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태 박사의 고금소총] 계림관기
[오상태 박사의 고금소총] 계림관기
  • 방종현 기자
  • 승인 2022.03.23 2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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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화  계림관기(鷄林官妓)

[오상태 박사의 고금소총] 연재를 시작하며 

오상태 박사  (사진 방종현)
오상태 박사 (사진 방종현)

 

고금소총이라면 흔히 음담패설이라 여기는 사람들이 많지만 지금까지 전해내려오는 830편은 사회를 풍자하는 우리네 삶의 재미나는 이야기들로 구성돼 있다. 흔히 Y담으로 알려진 육담적인 내용은 전체의 10%뿐이다. 고금소총은 본문의 마지막 구절에 야사씨(野史氏)를 통해 評을 하며 인간의 잘못된 처신을 꾸짖는 것이 백미다.

앞으로 2주에 한 편씩 [오상태 박사의 고금소총]이란 제목으로 연재합니다.

오상태 박사는 대구 대학교 문리대 학장을 지낸 국문학 교수로 박지원의 열하일기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제 1화  鷄林官妓

長安年少

鷄林 有一官娼 美而艶 有長安一 年少 情頗珍重 娼給曰 " 妾本班閥 沒入爲婢 時未經男子"

年少尤惑之 娼臨別善哭 年少傾行탁贈之 娼謝曰 " 願得切身之物 不願財賄 " 年少卽斷髮與之

娼曰 " 毛髮猶外也 願得尤切者" 年少斫 板齒與之 及還京 忽忽不樂 人有自鄕來者

年少廉問 娼齋別 就他家 怒之 馳遣蒼頭 索還板齒 娼撫掌

大笑曰 " 痴孩子 屠門戒殺 娼家責禮 非愚卽妄 可揀爾痴孩子齒去" 擲一布袋

乃平生所得男齒也 有人題詩曰 " 年少風流見不曾 娼家責禮竟何能 莫言這物恩情薄 齒豁頭童是壽徵

---東國骨稽傳---

*진중: 진기하고 중함 *벌열: 공로가 많은 집안 *행탁: 여행 중 노자돈 주머니

*재회: 재물 *홀홀불락: 실망해서 마음이 즐겁지 않음 *창두: 노복

☆ 계림(경주)에 한 관기가 있었는데 윌굴 몸매가 예쁘고 요염했다. 장안(서울)에서 한 젊은 선비가 다니러 갔다가 이 기생을 만나 깊이 정이 들었다. 기생이 켕기어 말했다.

" 저는 본래 양반 문벌가 출신인데 잘못 빠져들어 종이 되었습니다. 선비님을 만나기 전에는

남자를 겪어보지 못했습니다. " 그러자 선비는 더욱 미혹되고 말았다.

선비가 서울로 돌아오게 되어 기생은 이별에 즈음, 헛 울음을 잘 울었다. 유혹에 빠진 선비는

갖고 있던 재물을 죄다주어 기생을 위로했다. 기생은 재물을 사양하며 말했다.

"신체를 잘라낸 절신지물 일 부분을 원하옵니다. 재물 따위는 원하지 않사옵니다. "

선비는 곧장 머리털을 잘라내어 주었다. 기생이 또 말했다.

" 모발은 오히려 신체 밖에 속하는 것이옵니다. 원하옵건데 이보다 더욱 적절한 다른 신체 부위이옵니다."

그러자 선비는 앞 잇빨을 뽑아 주었다. 선비는 서울로 돌아와 기생을 잊지 못해 실의에 빠져 마음이 편치 못했다. 계림에서 장안으로 올라온 사람이 있었다. 선비는 기생의 사정을 몰래 알아 보았다. 기생은 선비와의 이별 끝나자, 다른 집으로 가버렸다는 것이었다. 선비는 화가 치밀어 창두를 말달려 계림으로 보냈다. 뽑아준 앞니를 찾아 오려는 것이었다.

기생은 서울에서 온 창두를 만나자, 손뼉을 치며 큰 소리로 웃으며

" 어리석은 아해 같구료. 도살장에 가서 살생 말라 훈계하고,기생집에 가서 예법 지켜라 책망하다니, 어리석음이 아니면 망녕이 든 게로구나!

그래, 창두 너의 어리석은 주인 아해의 앞 잇빨 골라잡아 가져 가려무나." 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기생이 포대기 하나를 창두 앞에 던졌다.

열고 보니 거기에는 기녀가 지금까지 사는 내내 동안 뫃아둔 사내들 잇빨이 가득하였다. 이에 어떤 사람이 기생에게 미혹당한 젊은 선비를 생각하며 칠언절구(七言絶句) 한 편을 지었다

.年少風流見不曾 娼 家責禮竟何能 莫言這物恩情薄 齒豁頭童是壽徵

*젊은이의 그같은 풍류는 일찌기 보지 못했네. 기생집에서 예법 꾸짖다니 그게 될 말인가?

기녀 보고 은정 야박하다 말 말게나. 합죽이에 대머리는 장수할 징조라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