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쓰는 거리미술가와 서예 하는 머슴 곤이
시 쓰는 거리미술가와 서예 하는 머슴 곤이
  • 우남희 기자
  • 승인 2022.01.25 10:0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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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용산 자락의 부부예술가를 만나다-

성주군 가천면 독용산 자락에 귀촌한 예술가 부부가 산다. 시를 쓰며 거리미술가로 활동하는 곽도경 작가(60)와 사진과 서예뿐만 아니라 색소폰을 취미로 하며 자칭 머슴, 곤이라고 하는 김상곤(63) 부부가 이들이다. 대문 없는 언덕위의 예술가 집을 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축대 돌에 ‘Art & culture 창작 별뜨락’이라고 쓴 문패 아닌 문패가 시선을 끌었기 때문이다.

곽도경 미술가가 쓴 문패     우남희 기자
곽도경 미술가가 쓴 문패 우남희 기자

▶어떻게 이곳에 터를 잡게 되었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김상곤: 이곳에서 생활하기 위해 30년을 준비했습니다. 학교에서 교직원으로 근무하며 틈틈이 귀촌준비를 했다고나 할까요. 이곳에 오기 전까지 경북 고령에 세컨드 하우스를 지어 20여 년 동안 주말마다 가서 살았고, 달성 유가에서는 전원생활 준비과정으로 7년 동안 감나무 농사를, 경북 군위에는 터만 사놓고 관리를 못해 결국 팔았습니다. 세 곳 모두 공기 좋고 살기 좋은 곳이지만 저희들의 충족조건은 되지 못했습니다.

저희들이 바라는 귀촌 조건은 적당한 거리의 이웃이 있어야 하며, 편의시설이 10분 거리 이내에 있어야 하고, 축사 환경이 없어야 하며, 우리 부부의 주 활동무대인 대구까지의 거리가 1시간 이내의 거리여야 합니다. 이 네 조건이 충족되는 곳이 바로 이곳입니다.

적당한 거리의 이웃이라 함은 반갑다고 마음의 넘나들이를 하는 건 좋은데 시낭송회뿐만 아니라 음악회를 개최하여 문화를 공유하는데, 좋아하는 주민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는 분도 있습니다. 그런 것 때문에 신경을 쓰고 싶지 않다는 말이지요. 고령에서는 집이 마을 한 가운데라 그게 되지 않았어요. 유가는 테크노폴리스 신도시가 들어서면서 그곳에 살 수 없었습니다.

시인이자 거리미술가인 곽도경씨와 사진, 영상, 서예 등 만능재주꾼인 김상곤씨의 다정한 모습    우남희기자
시인이자 거리미술가인 곽도경씨와 사진, 영상, 서예 등 만능재주꾼인 김상곤씨의 다정한 모습 우남희 기자

▶명예퇴직한 지 5년 되셨다고 했는데 앞당겨 하신 까닭이라면?

김상곤: 네, 학교에서 교직원으로 콘텐츠를 개발하고 인터넷 강의를 비롯해 방송스튜디오, 가상대학 콘텐츠를 개발하는 교수학습개발센터에서 근무했습니다. 요즘 코로나로 비대면 수업을 많이 하는데 그걸 만든 초창기 멤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는 없습니다. 하나를 얻기 위해서 다른 하나를 포기해야 합니다. 돈을 포기하고 시간과 원하는 삶을 선택했습니다. 한 마디로 시간과 돈을 맞바꾼 셈입니다. 몇 년 만 더 근무하면 더 많은 수입이 보장되지만 그만큼의 시간을 살 수는 없는 겁니다. 그래서 연금을 수령할 수 있는 시기였기에 원하는 일을 하면서 살기 위해 행동으로 옮긴 겁니다.

퇴직 전부터 사진, 서예, 영상연구회 등에서 활동했으며 색소폰은 퇴직한 후에 시작했습니다.

영남서예대전 공모전에 입상한 김상곤씨는 하루도 빠짐없이 붓을 잡는다                                      우남희 기자
영남서예대전 공모전에 입상한 김상곤씨는 하루도 빠짐없이 붓을 잡는다 우남희 기자

▶자칭 머슴이라고 하는데 그 말에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곽도경: 시간을 사기 위해 돈을 포기한 사람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서예, 사진, 영상, 색소폰 등등 하고 있는 일과 하고 싶어 하는 일이 많은 사람입니다.

제가 하는 거리벽화작업이 중노동이랍니다. 작업시기가 대부분 6월 무렵인데 뙤약볕 아래서 일어났다 앉았다 하다 보니 무릎에 충격이 와서 무릎수술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으니 남편이 나서게 된 겁니다.

수성페인트, 아크릴 물감, 코팅제인 바니쉬 등을 사용하고 나면 다음날을 위해 남의 집 창고로 옮겨야 하고 원거리에서 물도 떠 와야 하는 등 소소하게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그런 여러 가지 일들을 이 사람이 도와줄 뿐만 아니라 벽화작업까지 같이 합니다. 능력 있는 머슴, 아름다운 머슴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 후후

▶벽화작업한 곳은 주로 어디며 작업하면서의 에피소드가 있다면 말씀해 주셔요.

곽도경: 동아리에 소속되어 활동한 지는 15년 되었고, 제가 주관해서 한 지는 7년 정도 되었습니다. 달성군 내에 있는 마을이 주를 이루는데 대표적인 곳이 다사 문산리· 문양리, 화원 설화리· 천내 3리· 인흥마을 ·한샘타운, 논공읍 북리와 남리, 그리고 타지역구에도 했습니다. 용지초등학교, 김광석다시그리기길, 대구구치소 등등.

달성군 다사읍 문산리에서 벽화를 그리다가 주민과 같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사진-곽도경 제공-
달성군 다사읍 문산리에서 벽화를 그리다가 주민과 같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사진.곽도경 제공

어떤 그림으로 해달라고 요청하는 곳도 있고, 마을의 컨셉에 맞게 알아서 해달고도 합니다. 먼저 시안을 만들어 보여주고 결정하면 작업을 하게 됩니다.

물도 사용해야 하고 화장실도 사용해야 하는데 동네 분들이 협조를 하지 않고 잔소리만 해서 싸운 적도 있습니다.

벽화뿐만 아니라 제 시집에도 직접 그림을 그렸습니다. 첫시집 『풍금이 있는 풍경』을 출간하고 10년 만인 2020년에 두 번째 출간한 『오월의 바람』은 시화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작품집 안에 시인의 말에 썼듯이

‘여기까지 오는데

87,600시간, 참 오래 걸렸다

어제처럼 오늘도

나는

시를 그리고

그림을 쓰고‥‥‥’

살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해 주십시오.

김상곤: 승용차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곳에 와서 화물차 한 대를 샀습니다. 지금은 코로나로 인해 제약이 많아 활동을 못하지만 반주 장비를 싣고 여기저기 봉사공연을 다니고 싶습니다.

또, 제 놀이터가 ‘봉우리 아래 골짜기에 있는 조그만 집’이란 뜻의 봉곡소(峰谷巢)입니다.

코로나로 봉사활동을 못하지만 머잖아 가게 될 그날을 위해 연습중인 김상곤씨           우남희 기자
코로나로 봉사활동을 못하지만 머잖아 가게 될 그날을 위해 연습중인 김상곤씨 우남희 기자

좌우명이라고 하면 봉곡소에서 ‘잘 놀자’입니다. 자식들과 가족들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고, 욕심내지 말고 서예, 색소폰, 영상, 사진, 봉사활동과 벽화 작업 등, 좋아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건강하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곽도경: ‘내가 그린 벽화로 온 세상을 도배해보자’는 꿈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 꿈을 갖게 된 것은 시민작가로 선정되어 ‘김광석 다시그리길’에 벽화를 그렸는데 그린 지 얼마 되지 않아 제 작품이 지워진 겁니다. 그 당시 마음을 많이 다쳤지요. 그때부터 온 세상을 제 그림으로 도배해보자는 꿈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제 뙤약볕 아래서의 작업은 예전만큼은 하지 않습니다. 선선할 때인 출퇴근 전후의 시간으로 아침엔 6시부터 9시까지, 저녁엔 6시부터 8시까지 작업을 합니다.

지금은 하반기에 전시할 수 있기를 꿈꾸면서 달성을 주제로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물론 시도 꾸준히 쓸 겁니다.

사람마다 살아가는 방식이 조금씩 다르다. 김상곤씨와 곽도경씨 부부는 나라에서 가꾸어주는 독용산아래서 한 폭의 수묵화 처럼 여백의 미를 갖고 살아가고 있다.