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시내 마을 전래 설화 “ 계산동 마을”
상주시내 마을 전래 설화 “ 계산동 마을”
  • 김항진 기자
  • 승인 2019.03.25 14: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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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래오는 자연부락 지명 이야기-

[우리 동네 전해 오는 이야기]

어느 따스한 봄날 안 너추리마을에 사는 연로하신 아버지가 아들에게 이르는 말씀이

“아범아! 나 좀 보자.”  “예“

“들마에 있는 논은 오늘 모를 다 심을 수 있을는지 모르겠구나. 이달 스무날 팽나무지에 있는 논에 모를 심어야 되는데 초리미 사는 친구가 일손은 알아봐 주기로 했으니 그리 알고, 어멈한테는 가문에 사는 두부 장사가 오거든 반찬거리를 좀 사두었다가 세참 낼 때 반찬으로 쓰라고 일러라! 그러구 그저께 핑구 밑에 있는 논에 모를 심고 남은 모춤은 빗기 동네 입구에 갔다뒀다가 팽나무지 논에 모를 심을 때 다 심도록 해라! 그러지 않으면 모가 모자랄지도 모르니 말이다. 혹시 모가 부족할지 모르니 자산 작은집에 미리 얘기 좀 해놓고... “

[ 마을 입구 동네 이름 표지석]
[ 마을 입구 동네 이름 표지석]

 

[ 전래오는 자연부락 지명]

* 안너추리 : 영빈주유소에서 아테네모텔 뒤 마을에 이르는 전체를 가리키는 마을 이름

* 들마 : 안너추리 중에서 현재의 ‘오리대가’가 있는 주변 들 중간에 있는 마을

* 팽나무지 : 시민운동장 지나 함창 방향으로 조금 가서 ‘풍농비료’ 맞은편의 화산동 입구

* 초리미 : 부원동의 현재 둥시영농조합이 있는 마을

* 가문 : 부원동에 속하며 부원교회와 문경방면 구도로가 우회도로의 지하도를 지나 위치한 마을

* 핑구 밑 : 강변횟집의 동쪽으로 경북선 철길 밑, 냇가 제방 안쪽에 위치한 마을

* 빗기 : 현재 상주여상과 강변타운이 위치한 마을

* 자산 : 북천교에서 보은 방향으로 가다가 북천 잠수교를 건너 우측 산 밑에 위치한 마을

위 대화에 등장하는 지명은 현재의 만산동, 화산동, 부원동, 계산동에 흩어져 있는 자연 부락의 이름이다. 정겨운 우리말의 동네 이름이 요즘은 거의 사라지고 있다. 마을 지명은 이용하는 사람이 있어야 생명력을 갖게 되는데 사용하지를 않으니 마을 입구 마을 이름 표지석에나 간신히 흔적이 남아 있다. 최근 그나마 다행인 것은 주소가 도로 중심 체계로 바뀌면서 예전 동네 이름이 조금씩 되살려지는 정도다. 같은 계산1리라 해도 산재된 자연 부락의 위치에 따라 이름이 각기 달랐다. 옹기골 이나 빗기, 핑구밑은 계산동과 관련이 있는 이름이다.

옹기골은 현재의 북문파출소 맞은편 상주여상 가는 길의 들머리 동네다. 예전에는 들머리 길 우측으로 옹기를 굽는 가마가 있었다. 그러나 옹기의 수요가 줄고 차량이 많이 다니게 되면서 길이 넓혀지고 옹기굴은 우리의 곁에서 사라져 갔다.

다음은 빗기 마을이다.

사람에 따라 본디 북계 (北 溪) 또는 벽계(碧溪)라는 마을 이름이 구전되다가 현재의 빗기가 되었다고 전한다. 아직도 나이드신 분들은 빗기라는 지명을 사용하는데 젊은 사람들 중에 얼마나 알아듣는지 안타까운 일이다.

마지막으로 핑구 밑이다.

핑구 밑은 전술한대로 강변횟집이 있는 곳의 경북선 철도 밑의 동쪽 마을 이름이다. 이 마을에는 빙고(氷庫)가 있었다. 마을 앞에 시냇물이 흐르고 있었으니 한겨울 얼음이 꽁꽁 얼었을 때 얼음을 떠서 부근에 있는 빙고에 저장을 했다가 관청에서 필요할 때에 꺼내 사용했다고 한다.그래서 빙고가 있는 마을이라는 뜻의 ‘빙고마’ 또는 ‘빙고 밑’이라고 불리던 것이 누대에 걸쳐 변형되어 오늘날처럼 ‘핑구 밑’이라는 말로 바뀌어 불리어지게 된 것이다.

언젠가 어느 면 지역에 놓인 작은 다리의 이름이 빙기교라고 된 것을 보았다. 빙기교! 무슨 뜻일까 궁금하여 확인해 보았더니 얼음 氷자에 터 基자를 쓴 것으로 기억을 하는데 우리말로 하면 그냥 ‘얼음 터’다. 아마도 예전에 ‘얼음터’라고 불리던 곳이었으리라. 좋은 한글 이름을 두고 한자어로 바꿀 필요가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사람마다 느끼는 소회는 다를 수 있으나 굳이 한자어로 표기할 것이 아니라 ‘얼음터다리’라고 했으면 오히려 더 정겹지 아니할까 하는 아쉬운 마음은 어찌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