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5대 궁궐을 찾아서] (4) 창경궁
[조선시대 5대 궁궐을 찾아서] (4) 창경궁
  • 박미정 기자
  • 승인 2022.03.14 09:4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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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5대 궁궐의 하나
창경궁을 가다
창경궁 명정전 전경. 박미정 기자
창경궁 명정전 전경. 박미정 기자

 

창경궁(昌慶宮•사적 123호)은 경복궁 창덕궁에 이어 세 번째로 지어진 조선시대 궁궐이다. 서울특별시 종로구 창경궁로에 위치하고 있다. 조선 왕조는 건국 초기부터 경복궁을 법궁으로, 창덕궁을 보조 궁궐로 사용하는 양궐 체제를 이어왔다. 역대 왕들은 경복궁보다는 창덕궁에 거처하는 것을 더 좋아했다. 왕실 가족이 점차적으로 늘어나면서 창덕궁의 생활 공간도 비좁아졌다. 이에 성종이 왕실의 웃어른인 세조 비 정희왕후, 예종 비 안순왕후, 덕종 비 소혜왕후 등 세 분의 대비가 편히 쉴 수 있도록 창덕궁 이웃에 마련한 궁궐이 창경궁이다. 

창경궁 명정문. 박미정 기자
창경궁 명정문. 박미정 기자

 

창경궁은 왕이 정사를 돌보기 위해 지은 것이 아니고, 생활 공간을 넓힐 목적으로 세워졌다. 또한 애초 궁궐로서 계획된 것이 아니라 태종이 세종에게 왕위를 물러준 뒤 살았던 수강궁에 몇몇 전각을 보태어 세운 궁궐이다. 따라서 경복궁이나 창덕궁과 비교해 볼 때 그 규모나 배치 등에 다른 점이 많다. 우선 창경궁은 전각의 수가 많지 않고 규모가 아담하다. 또 다른 독특함은 조선시대 다른 궁궐과 전각들이 남향으로 지어진 것과 달리 동쪽으로 바라보고 있는 점이다. 창덕궁과 함께 '동궐'로 불렸던 창경궁은 서쪽으로 창덕궁과 맞닿아 있고, 남쪽으로는 낮은 언덕을 지나 역대 왕과 왕비의 신주를 모신 종료와 이어져 본래 한 영역을 이루었다.

창경궁 함인정이 멋스럽다. 박미정 기자
창경궁 함인정이 멋스럽다. 박미정 기자

 

창경궁은 현재 조선시대 건물로 명정전(국보 제226호), 통명전(보물 제818호), 홍화문(보물 제384호), 숭화문, 함인정, 환경전, 곽덕정, 등이 있고, 석조물로는 옥천교(보물 제381호), 풍기대(보물 제846호), 등이 있다. 

창경궁 마당 가운데 품계석이 나란히 서 있다. 박미정 기자
창경궁 마당 가운데 품계석이 나란히 서 있다. 박미정 기자

 

명정전(明政展)은 창경궁의 정전이다. 성종 15년(1484)에 창건되어 임진왜란 때 소실되었다. 광해군 8년(1616)에 중건한 건물로 현존하는 조선시대 궁궐의 정전 가운데 가장 오래되었다. 2단의 월대 위에 정면 5칸, 측면 3칸의 팔작지붕을 하고 있다. 명정문(明政門)은 명정전의 출입문이다. 

홍화문(弘化門)은 창경궁의 정문으로 정면 3칸, 측면 2칸의 중층 우진각지붕이다. 조선시대의 왕은 백성을 만나는 일이 흔치 않았다. 그런데 영조는 홍화문 앞에서 균역법에 대한 찬반 여부를 백성에게 직접 물었고, 효심깊은 정조는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회갑을 기념하여 백성에게 손수 쌀을 나누어 주며 기쁨을 함께 했다. 

창경궁 월대로 오르는 가운데 상스러운 동물들이 조각되어 있다. 박미정 기자
창경궁 월대로 오르는 가운데 동물 조각상이 눈길을 끈다. 박미정 기자

 

왕비의 침전인 통명전(通明展)은 내전의 중심 공간으로 규모가 크다. 전각 옆에 돌난간을 두른 연지와 둥근 샘이 있다. 뒤뜰에는 꽃계단이 마련되어 주위 경관이 아름답다. 희빈 장씨가 통명전 일대에 흉물을 묻어 숙종 비 인현왕후를 저주하다가 사약을 받은 이야기가 유명하다. 

창경궁 숭문당 모습. 박미정 기자
창경궁 숭문당 모습. 박미정 기자

 

창경궁 대온실은 1909년에 건축된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건물이다. 건축의 뼈대는 목재와 철재로 이루어져 있고, 외피는 온통 유리로 덮여 있다. 당시 새로운 건축 재료였던 철과 유리로 지은 대온실의 외관은 대부분이 고풍스러운 목조 전각인 궁궐안에서 예나 지금이나 매우 이색적이다. 현재 대온실은 우리나라의 천연기념물, 야생화, 자생식물 등을 전시하는 공간으로 역사적 가치와 건축적 의미를 지닌 근대의 문화유산으로 자리매김되고 있다.

창경궁 팔각칠층석탑. 박미정 기자
창경궁 팔각칠층석탑. 박미정 기자

 

궁궐의 전각들은 수많은 역사와 사건을 겪으며 허물어지고 새로이 지어 지는  변화를 겪었다. 궁궐과 궁궐 내 전각들의 운명도 탄생에서 성장, 죽음에 이르는 인간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궁궐의 각 전각들이 왕실 사람들의 삶이 깃든 공간이었음을 기억해 보자. 역사속에 등장했던 과거의 공간으로서뿐만 아니라, 현재 우리의 삶 속에서도 깊은 의미를 갖는 현재의 공간으로서도 궁궐을 새롭게 만날 수 있다. 선조들의 철학과 지혜, 정신을 담고 있는 궁궐은 우리 삶을 더욱 풍요롭게 가꾸어 줄 보물 창고이다. 

창경궁 환경전의 모습. 박미정 기자
창경궁 환경전의 모습. 박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