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기자의 문학 산책] 대구 21거 5842
[방기자의 문학 산책] 대구 21거 5842
  • 방종현 기자
  • 승인 2022.03.22 10:00
  •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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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마 21거5842를 떠나보내며

대구 21거 5842를 떠나보내며

18년을 함께한 필자의 애마 대구 21거 5842  사진 방종현
18년을 함께한 필자의 애마 
눈 귀한 대구에 푸지게 내린 눈에 덮힌  어느해 겨울  사진 방종현

 

유 세차 ‘2021년 섣달 초 엿새 21거5842는 19만 km 주행을 마치고 영면(永眠)에 들도다.’ 오호애재(哀哉)라 공(公)은 춘풍추우(春風秋雨) 18개 성상(星霜)을 나를 위해 청춘을 불사르고 묵묵히 제 몫을 다한 공(功)이 지대하도다. 내 이를 애련히 여겨 향(香)을 사루어 애도(哀悼)하노라. 무릇 인연이란 인간사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미물 간에도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있는 법이 아니더냐. 내 公을 거두어 오랫동안 함께 동고동락(同苦同樂) 할 수 있었을 터인데 내가 불민(不敏) 하와 공(公)을 잘 건사치 못하고 보내고 나니 지난 일 하나둘 떠올라 비통한 마음 이를 데 없구나. 남들은 하기 쉬운 말로 개(犬)나 소(牛)나 탄다고 公을 ‘소나타’라 쑥덕거렸지만 公은 개의치 않고 묵묵히 앞만 보고 달려온 뚝심이 내 맘에 들었다네. 딴은 公은 ‘소나타’ 가문 중 최고의 신분인 NEW. EF 쏘나타가 아니었던가.

公이 처음 나에게로 왔을 때가 생각나는구나. 자다가도 公의 안위(安慰)가 걱정되어 나가서 만져도 보고 행여 얼굴 더럽힐까 호로도 씌워주고 했었지? 세월의 때가 묻다 보니 公에게 세수도 목욕도 자주 시켜주지 못했음을 솔직히 사과한다. 이물 없이 지낸 사이라 그 점은 이해 주시리라 믿는 바이네.

2012년 봄 그때가 생각나는가? 公과 경부 고속도로 왜관 부근을 지날 때였지 시속 100km를 달리는데 앞서가던 8t 트럭 적재함에서 큰 널빤지가 날아와 公의 왼쪽 귀가 날아 가 버렸을 때를 말일세. 10cm만 더 가까웠다면 公과 나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거네. 公과 나는 사선(死線)을 넘은 셈이네. 또 이런 일도 있었지 2013년 여름이었지 싶네!

대관령을 넘는데 公이 심한 몸살로 더는 못 가겠다고 앙탈을 부리다 끝내 길바닥에 주저앉아버렸잖아 그것도 오밤중에 말일세. 5시간이나 지나서 보험회사의 도움으로 다행히 해결했었잖은가? 지금에서야 실토하지만, 그때 5시간 솔직히 무섭기도 했다네.

세세년년(歲歲年年) 公과 함께한 세월이 우금 18개 성상 사연도 많았고 곡절도 참 많았었지.

내 公에게 말은 하지 않았지만 고마웠던 일을 하나 고백하겠네.

2014년 4월 28일 대전 국군 군의학교에서 내 아들이 8주간의 훈련을 마치고 군의관으로 임관하던 날이었지. 아들 어깨에 대위 계급장을 직접 내 손으로 달아주어 뿌듯했는데 임관식을 마치고 휴가를 받아 영문(營門)을 나설 때 기억나는가? 대위 계급장을 단 우리 아들에게 보초병이 경례를 붙일 때 운전하는 나는 장군님을 수행하는 운전병처럼 으쓱했었다네. 나는 병장 출신이라 대위 계급장은 하늘처럼 높아 보였거든?. 그때 公도 참으로 자랑스러운 표정이었으리라 생각되었네.

누구에게나 초심(初心) 이란 게 있다네. 초심의 마음이면 못할게 없는데 그게 참 어려운 일이라네. 그 마음 변치 않았으면 公과 더 오랫동안 함께 있었을 터 회한(悔恨)이 밀려오는구려. 부디 바라건대 公은 다음 세상에 가서는 좋은 주인 만나 천수를 누리기 앙망(仰望) 하노라. 2021년 12월 6 대구 21거 5842 차주 감소고우(敢昭告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