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기자의 포토 에세이】 진달래
【방 기자의 포토 에세이】 진달래
  • 방종현 기자
  • 승인 2022.04.03 17:00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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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로 온 산이 불난 듯 붉다

진달래는 오래전부터 개나리와 함께 봄을 알리는 대표적인 나무의 하나로 사랑받아 왔다. 꽃말이 절제, 청렴, 사랑의 즐거움으로 남녀노소 좋아하는 꽃이다.

비슬산 진달래    사진 황영목 변호사
비슬산 진달래 사진 황영목 변호사

 

키는 2~3m 정도로 무리 지어 자란다.

이맘때 백두산에서 지리산으로 한라산까지 우리나라 땅 산하에 지천으로 피는 꽃이다. 우리나라 진달래 3대 군락지로 여수 영취산 진달래. 창녕 화왕산 진달래. 경산 무학산 진달래를 꼽는다. 여기에 대구 비슬산 진달래가 달성군에서 참꽃 축제가 해마다 열리고 있어 새로운 진달래 군락지로 자리매김 되고 있다.

진달래를 참꽃이라고도 한다. 민간요법에 진달래 꽃잎을 꿀에 재어 먹으면 천식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꽃을 먹을 수 있고 약에도 쓸 수 있어서 진달래꽃은 참꽃이라고도 불린다.

우리 때 국민학교 시절은 내남없이 삶이 팍팍했다. 보릿고개가 시작될 무렵 진달래꽃이 피기 시작한다. 하굣길 동무들과 지천으로 무리 지어 핀 참꽃을 입술이 파래지도록 따먹으며 허기를 달래기도 했다. 먹을 수 있는 꽃이라 참꽃으로 불렀나 보다.

속담에 봄바람이 들어 들뜬 아가씨를 ‘참꽃에 볼때기 덴 년’이라는 말이 있다. 만산홍(滿山紅)에 빨갛게 핀 진달래로 두 볼에 화상을 입었다고 했으니 참으로 감각적인 말이다,

연전에 우리나라 사람이 제일 좋아하는 詩가 무었인지 조사한 설문조사애서 소월의 「진달래」 詩가 뽑혔다. 소월의「진달래」시는 운율(韻律)이 있어 읽기 수월하고 정한(情恨)이 있어 감성을 부른다. 전문을 소개한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소월뿐 아니라 미당 서정주 시인도 「귀촉도」라는 시에서

눈물 아롱 아롱

피리 불고 가신 님의 밟으신 길은

진달래 꽃비 오는 서역 삼만리

흰 옷깃 여며 여며 가옵신 님의

다시 오진 못하는 파촉 삼만리 (중략) 서정성을 노래했다.

 

대구에서 활동하고 있는 세분 시인이 노래한 진달래를 소개합니다.

군더더기 해설을 붙이지 않고 원문대로 독자에게 소개합니다. 많은 관심 바랍니다.

이유환의 '비슬산 참꽃'      사진  황영목 변호사
이유환의 '비슬산 참꽃' 사진 황영목 변호사

비슬산 참꽃

이유환 시인 ( 1985년 『현대시학(現代詩學)』 등단, 제39회 <대구문학상> 수상, 한국시인협회 회원, 대구문인협회 부회장 역임, 시집 『달의 물방울』외 )

비슬산 참꽃은 어머니다

오랜 목마름이 참꽃 다발로 피어나

크고 작은 산봉우리를 품는다

칼바람 꽁꽁 얼어붙었던 산을 녹이고 핀 꽃

천왕봉에서 팔공산 비로봉으로 흐르고 있다

작은 신음에도 귀를 씻으며

산 아래 가슴 밑바닥 소리 들으며

아직 꽃을 피우지 못한 꽃망울 어루만지며

종일 너의 몸살을 듣는다

산바람 골바람 등에 업고 천둥 품어

꺾인 허리 번쩍 들어 바다를 이고 가신다

정화섭의 '엄마의 진달래'     사진 황영목 변호사
정화섭의 '엄마의 진달래' 사진 황영목 변호사

엄마의 진달래꽃

정화섭 시조시인 (2005년 백수백일장 장원. 나래 시조신인상. 현 대구시조, 대구문인협회 이사 시조집 『먼 날의 무늬』외.

소월의 시선 뒷장 붙여 놓은 엄마사진

사월에 먼 길 가시고 낯익은 길 오르면

오래된 꽃잎의 향기 섧게만 흔들린다

엄마와 딸로 만나 다시 한 번 살아봤으면

옛 꿈이 찾아와서 남몰래 슬퍼지면

선명한 연분홍 말씀 화전처럼 놓인다

김윤숙의 진달래 (운문 산 진달래)  사진 황영목 변호사
김윤숙의 진달래 (운문 산 진달래) 사진 황영목 변호사

진달래

김윤숙 시인 (문장 신인상. 대구문협. 대구PEN. 문장작가회 회원

한국 불교문학 작가상 시집『찻잔을 저으며』외)

네 색깔은

열여섯 입술로 정결하다

너의 티 없는 정열은

난생처음 보듯 해마다 새롭다.

그리움이 저들처럼 살아있는

그대로의 것으로 남아있는 것은 드물다

설렘이 설렘 그대로의 저들처럼

싱싱하게 담겨 있는 것도 드물다.

이 봄

저들이 보내는 보이지 않는 물살 앞에서

나는 아득히 흔들리고 있다

정신 황홀해지는 저들의 물살을 타고

나는 끝없이 흘러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