음 맞춰

봄날은 갔다

봄날 유난스레 좋아하던 만년 소년

‘봄날은 간다’ 4절 스스로 지어 부르다가

봄날에 갔다

봄바람 아까워 꽃비 내리는

늦은 봄날

그 미소 달무리에 그려놓고

둥둥둥

달북치러

늘 봄날일 그곳으로

*문인수 시인(호,달북)은 생전에 만날 때마다 첫 인사가 ‘굿모닝’(아침 저녁 가리지 않고)이었다. 소주 한 잔 걸치면 듣건 말건 ‘봄날은 간다’ 3절까지 완창 하더니 끝내는 4절을 직접 작사하여 애창하다가 기어이 봄날에 취해 봄바람이 아까워 늦은 봄날(2021.6.7.) 봄옷으로 갈아 입고 늘 봄날인 그곳 찾아 떠나갔다. 그로부터 2개월여 지난 즈음 출간된 C 시인의 시집 <<더 깊이 볼 수 있어 다행이야>>에 ‘봄날은 간다, 5절’이란 제목으로 저자의 자작시가 수록된 것을 우연히 접했다.(고 문인수 시인 1 주기를 앞두고 미망인 전정숙 여사께서 4월 4일 새벽 74세를 일기로 문 시인 곁으로 떠나가셨다는 부음을 듣고 새삼 봄날 가족의 애틋한 사랑을 되새기게 한다.) 끝

손로원이 작시하고 박시춘이 작곡한 ‘봄날은 간다’ 는 3절까지 이다.

문 시인은 십수 년 전 늦은 봄 강원도로 누님들과 가족 여행을 떠났다. 남편을 먼저 여의고 칠순을 넘긴 누이들과 함께 부른 노래가 ‘봄날은 간다’였다. 문 시인이 누이들의 심정을 헤아려 기존의 3절 가사에 덧붙여 지은 일종의 헌시(獻詩)가 ‘봄날은 간다.’ 4절이다.

문인수의 봄날은 간다 4절   사진 황영복 변호사
문인수의 봄날은 간다 4절 사진 황영복 변호사

 

문인수 시인의 봄날은 간다. 4절.

밤 깊은 시간엔 창을 열고 하염없더라

오늘도 저 혼자 기운 달아

기러기 앞서가는 만 리 꿈길에

너를 만나 기뻐 웃고 너를 잃고 슬피 울던

등 굽은 그 적막에 봄날은 간다.

벚꽃은 참으로 화려하다. 묻 여인을 달뜨게 해놓고 건 듯 바람에 대책 없이 떠나는

‘건달 꽃’ 그래도 미워할 수 없다.

내가 교유하는 문인에게 봄날은 간다. 4절 작시를 제안했더니 여섯 분이 보내왔다.

여섯 분의 봄날은 간다 4절을 소개한다.

박방희 시인의 봄날은 간다 4절   사진 황영목 변호사
박방희 시인의 봄날은 간다 4절 사진 황영목 변호사

 

문 시인과 동향으로 벗 사이인 대구 문인협회장을 지낸 박방희 시인의

봄날은 간다. 4절은

헤어진 반쪽이 서로서로 잊지 못하고

새도록 그리며 반짝반짝 눈물로 지새우다

잠 못 드는 밤

몸은 멀리 떨어져도 마음만은 지척이라

오늘도 애태우며 봄날은 간다.

황인동 시인의 봄날은 간다 4절    사진 황영목 변호사
황인동 시인의 봄날은 간다 4절 사진 황영목 변호사

 

 황인동 시인의 봄날은 간다. 4절

고요한 잔물결이 달빛에 젖어 더욱 고와라

오늘도 우릿님 그리면서

내 마음 강물 위에 실어 보낸다

구름처럼 가는세월 잡지도 못하고

애달피 꽃잎 지듯 봄날은 간다.

유가형 시인의 봄날은 간다  4절  사진 황영목 변호사
유가형 시인의 봄날은 간다 4절 사진 황영목 변호사

 

유가형 시인의 봄날은 간다. 4절

서산에 석류별빛~노을이~짙어가더라~~

오늘도 기우는~달을 보며~

바람이 쓸고 간 낙엽 진~길에~

잎이 피면 같이 웃고 잎이 지면 같이 울던

흘러간 그 세월에 봄날은 간다

이선영 시인의 봄날은 간다 4절  사진 황영목 변호사
이선영 시인의 봄날은 간다 4절 사진 황영목 변호사

 

이선영 시인의 봄날은 간다. 4절

사랑도 꽃잎도 피고 지니 아름다운가 아무도 모르게 우우 우우

아프게 피어나던 꽃잎 사랑아 너를 알고 봄이 와도 너를 찾아 헤매더니

슬퍼도 아름다운 봄날은 간다

고영애 시인의 봄날은 간다  4절  사진 황영목 변호사
고영애 시인의 봄날은 간다 4절 사진 황영목 변호사

 

고영애 시인의 봄날은 간다. 4절

봄 강물 여울져 일렁이며 흘러가더라

오늘도 달뜨고 별이 뜨는 송사리 헤엄치는 강언덕에서

바람 불면 보래 구름 비가 오면 꽃무지가

아련한 그 가락에 봄날은 간다

전영귀 시인의 봄날은 간다 4절    사진 황영목 변호사
전영귀 시인의 봄날은 간다 4절 사진 황영목 변호사

 

전영귀 시인의 봄날은 간다. 4절

(코로나 19에 반하여)

나 홀로 취하는 고요한 만개 이 봄이 다 가더라

구름은 바람 없이 못 흐르고 인생은 사랑 없이 못 산다더라

양털 구름 신방 차려 분홍 웃음 흩날려도

스치는 그 눈길이 잔인도 하더라.

 

방종현 시인의 봄날은 간다 4절. 사진 방종현 기자.
방종현 시인의 봄날은 간다 4절. 사진 방종현 기자

 

방종현의 봄날은 간다 4절

내고향 오설리 대니골은 청태콩 익는마을

순아야 철이야 초동친구 지금은 어드메에 살고 있나

어른 되어 만나 살자 순아와 맺은 언약

덧없는 그 세월에 봄날은 간다

엊그제 비가 내려 화려한 벚꽃이 지고 있다. 찬란한 2022년의 봄날은 이렇게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